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 만만하게 보다간 만만하게 될 것'이란 의제를 독점적으로 던지고 있는 스카이넷에 멋진 댓글 달아주셨던 분이 바로 묘익천님이셨군요.

대략 동의합니다. 다만 몇가지 부연하자면...

첫번째는 참여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시작 조건이 달랐습니다. 이건 크게 두가지 정도를 짚을 수 있는데요.

하나는 경제적 조건이죠. 참여정부는 IMF를 극복한 뒤에 정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경제란게 기초가 중요하고 흐름이 있어서 대통령 잘 뽑았다고 당장 태평성대가 오는게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대중들은 성과를 기대하죠. 즉, 참여정부는 대중들이 실망하기 좋은 조건에서 시작한 반면 이명박은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했기에 일시적으론 비난이 솟구쳐도 이후 자연스럽게 회복세만 돌아오면 날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쉬운건 진보 개혁 진영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점입니다. 가령 심상정씨는 FTA가 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도 초토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많이 실점했죠. 그 즈음 진보 개혁 진영은 한국 경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인용하며 이명박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스카이넷의 헬로월드님은 "지금 수출 기업들은 이불 뒤집어쓰고 웃고 있다. 한국 경제는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까 영국 니들이나 걱정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길래 저도 속으로 갸웃했습니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역시 헬로월드님의 안목에 감탄하게 됩니다. 지금도 진보진영쪽 지지자들 만나면 가끔 답답합니다. 제가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가 가시적 성과(수출, 국민소득, 주가 등등)가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진보진영쪽 지지자들은 대뜸 "그러면 이명박이 잘하고 있다는 거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러면 한참 설명해야 합니다. 그 원인은 개혁정부 10년간 축적된 펀더멘탈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나 세계 경제의 자연스런 흐름일 수도 있고...어쩌구 저쩌구... 그래도 이해를 못하고 '2mb는 2mb임에 틀림없으니까 절대로 그럴 리 없어'라는 동어반복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orz

두번째는 비교 대상입니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비교되는 반면-민주주의도, 경제민주화도, 복지도- 이명박 정부는 그 이전의 두환이, 태우, 영삼이를 이었죠. 이는 지지층의 기대치에서도 나타납니다. 참여정부 초창기 지지층의 기대 수준은 엄청 높았죠. 반면 이명박 정부는? 별로 안높았어요. 경선 당시 박빙의 결과에서 보이듯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특별히 나은 존재인가조차 의문시하고 있었습니다. 즉,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보다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요구받고 있었던 반면 이명박은 예전 민정당시절보다 민주주의나 복지, 대북 정책에 전향적이기만 해도 점수를 딸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아쉬운건 진보개혁 진영이 한나라당 세력의 업그레이드된 측면을 무시한 채 과거의 이미지를 놓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묘익천님이 잘 지적하셨으므로 생략. 

제가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건 정책 자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일을 풀어가는 방식(정치 및 홍보)만 놓고 보면 명박 정부가 참여 정부를 철저히 연구 분석한 뒤 반면교사로 삼아 대중을 포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지금 명박 정부에서 유시민이나 조기숙과 비교될 만한 사람을 꼽아보세요. 놀랄지 모르겠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습니다. 초기에는 이상득이나 추부길 같은 존재가 있었죠. 어느 샌가 이상득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추부길은 짤리고 감옥 갔습니다. 

이재오요? 이재오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박근혜를 놓고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명박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구요? 글쎄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가령 한나라당의 기대주였던 박형준 같은 경우 자긴 이명박의 순장이라며 여의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당시 친노파와 다른 점이 있죠. 박형준을 비롯한 순장파들은 숨어 있습니다.  

이걸 현상만 놓고 비교해보세요. 유시민이나 조기숙, 노혜경 등등이 사고치며 부각됐던 참여정부와 명박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는 지금과요. 제가 단언하건대 홍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한수 위입니다.

제가 더 놀란건 명박 정부 브레인들이 인터뷰 중에 촛불 정국에 대해 답할 때입니다. 하나같이 '그건 우리가 잘못했구요.' 혹은 '우리의 진실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건 가슴아픕니다만 그건 우리 책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참여정부 당시 비슷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는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아마도 '인터넷의 여론 왜곡' 혹은 '국민 수준' 혹은 '좌파의 선동'을 운운했을걸요? 이건 사소한 차이가 아닙니다. 당장 여러분 명박 정부에서 '좌파 타령'한게 얼마나 있나 생각해보세요. 이회창과도 다릅니다. 또 명박 정부 브레인이나 스탭이 티브이에 나와 '대통령님은 정말 노력하는데 일부 언론과 휘둘리는 국민이 문제'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나 떠올려 보세요.

또 세종시 현안을 놓고 보세요. 참여정부는 '수백년간 이어온 지배 체제의 교체다'라는 자화자찬, '시내에 건물을 갖고 있는 조중동에게 휘둘렸다.' 등등의 불필요한 발언으로 수도권 사람들을 자극했죠. 만약 명박 정부가 참여정부 스탈이었으면 당장 충성파 하나가 '세종시 수정 반대는 충청도의 지역이기주의다'란 발언이 터져나와 여론에 불을 확 질러 버렸을걸요? 그렇지만 명박 정부에선 그런 발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명박은 티브이에 나와 사과하고 호소할 뿐입니다. 총알받이 정운찬은 부지런히 냉대(?)받고 때론 계란도 선물(!)받으면서도 참고 또 참습니다. 그러다 가끔 대학이 옮겨가네, 대기업도 가네하며 떡밥을 던집니다. 그러니까 박근혜조차 더이상 세게 나오지 못하고 침묵할 수 밖에 없죠.  

쉽게 말해 정치와 홍보 만큼은 참여정부는 개인 플레이와 즉흥적인 느낌을 주었던 반면 명박 정부는 훨씬 조직적이고 규율이 서있으며 체계적입니다. 그리고, 이건 진정성이니 뭐니하며 소홀히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2mb는 머리가 2mb니까 결과도 2mb일거야라는 식의 동어 반복은 자기 위안일 뿐 현실과 맞지 않아요. 인정하기 싫지만 2mb와 보수 진영이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국민의 수준이 x라서 명박을 지지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정권 수복의 길이 열립니다. 물론 전자는 쉽고 후자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국민을 쉽게 대하는 정치 세력은 국민도 쉽게 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밀리터리 매니아 입장에서 비유하면 자신들을 초개처럼 대하는 지휘관을 만난  병졸들은 초개처럼 목숨을 버리는게 아니라 딱 초개 수준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반면 자신을 우주처럼 대하는 지휘관을 만나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과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