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라는 논리의 연장선으로 따져 올라가면 육지의 휴전선 역시 영토선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토선으로 규정되고 있죠. NL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휴전선은 남북이 문서로써 합의한 양쪽의 군사한계선이고, NLL은 그렇지 못한 군사한계선이라는 차이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NLL을 논하는데 있어 '북한과의 문서 합의'가 왜 고려대상이 되야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미 50년 넘게 남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해왔는데 새삼 북한과의 합의를 들고 나오는건 독도의 경우에 비추어서도 맞지가 않죠.

물론 NLL은 한국전쟁 직후 유엔사 사령관 클라크가 "남쪽 선박들의 북방 항해 한계선" 을 설정한 것이 연원이라는 견해가 정설인 것 같습니다. 또한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 방지라는 필요에 의해 그어진 선이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명시적으로 선언되진 않았지만 "북한 선박이 그 이하로 내려오면 행동을 개시하여 응징한다" 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아닙니까? 즉 설정 당시부터 영해 개념이 이미 부여되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거죠. 그리고 클라크의 NLL 설정에 한국정부가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추인을 하였으므로 클라크의 견해는 한국 정부의 견해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70년대 중반 키신저가 "미국은 NLL을 영토선으로 삼는 한국정부와 견해가 다르다" 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을 두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당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필요 때문이었던 것이 분명하므로, 그런 미국의 국익에 기초한 키신저의 견해까지 우리가 존중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주장은 유엔사로의 군사작전권 이양이 당시 한국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해서, 미국의 모든 외교적 견해까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매우 사대주의적인 발상인거죠. 키신저의 견해에 대해서 한국정부의 추인이 없었는데도 왜 그런 사대주의적인 입장을 피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분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서 그것들이 노무현이 제안한 공동어로수역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하시던데, 과도한 비교이죠. 북한이 남한 기업체들의 북한 영토 진입을 허용할 때, 휴전선에 대해서까지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한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노무현이 제안한 공동어로수역 개념은 개성공단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자신들 통제 아래 있음을 분명히 했었고, 자기들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 원상회복시키겠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저는 북한이 NLL 이하를 남한의 영해로 공식 인정해준다면, (물론 선박 댓수와 조업량등을 통제해야겠지만) 까짓 북한 어선들 몇척 내려와서 꽃게 잡아가는거 허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럴때에야 비로소 개성공단의 경우와 비교하여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고, 또한 중국어선들을 몰아낼 수 있는 근거가 생기므로 남한의 어민들에게도 이익이겠죠. 만약 노무현이 그런 입장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처럼 NLL 발언이 문제거리가 되는 일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NLL의 실질적인 무력화와 함께 북한 어선들이 자기네 바다인 것처럼 마음대로 드나드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인 것이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일일이 북한의 통제를 받지 않았나요?

평화를 위해서 양보할 때 하더라도,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 자리에 김대중이 있었다면 분명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 분명하고, 친노들이 노무현의 몰인식과 덜떨어진 전략 미스를 '햇볕정책'으로 물타기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