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판사가 갖고 있던 기소권을 담당하기 위해 창설된 기관입니다. 과거 유럽은 규문주의라 하여 판사가 범죄인을 기소하고 재판하는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한사람이 죄인을 잡아다가 판결도 내리니 유무죄를 공정히 가리기가 힘들었습니다. 검찰의 등장으로 재판 제도가 좀더 공정해지고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렇듯 인권 보장을 본령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적 공권력인 경찰과는 제도의 의의가 다르지요. 경찰의 수사를 법률적으로 스크리닝해서 법치주의의 범위 내로 좁히는 것이 검찰에게 요구되는 역할입니다. 물론 확실한 범죄인의 유죄를 재판에서 이끌어 내는 역할도 국가 공권력으로서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두 기능(공권력, 인권보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이런 의미에서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검찰이 강해지는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치주의의 논리가 치안유지의 논리에 앞서는 경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법질서 수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에만 너무 충실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본령에서 벗어나 정치 세력화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전자야 다시 균형점을 찾아가면 되는 일이지만 후자는 본질에서 이탈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검찰의 유일한 잣대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두뇌가 되어 사고하고 판단하는 검찰은 제도 창설당시 예정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기소 편의주의로 정치 풍향계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근대 법치주의 기관이 아닌 흡사 전근대의 국왕이 친국을 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검찰이 의도를 깔고 특정 세력을 겨냥해 사정을 펼치는 것은 마치 조선시대 사화(死禍)의 재판같아 보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수 없는 일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검찰이 권위주의 정권의 충복으로 기능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비법률적인 권력의 논리에 젖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에 대한 절대 충성으로서 주어진 막강한 권력은 절대 권력을 제외한 사회 나머지 모든 분야에 대해 폭압적 권위를 휘두르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행정부의 권한이 약해지면서 선거의 외풍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검찰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기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문제는 상당부분 잘못된 제도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잘못된 제도가 한국의 정치풍토와 맞물려 검찰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어주었습니다. 검찰 개혁은 단순한 의식 개혁이나 대통령 1인의 결단에 의존한 소프트웨어적 개선이 아닌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수술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기소심사위원회가 있어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합니다. 미국은 지역에서 검찰총장을 뽑습니다. 우리도 중수부를 폐지하는 수준에서 나아간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검찰위원회를 두어 검찰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마치 선관위나 대법원 처럼 정치권(국회)에서 위원을 뽑아 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을 그 아래 두는 것입니다. 어차피 검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단독제 국가기관으로서 각자의 판단과 법률 논리에 따라 기소권을 집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마치 군대의 사령관을 연상시키는 검찰총장의 관료적 지휘는 검사의 업무 효율성 증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는 커녕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에 검사 개인을 구속시키는 부작용만 있을 뿐입니다. 검찰총장직을 없애고 사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정도만 두어도 검찰 조직의 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원회는 검사 개개인의 기소권 집행을 보장하되 철저히 법률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여야에서 뽑은 위원회이므로 정치적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고 이는 자연스레 검사들이 자유롭게 법리적 판단으로 수사하는 결과를 가져올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