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글 수 20,959
우선 관련기사 몇 개
1)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의 기사
제가 알기론 이 기사가 사건을 최초보도한 기사입니다.
(경향) 교사가 수업 중 “전라도는 배반의 땅”… 지역 편향 발언 듣던 여학생 눈물
2) 사천교사의 해명문
경남교육청에 올라온 해명 자료
해명자료-교사가 수업중 “전라도는 배반의 땅”(1)
해명자료-교사가 수업중 “전라도는 배반의 땅”(2)
3) 사천교사의 해명문에서 언급되는, 문제의 수업시간에 다뤄졌다는 시
고정희 (1983) - <상한 영혼을 위하여>
미투라고라님의 신중론에 관해 제 감상을 댓글로 달려다가 관련기사 몇 개 정리하는 자리에서 그냥 함께 묶어 다루는 편이 낫다고 여겨져서 그냥 따로 씁니다.
우선 이 글은 미투라고라님의 주장에 관해 반론성 글은 아닙니다. 그냥 '소감'입니다.
1) 여차저차한 이유로 상황이 와전되었을 경우를 생각해 볼 여지도 있기는 하다.
2) 그렇다면 폭주해서 헛발질해서 우스운 꼴이 날 수도 있으므로, 조금 더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3) 다만 이런 <상황 와전론>이란 짐작이 사실일 가능성이 낮을 수는 있다.
4) 하여간, 발언의 수위를 높여야지 품격을 낮출 일은 아니다.
등등은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반박이 아니라 부연을 좀 하자면, 저 사천교사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는 쪽에 무게가 실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저 교사 해명문 자체에도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우선,
1)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죠?
“솔직히 우리 세대는 지역감정이 별로 없는데 지역감정이 섞인 얘기를 하니까 어른들이 갖고 있는 안 좋은 모습을 물려주는 느낌이었다”
고등학생이라면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어지간한 건 말귀 다 똑바로 알아듣습니다.
기사를 봅시다. 교사가 수업 중에 어떤 발언을 했고 이후 그 수업을 들은 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러자 주변 학생들이 모여들어 위로하며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쯤 되면 수업중에 교사가 하는 말이 박정희를 찬양하는 말인지, 호남을 비하나는 말인지, (관련된 배경지식의 미비로 인해) 그 전후맥락 전체를 꿰뚫지는 못해도 다 알아 듣습니다.
그런데, 저 교사는 해명을 하면서 그 학생들이 본인이 2년 동안 지도했던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2년이면, 교사가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정치적 색깔이 수업 중에 묻어나올 수 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노빠나 전교조 스타일이다...라는 것 정도는 그 교사가 전교조에 가입된 사람인가 여부와는 무관하게, 또는 박빠 기질이 강하나... 이런 정도는 학생들이 다 감을 잡습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오해'를 했다? 예를 들어, 박정희에 대해서 공과 논란이 있으나 잘못한 점이 많고, 또 이런 과오에 관해 <위대한 지도자> 운운하며 이런 과오에 대해 냉정하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학생들이 전혀 엉뚱하게 이해를 한다?
글쎄요... 제 고교시절을 돌이켜 볼 때, 이런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극히 낮습니다.
2) 그리고 <호남의 피맺힌 한>을 강조하며 (어떤 의미에서) 호남을 신비화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맞다 하더라도, 이 맥락에서 교사가 80년대 후반 광주행 기차를 타고 광양에 갔고 거기서 본인이 지역감정이 민감한 시기라 입조심을 해야 했다는 회고담을 구태여 꺼낸다는 것이 걸맞지 않습니다.
여기에 어떤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용적 정합성> 면에서 어색하기 그지없죠. 호남이 얼마나 억울한 한이 맺힌 사람들인가를 신비화?하면서, 경상도 사람인 본인이 그 사람들한테 이상한 험한 꼴,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무서워서 입조심했다는 회고담을 늘어놓는다라.... 제가 보기에 이건 개그에 가깝습니다. 서로 안 맞아요.
이번 일 보면서 떠오르는 옛날 일 하나가 있는데, 예전 아크로에서 조선일보 방상훈과 장자연 관련설(무슨 편지 어쩌구 하면서)이 언론에서 터져나와 아크로 전체가 부글부글 끓었던 적이 있었죠.
그 당시 저 혼자, 혹은 거의 저 혼자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이건 어딘가 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냄새가 안 좋다라고...
낚이는 건지도 모르니까 좀 더 지켜보고나서 태도를 정하자라고...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아무도 호응을 안해주더군요 ^^)
제가 보기에 이번 사건은 그 때 하곤 다릅니다. 현장에서 직접 교사의 발언을 접한, 더군다가 그 교사에게 2년동안 지도받았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있어요.
전 이번 사건에서 사천교사가 정말 결백할 개연성은 윤창중이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결백할 개연성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2013.06.20 11:52:51
녹취를 안해서 진실을 알기는 어렵지만, 보통 어떤 잘못에 대해 자기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발언의 의미를 특정 범위 내에서 윤색하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기억 자체를 바꿔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서(그러고는 그걸 정말 진실이었던 것처럼 인식해버리더군요)... 미뉴에님 의견과 비슷합니다(게다가 학생들이 반에 한두명도 아닌데, 그 학생들이 모두 교사의 발언 취지를 왜곡해서 들었다고 보기도 어렵죠).
다만 오늘 스포츠 포털에 들어갔다가 온갖 오보와 오역, 루머의 과대생산 등등 수준이하의 보도행태를 보고 온지라(요즘 신문들 수준이 왜 이러죠), 기사 내용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은 남겨둡니다. 추가기사를 좀 더 기다려봐야...
2013.06.20 12:18:14
minue622님/제가 해석하기로는
1) 고등학생이 대학생보다는 사회적 제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2) 그래서 만일 그 교사가 관련 발언을 처음 발언한 것이라면 '차별적 발언'이라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3) 따라서, 울지 않았을 것이다.
4) 그런데 그 교사가 차별적 발언을 수시로 해왔고 그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님이나 동향 선배들에게 물어보았을 것이다.
5) 그 결과 그런 발언이 차별적 발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그 교사에게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6) 또한, 차별적 언어에 대하여 (교사의 발언 회수와 별로 상관없이) 학교 밖에서 알게되어 민감해져 있을 것이다.
7) 그런데 관련 발언이 나왔고 그래서 너무 기가 막혀(또는 억울하여) 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열받아도(또는 억울해도) 선생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 ㅡ_ㅡ;;;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