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기억도 안 날 만큼...-_-; 앞으로 무식하지만 자주 쓰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박지향씨가 쓴 '일그러진 근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개화기부터 2차대전 종결까지 영국인이 본 조선과 일본, 일본이 본 영국을 담아 낸 책입니다. 

책의 형식이 매우 흥미로운 게 몇몇 기행기와 여러 발언 등을 중심으로 서구인의, 조선, 일본인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게 때로는 역사서보다 더 괜찮은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군요.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에는 그야말로 조선과 일본은 넘사벽이더군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좋은 의미이기보다 서구에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담은, 정체된 동양상을 대표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 조선인은 '무례하고 더럽고 게으른'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은연 중 그리워하고 있는 '원시성과 야만성'을 간직한 민족이더군요. 이에 반해 일본은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로 서구를 닮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긍정적인 상, 그럼에도 서양을 따라잡을 수 없는 2등 민족 중 앞서가는 민족으로 그려졌고요. 애국심도 마찬가지로 조선인은 전혀 국가관이 없는 민족인 데 반해 일본은 뚜렷한 민족의식은 물론 애국심을 갖춘 민족으로 평가되고요. 이러던 한국이 현재 그토록 강한 민족의식을 가진 걸 볼 때 일본에게 꽤나 호되게 당하긴 했나 봅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이는 양국 정부, 정책 입안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영국인에게 조선의 권력층은 '지독하게 무능한' 이들로 그려집니다. 양반 층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고요. 이에 반해 일본은 서구를 배우고자 엄청 노력하고 그 결실도 뚜렷한 지도층으로 파악합니다. 확실히 대원군까지는 쇄국이지만 어느 정도 친서민(?)적 정책이 들어간 데 반해 고종 이후로는 좀 답이 없다 해도 할 말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씁쓸하더군요. 

여하튼 이런 지도층을 바라보며 서구서는 조선을 '방법이 없는' '강제력에 의해서라도 개화되고 문명화되어야 하는' 곳으로 바라봅니다. 때문에 일본의 강제 점령조차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죠. 물론 그 잔혹함이 도를 넘자 이후 그 시각이 바뀌고 - 특히 일본의 힘이 강성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섞이며 - 일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철회하게 되지만요. 이 반작용은 일본도 마찬가지로 힘이 좀 쌓이자 점점 서구가 전부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뭔가를 강조하며 일본의 우수성을 과시하고자 노력하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탈아입구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으로) 가 탈구입아 (서양을 벗어나 아시아로) 라는 논리로 대동아-_- 를 내세우는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게 그려집니다.

읽으며 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막 나가는 생각으로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다시금 떠올려 보았고요. 물론 여기에 대해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당시 조선이 서구가 그리는 상까지는 아닐지라도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곪은 상황인 것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서구가 개다, 일본이 개새끼다라는 역사관은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약해서 죄'라기보다는 '무식해서 죄' 또는 '한국 고위층이 개'라는 점도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 우리의 시각에 갇혀 있어서는 그 어떤 답도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요즘 외교가 되려 이런 자기중심주의적(+미국 숭배적?) 시각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시각이라기보다는 좀 신앙에 가깝지만 좀 더 넓은 역사관으로 타국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뭐, 여튼 대충 감상이었습니다. 고수분들은 관련 좋은 책 있음 소개라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