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페친 중에는 꽤 우파들이 많습니다. 사실 그들에게 배우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사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거의 신격화하는(정치적 지성이 부족한 분들은 결코 아닌데도) 양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써본 글입니다.

아크로 제현들이야 이런 글을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겠지만, 일종의 문제의식 공유라는 차원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옹호하는 분들께>

이승만과 박정희를 옹호하고 심지어는 거의 숭배하는 분들이 꽤 많다(아직 전두환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분들은 거기에 비해 비교적 적다. 아마 일베의 활약 여하에 따라 그것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 최근의 북한 특수부대 침투설 등 광주민주항쟁 재평가 시도는 그 전초전쯤 될 것이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정치적 공과를 일면적인 측면의 평가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런 원칙은 정치 영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젊어서부터 누구 못지 않게 이승만과 박정희를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처지지만, 몇십년 전의 기존 관념에 전혀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지조라기보다 그냥 현실 이해능력이 떨어지는 반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 역시 이승만과 박정희의 업적에 대해 나름 인정해줄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요즘 눈에 쌍심지 돋우며 이승만과 박정희를 옹호하는 분들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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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이 이승만과 박정희를 옹호하고, 이-박을 적대시하는 좌파를 공격하는 논리를 보자면 마치 좌파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잡아죽이거나 정권을 뒤집는 쿠데타라도 일으킨 것 같다. 하지만, 오해다. 이 분들, 무엇보다도 그런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이승만과 박정희야말로 쿠데타를 장기로 삼은 인물들이다. 쿠데타라는 비합법적 수단이 아니었다면 감히 권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비극적으로 권력에서 쫓겨난 것 역시 좌파 등 반체제적이고 조직적인 정치세력이 체계적으로 투쟁한 결과가 아니다(이것은 무척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몇년 전에 어떤 경상도 아주머니랑 얘기하다가 "박정희 암살한 김재규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김재규야말로 박정희의 고향 직계 후배라고 얘기해줘도 이 아줌마에게는 마이동풍 우이독경이었다.

지금 이승만 박정희를 반대하는 좌파들에게 분노하는 분들의 심리가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좌파는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반대했을 뿐 쿠데타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암살하지도 않았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정치적 몰락이 그렇게 원통하거든 부정선거에 항의하고 4.19를 일으켰던 시민들, 부마항쟁을 일으키고 박정희에게 총을 겨눈 경상도 사람들을 욕해라. 왜 엉뚱하게 좌파를 욕하고 광주시민들을 저주하는가?

무엇보다 지금 이승만 박정희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죽은 지 반세기와 4반세기가 넘은 인물들을 지금 새삼스럽게 정치적으로 옹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승만과 박정희가 살아 생전 추구했던 그 정치적 노선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승만처럼 또는 박정희처럼 동족을 몇십만명 빨갱이로 몰아 잔인하게 학살하고,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 치르고, 정치적인 반대자에 대해 어마어마한 감시체계를 만드는 데 찬성하는가? 본인은 그런 체제에서 과연 떳떳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런 신념에 대한 내 자신의 동의와 무관하게 최소한 그런 정치적 신념의 진정성(이 말 좋아하는 무리들에 대한 내 혐오감과는 별개로 일단 사용한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도 못하면서 저런 주장을 감히 퍼뜨린다면 그것은 철저한 정치적 사기질 아니 양아치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하기야, 박정희를 반인반신(半人半神)이라고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사람들, 바로 그런 양아치짓을 구매하는 수요자들이 있으니 공급자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박정희는 굳이 표현하자면 반인반신(半人半神)이라기보다 반인반수(半人半獸)에 가까운 존재 아닌가? 이해가 안가서 설명 요구한다면 귀찮더라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