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방금전 글에서 노무현의 NLL에 대한 인식과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만, 솔까말 노무현이 NLL 없애자고 도장찍고 내려온 것도 아니고 그저 아무런 추진할 힘도 없는 임기말 대통령이 망상질을 시전한 것에 불과한거죠.

그러나 국정원이 지꼴리는대로 국가 기밀 회의록을 까고 그것에 반색하는 정치인들은 노무현의 NLL 발언보다 더 위험하고 큰 문제입니다. 댓글사건보다 더 위중한 행동을 한걸로 보입니다. 댓글사건은 국가정보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지만, 회의록 공개는 국가정보기관으로써의 책임과 의무 마저 완전히 팽개친 것입니다.

오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정곡을 찔렀네요. 저는 이 분 지지하지 않지만, 여야 정치인들 통틀어서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분 같습니다.


하태경) 저는 그저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이익을 희생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글을 남기로 아제르바이잔 출장을 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아제르바이잔 국회의원들과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니 국정원이 발췌문을 공개해버렸군요. 정말 큰 자괴감이 듭니다.

우리 정치, 우리 국가기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나라의 큰 이익, 큰 미래는 생각지 않고 그저 자기 당파의 이익, 자기 기관의 눈앞의 작은 이익만 생각하는 소인배 정치, 협량한 나라가 되어 버렸을까요?

문서가 공개되면 노무현의 반애국적 발언들이 드러나 민주당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한 새누리당 지도부, 사자의 명예훼손을 국가의 이익보다 더 중시하여 문서 공개하자고 제안한 문재인 의원. 사본이 아니라 원본과 녹취록을 공개하자고 한술 더 뜨는 민주당 의원들.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막아보려고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며 공개를 결정한 국정원. 이를 제어하지 않고 방치한 청와대. 나라가 온통 뭔가에 씌운 것 같습니다. 정말 제 정신이 아닙니다.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손놓고 지켜볼수 밖에 없었던 저 자신의 무능력함. 이국 땅에서 조국의 퇴행과 광란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슬픔을 삼킵니다. 오늘은 우리 스스로 우리 나라를 내팽개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