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평화협력지대는 무산된 사업이라 큰 관심이 없어서 그저 언론에서 본 기사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수준입니다만, 제 기억이 맞다면 해주공단의 규모는 개성공단 3단계가 모두 완성된 것의 2배였을 겁니다. 더불어 해주 공단 이외에도 이런저런 지역의 개발 계획을 막 질렀던 것 같습니다. (개마고원 관광 이야기도 이때 나왔던 것 같네요. 제가 여름을 좀 타는 편이라 귀가 솔깃 했었습니다.ㅎㅎ)

 

현재 1단계만 가동되는 개성공단이 5만3천명의 북한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때 협의 되었던 공단들을 3단계가 완성된 개성 공단과 합하면 북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정도의 규모입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가족을 20만명으로 본다면 해주공단까지 돌아갈 경우 대략 180만명의 생계를 남한 기업들이 책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북한 사회의 중산층 이상의 집단이 될 것이며, 북한 입장에서 보면 거의 경제 주권을 남측에 넘기다시피 하는 수준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과연 실현이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 대화록에서 김정일이 해주공단에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네요.

 

한강 하구의 골조 개발과 선박 왕래의 경우 흐강님이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하셨고 결과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만, 그 계획이 진짜로 진행되었다면 경인운하 같은 미치광이 삽질을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연평도 어민들의 입장에 대해서 저는 좀  다르게 보는데,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싹쓸이 해가는 중국의 트롤 어선들 때문에 어족자원 고갈이 심각한 상황인데다 NLL을 타고 왔다갔다 하며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특히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http://www.konas.net/article/article.asp?idx=28639

 

연평도 주민들이 오히려 서해평화협력지대에 긍정적이었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334781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전 노무현이 NLL포기 발언을 했을 것 같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왜냐면, 일단 제가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노무현의 발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평소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의 남북관을 가졌다면 저 정도 규모의 남북 교류를 이뤄낼 상황에서 NLL은 양보하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죠.(그런데 대화록을 보니 딱히 양보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이 계획이 현실성이 있었는지 의문인데, 일단 규모가 너무 커서 공단을 모두 채울 수나 있을지 알 수 없고,(비록 우여곡절이 많긴 했습니다만, 개성공단 1단계도 쉽게 채우지 못했으니까요. 그렇다고 개성공단이 실패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 오히려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통일부 직원 말로는 1년만에 투자비를 다 뽑은 업체도 많았다고 하고요.) 잘 진행되던 개성공단에 대북특검으로 초를 쳐서 몇 년간 남북관계에서 허송세월 하다시피 했던 정권이 갑자기 이런 커다란 협상에 서둘렀다는 점이 뭔가 탐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이 해주공단을 허황된 계획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겁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334813

 

집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회담에서 NLL에 대한 논의는 부차적인 것이었으며, 설령 노무현이 NLL에 대한 양보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해주공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NLL은 유효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재 NLL이 무효화 된 것도 아닌데다가, 그토록 NLL 사수를 목청높여 부르짖던 수구정권이 천안함 폭침을 당하고, 연평도 포격을 당하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들이 이 문제로 노무현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래 피노키오님의 지적대로 국정원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의 반격에 필요한 명분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제가 불안했던 것은 노무현 발언이 일반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민주당이 빼도박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고 구민주계가 초토화되는 상황이었습니다만,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안되는 모습입니다. 새누리의 안보장사질도 관장사질에 못지 않게 식상한데다 48%의 박근혜 혐오가 무척 견고하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특히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문재인이라서 48%가 아니라, 문재인임에도 불구하고 48%라는 사실이죠.
 
대선기간 중에 문재인이 안보와 대북 정책에서 이명박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실책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가지 못하고 군복 입고 격파쇼나 해야했던 이유는 대북특검이라는 원죄 때문이었습니다.
한화갑이나 한광옥이 대북특검에 대해 물고 늘어지면 문재인은 대책 안서는 인물입니다. (박근혜가 코너에 몰렸다면 이 카드 아마 썼을 겁니다.)

그래서 겨우 한다는 짓이 라디오21에서 노혜경과 함께 지내던 임수경 같은 인물을 끌어들여 진영내에서 구민주계와의 선명성 경쟁에서 앞서려고 했던 것이죠. 그러다 임수경의 헛발질로 이것조차 제대로 안먹히고 오히려 짐이 되자, 늙으막에 괴상한 쇼나 벌이면서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쨌거나 '박근혜 대화록도 까보자'라든지, 서상기, 정문헌, 윤상현의 병역문제, 전두환의 편지 등으로 물타기를 넘어서 역공까지 이루어지는 추세인만큼 민주당은 기호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한길의 처신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가 대화록 공개에 대해 비판한 것 역시 좋은 행보였습니다. 정쟁을 위해 원칙도 국익도 집어던지는 인간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