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크로 전체 이름으로 낼 수는 없고, 동의하는 사람만 알아서 만들어서 내자는 견해는...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국 선언문을 작성하는 것은 그 집단이 전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통일되고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각 개인들의 총합이 아닌 집단 전체의 이름으로 사회적인 발언을 함으로서, 여론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힘을 얻기 위함입니다. 예컨대 <서울대 학생 아무개 000 명 일동> 이라고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과 <(서울대 전체 학생들을 대표하는) 서울대 총학생회> 명의의 성명은 그 발언 효과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아크로에서 집단의 총의를 묻는 방법은 없는 것이냐?

 왜 없습니까. 있지요. 100명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그 집단 구성원 모두가 어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하나의 일관된 입장을 갖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일정한 수를 넘어서면, 우리는 그 사람들의 의견을 그 집단의 '일반적인 의사' 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수결로 대표를 뽑는 대의 민주주의와 논리적으로 유사하죠. 우리는 한 지역의 정치적 대표자를 뽑기 위해 그 지역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 다수 (즉, 1/2 이상) 의 지지를 얻은 사람을 그 지역의 대표로 인정합니다. 다만 대표를 뽑을 때와는 좀 다른 것이, 어떤 사안에 대해 특정한 집단의 <일반적인 견해>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선 단순 다수보단 가중 다수(즉 2/3 이나 3/5) 의 지지를 요구하는 것이 더 합당하게 보이긴 하죠. 

 예컨대 시국 선언 여부에 대해서 아크로 100명의 구성원 중 60~70 명 정도가 찬성을 한다면 이 견해는 아크로의 <일반 의사>, 즉 전체를 대표하는 의사라고 간주할 수 있는 것이죠. 
 
 시국 선언을 하더라도 실행 주체는 운영진이니 이 문제는 운영진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아크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가중 다수(2/3 이나 3/5) 정도가 찬성을 한다면 아크로인 전체 명의의 시국 선언문을 작성하는 명분이 생긴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시국 선언문을 내기로 결의가 되면 선언문 작성 절차에 들어가면 되구요.

 단, 제 생각엔 선언문을 작성하더라도 여러 명이 공동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을 선임하여 그 사람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글쓰기 같은 경우엔 공동 저자가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아무래도 커지게 되니까요. 초안 작성을 마친 후 운영진 내부 검토를 거쳐서 한 차례 아크로 일반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수정 작업을 한 후 내면 어떨까 합니다. 
 
 제 견해를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국 선언문 작성에 관한 아크로 설문 조사 
                                                                                    []
        가중 다수 찬성시 선언문 작성 절차 시작, 책임 작성자 1인 선임( 운영진 중에 한 분이 해주거나, 아니면 운영진이 일반 회원 중에 한 명을 지명)
                                                                                   []
                                                                         초안 내부 검토 (운영진, 초안문 작성자)
                                                                                   []
                                                                       아크로 여론 수렴, 수정,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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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표


  시국 선언문은 보편적인 정치적 감수성에 호소하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리 길지 않지 않더라도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게 써야 합니다. 예컨대, 시국 선언문에는 정파를 초월하여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이번 국정원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 기관이 선거 여론 조작을 위해 스스로 불법을 저질렀다> 가 핵심인 것이죠. 이는 정파를 초월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협이 됩니다. 오늘 보니까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이 하나 더 불거졌더군요. 국정원 의심 SNS 계정에서 박원순 비하글이 트윗/리트윗 된 2만여건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http://durl.me/58dn9r 이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저쪽은 다급해지니까 노무현  NLL 발언 의혹을 재점화시킴으로서 발빠르게 물타기에 나서는 군요. 저쪽에서는 이미 물꼬를 터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건 이렇게 해서라도 시국 선언 정국을 만드는데 동참해서 국정원에 관련된 여론 조작 의혹이 명명 백백하게 밝혀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은 시국 선언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국정원의 여론 조작 여부가 핵심이고, 그에 관련된 정황/간접 증거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정권 수뇌부쪽에서는 끊임없이 검찰에 외압이 들어가고 있지요. 이 외압을 막아주고 투명한 수사 촉진을 위해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환기해 보자면, 시국 선언문의 목적은 검찰 수사와 국정 조사,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특검 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울러 저쪽의 물타기/적반 하장 정국 만들기에 단호하게 대응해 보자는 것입니다. 얍삽한 애들한테는 그에 맞게 기민하게 대응해 줘야 합니다. 정치적인 게임이든 경제적인 게임이든, 반발짝 먼저 움직인 자가 승기를 얻는다는 사실을 운영진은 한 번 상기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