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셜미디어를 연구하다보니 인터넷여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2000년부터 인터넷여론을 다루는 전문지에서 편집장으로 일해오기도 했었고요.   "'홍어*'이라는 단어가 전라도와 전라도사람을 비하하는 용도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 말을 쓰는 것은 지역비하 지역차별의 의사를 가지고 한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라는 말을 아크로에서 제가 처음 했던 것으로 압니다.  많은 아크로 제현들께서 '만만한게 홍어*'이라는 용례를 떠올리시면서 '지역비하의 의도까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셨지만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그런 용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제가 검색해서 보여드리기도 했죠.

또 홍어와 홍어* 이야기가 나오니 아래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의 글은 지금 제가 출판을 앞두고 쓰고 있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책의 일부입니다. 불통이신 분들, 특히 삿갓님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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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치원생들은 잘 풀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른이라도 잘 풀지 못하는 퀴즈가 있다. 실제, 일본의 게이오 초등학교 입학시험 문제 중 하나로 나왔다고 하는 아래의 문제를 일단 한 번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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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어린이가 그림과 같이 격리되어 있고 네명의 어린이에게는 아래의 조건이 주어졌다.


1. 이 방안에는 총 네명의 아이가 있고 검은 모자를 쓴 아이 2명 흰 모자를 쓴 아이 2명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2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3. 아이들은 자기가 자신의 모자를 벗어서 색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 A와 B,C,D사이에는 벽이 있어서 서로를 절대 볼수없다.

5. 그 어떤 아이도 뒤를 돌아볼수없다.


방 밖의 통솔자가 이 조건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자기가 쓰고있는 모자의 색을 알고있는 사람은 손을들고 소리를내서 대답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한 아이가 손을들 고 자신의 모자색을 맞췄다. 


여기서 문제! A,B,C,D 중 자기의 모자색을 맞춘 아이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를 곰곰히 풀어보십시오. 일본 유치원생들은 빠르면 10초만에도 문제를 푼다고 합니다 1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셨으면 그냥 넘어가고 아래의 글을 읽어나가 주십시오. )


외국 사람들은 유치원생, 초등학생들도 쉽게 맞추는 문제이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 문제를 쉽게 맞추지 못한다. 정답은 이 글의 끝에서 설명한다.


이 문제는 '남들이 보는 나 자신' 즉 '메타 에고 (meta ego)'의 인식에 관한 문제다. 


소셜미디어·SNS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소셜미디어·SNS의 핵심 요소인 소통이 큰 화두가 되었다. 지난 19대총선,18대 대선기간 동안 국민과의 소통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모든 정치인들의 최고의 덕목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소통이란 무엇이며 그 소통은 어디서 부터 시작될까? 


소셜미디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바로 미디어교육학이다. 미디어교육학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가르친다. '리터러시'라는 단어는 글을 이해하고 쓸 줄 아는 능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면 '소셜미디어 리터러시'가 된다. 


소셜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일반적인 내용을 당연히 포함하며, 추가적으로 소셜미디어에만 있는 특유의 리터러시 세가지를 더 포함한다. 그것들은 첫째, 네트워크 리터러시. 둘째, 어텐션 리터러시. 셋째, 노옴 리터러시 등이다.



네트워크 리터러시는 신뢰와 소통으로 관계를 맺는 능력에 대한 이해, 어텐션 리터러시는 사람들의 주목과 집중을 끌어내는 스토리텔링 방법에 대한 이해. 노옴 리터러시는 소셜미디어의 규범 질서에 대한 이해를 뜻한다. 


그 중에서 네트워크 리터러시는 튜닝과 피딩, 신뢰와 상호호혜, 소셜 캐피털 등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튜닝은 동조(同調), 쉽게 말하자면 분위기를 파악해서 대화의 톤을 분위기에 맞추고 상대방과 나의 관심사를 일치 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분위기에 맞추고 상대방의 관심사에 맞추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메타 에고'를 인식하는 것이다. 


튜닝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기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생각하기에 나의 언행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꾸준한 훈련, 생활 습관 등을 통해서 체득해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메타 에고를 인식하고 자기중심성을 극복하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며 소셜미디어 활동의 시작이다. 


메타 에고를 인식하고 못하는 것이 소통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유튜브에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라는 동영상이 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어떤 걸인 할아버지가 "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메세지를 보드지에 적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장님 할아버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적선도 없었다. 


이 때 한 아가씨가 그 장님 할아버지에게 다가가더니 적선을 하지 않고, 대신에 보드지의 메세지를 고쳐서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라는 메세지를 적어주고 갔다. 잠시 후, 장님 할아버지의 적선 함에는 사람들의 적선이 쏟아져서 할아버지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장님 할아버지의 메세지와 아가씨의 메세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할아버지의 메세지는 바로 자기중심적인 메세지의 한계다. "내가 장님이다" 라고 자기중심적(egocentric)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말한다. 그리고 "도와달라"는 것은 상대를 설득하는 메세지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설득당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설득당하는 것처럼 보여도 기실은 '유보'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득행위는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특히나 경제성이 없는 행위다. 


아가씨의 메세지는 "아름다운 날입니다"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자기들과는 다른 장님 할아버지의 사정을 말하여 공감하게 한다. "적선을 해달라"는 설득을 하지 않는다. 공감하면 적선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니 설득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중심적인 메세지와 자기중심성을 극복한 메세지의 차이는 이처럼 극적이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퀴즈를 풀면, 정답은 C 어린이다. A,B,C,D 모두가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힌트다. 


C의 입장에서는 자기 앞의 B가 흰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D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D로서는 B와 C의 모자를 모두 보고 있는데도 말을 못하고 있으니 C는 B와 색깔이 다른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C가 알 수 있다. 결국 C 어린이가 정답을 말할 수 있게 된다. 


C 어린이는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 알고서 대답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메타 에고의 인식이다.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메타에고를 매순간 확인해서 상대방과 튜닝을 시도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리터러시)의 시작이고 소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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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를 가지고 아크로 여러 분들이 님을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시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훈련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님은 분명히 불통이고 차별받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본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