야한 옷을 입으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까? 나는 아직까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룬 연구를 본 적이 없다. 따라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몰카의 경우에는 야한 옷을 입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 뻔해 보인다. 몰카를 찍는 사람이 주로 노리는 것은 속옷이나 몸매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어떤 각도에서도 속옷을 전혀 볼 수 없고, 몸매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는다면 몰카를 찍힐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굳이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연구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지하철 성추행의 경우에도 야한 옷을 입었는지 여부가 피해자가 될 확률에 꽤 영향을 끼칠 것 같다.

 

그리고 강간하기로 결심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상습 강간범의 경우에도 나이, 미모, 신발, 체격 등이 비슷하다면 야한 옷을 입은 여자를 뒤따라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물론 나는 거의 영향이 없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나는 늘 확실히 결론을 내리기 전에 엄밀한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카의 경우처럼 너무나 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성범죄 중 대부분이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들면서 “따라서 야한 옷은 상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전국의 성인 여성 1,000명당 6명이 강간이나 강간미수 같은 성폭행을 경험했고, 이 중 대다수인 81%가 평소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간 피해, 81%가 면식범에 의해"

http://www.ytn.co.kr/_ln/0103_201012281453448500

 

위의 설문 조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20% 정도의 비율(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은 아예 무시해도 된단 말인가?

 

걱정 많은 엄마가 밤 늦게 택시 탈 때 번호판을 찍어서 핸드폰으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할 때 “별 걱정도 다 하시네요. 성범죄 중 대부분은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요”라고 답하면 그만인가? 나는 반드시 그런 엄마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성범죄 중 대부분은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요”는 엄마의 걱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논거가 되기 힘들다. 엄마는 “그럼 20%는 어쩔 건데?”라고 즉시 반문할 것이다.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야한 옷과 성범죄 사이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굳게 믿는 것 같다. 나는 아래 글에서 그런 믿음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무슨 근거로 야한 옷이 성범죄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믿는가?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61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야한 옷과 성범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떠들면 강간범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아래 글에서 그 문제를 다루었다.

 

강간 피해자 비난과 강간범 두둔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62

 

 

 

혼자 사는 여자가 위험하다고 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는 2010년 기준 2218000가구, 15년 전인 1995(932000가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성범죄 발생률도 증가했다. 전체 성범죄 발생률은 2007 13396건에서 2011 19498건으로 4년 사이에 45.6% 증가했다. 경찰은 전체 성범죄 가운데 20~30%가량이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싱글 여성이 많이 사는 원룸촌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싱글 홈' 400만 시대집에 있어도 겁난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1764266&cloc=olink|article|default

 

1인가구가 늘면서 자연히 혼자 사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계획적인 강력범죄 잇따라 노출되면서 여자 혼자 사는 집 티 안 내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는데요.

...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공통점은 범인들이 여성 혼자 산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한 뒤 범행에 나선다는 겁니다.

...

성남 연쇄 성폭행범은 가스, 전기검침원의 복장까지 준비해 입고 혼자 사는 여성 집의 문을 두드렸고, 서울 면목동 연쇄성폭행범은 창틈으로 옷가지를 보고 혼자 사는 여성인지를 확인했습니다.

[뉴스플러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위험하다'‥강력범죄 표적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311211218036

 

 

 

여성 1인 가구는 220만 명 정도다. 반면 한국의 전체 여성 인구는 2 500만 명 정도다. 그런데 경찰의 추산에 따르면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전체 성범죄의 20~30%를 차지한다. 나이 등까지 잘 고려하여 분석해 보아야겠지만, 그리고 상관 관계와 인과 관계는 서로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여자가 혼자 살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적어도 무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에 따르면 혼자 사는 여자를 노리는 남자가 아예 없지는 않다.

 

 

 

과연 여자가 혼자 살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높아진다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확실히 알아내려면 과학적으로 엄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이다.

 

야한 옷과 성범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기만 하면 발끈하는 여성주의자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여성주의자는 혼자 사는 것과 성범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발끈할까?

 

이 때에도 성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여자가 혼자 살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이야기하면 혼자 사는 여자 탓이니 성범죄자에게는 죄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나?

 

“여자가 혼자 살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이야기하면 여자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되나? 만약 그것이 주거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면 왜 “여자가 야한 옷을 입으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이야기는 여자의 의복의 자유 침해로 해석되는 것일까?

 

야한 옷을 입은 여자를 보고 헤픈 여자라고 보는 일부 남자들의 생각 때문인가? 그런데 그런 남자들은 혼자 사는 여자를 볼 때에도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사는 것이든, 야한 옷을 입는 것이든 그것이 성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따져 보고 그 결과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듣는 여자가 기분 나쁘니까요”라는 태도는 도움이 안 된다.

 

여자는 그런 문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 된다. 세상에는 성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따라서 설사 인과 관계가 확실히 입증되었다고 해도 “그러니까 혼자 살면 안 돼”, “그러니까 야한 옷을 입으면 안 돼”라고 결론 내리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세상에는 교통 사고 피해자가 되는 것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차를 타지 않으면 교통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라는 명제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러니까 차를 타면 안 된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통 사고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데 여행의 자유 침해 운운하는 것이 우습다면, 그리고 혼자 사는 것과 성범죄의 관련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데 주거의 자유 침해 운운하는 것이 우습다면, 야한 옷과 성범죄의 관련성에 대해 토론을 벌일 때에도 의복의 자유 침해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것 아닌가?

 

 

 

이덕하

201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