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토에서 극우와 종북(이라 쓰고 사실상 일베와 5.18을 놓고 다툰) 변희재와 이택광의 논전이 벌어졌는데, 거기서 변희재가 토론 시작 즈음에 귓길을 끄는 발언을 하나 하더군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건 일베의 3대 노선으로 '팩트주의', '자유통일주의', '생산주의'를 들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변희재가 일베의 주요 노선 중 하나가 '팩트주의'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들은 것은 소위 좌파 언론들의 (고의성이 강한게 의심되는 선동성 짙은) 오보들을 일베충들이 제대로 잘 잡아내고 있다는 거였죠 (사실 그런 게 몇 개 있긴 합니다. 해서 여기까진 전혀 황당한 구라라고 하긴 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서 일베충의 상습적인 5.18 관련 사실 왜곡을 떠올렸던 사람들, 굉장히 많을 겁니다.

 극우 코스프레인지 아니면 진성 극우인지 종잡기 어려운 그 일베충들이 이른바 좌파 언론들의 오보들을 종종 잡아낸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사실왜곡은 이를 압도하지 않은가?  대표적으로 5.18 관련 사실 왜곡들을 들 수 있다. 그런데도 무슨 낯짝으로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3류 개그도 못 되는 '사실 왜곡' (사실왜곡 저장소라고 해도 될 만한 일베를 두고 그 노선이 팩트주의라고 하는 사실왜곡)을 저지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 사람들이 많았겠죠.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몰라도, 이택광도 곧이어 그 5.18 관련된 일베충들의 팩트왜곡을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고 그 후 자연스레 변희재 입에서 5.18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광주사태'라고 해야 한다는,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여긴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죠. ( 그 이후는 짐작할 수 있다시피, 5.18이 광주사태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를 놓고 변희재와 이택광이 옥신각신했습니다만...) 

 그런데 전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건 좌좀 진영에겐 우좀 진영을 묵사발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이하 그런 생각도 한번 해봄직한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또는 제가 그런 생각에 이른 경로를 대강이나마 설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1. 박근혜 집권할 경우 새누리를 등에 업고 있는 변희재 (및 뉴라이트)류의 역사다시쓰기 공세가 다시 불붙을 것은 기정사실이라 해도 좋을만큼 빤히 내다보이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시기와 그 공세의 정도이다. 

 2. 적어도 집권 초반기에는 이승만 및 박정희의 과 뿐만 아니라 공 역시 균형있게 평가해 달라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우파측의 공세는 그 과격성과 대담함의 정도 면에서 당초의 내 예상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5.16 군사정변을 5.16 군사혁명으로 바꿔쓰겠다는 시도가 보일 뿐만 아니라, 이런 수준을 한참 넘어 5.18 재평가설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갑제, 변희재 등의 '광주사태'론. 여기서 더 망가지면 5.18 북한군 개입론). 이건 숫제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배 째보라"식이다.

 3. 그런데, (비교적 온건하며 국민여론의 지지도 적잖게 받을만한) 박정희 경제개발기여 평가론 정도를 벗어나 5.16 군사혁명설, 더군다나 5.18 재평가설로까지 전선이 확대된다면 이건 좌좀진영이 승리가 거의 100% 보장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이라면 도무지 거절할래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5.18 재평가설은 한국 현대사 환빠식 망상사학이라고도 해도 될 만큼 애시당초 말이 안되는 설이기 때문이다. 그냥 무리다 이건. 되풀이 하지만 이건 붙으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다. 박정희의 경제개발 공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리하고 복잡기괴한 논쟁과는 그 류가 다르다.



 대강 이런 생각에서, 박근혜 집권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좀진영의 5.18 때리기는 좌좀에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5.18이 무너진다면 이후 모든 것이 (4.19, 6.10항쟁, 부마항쟁 등)이 도미노처럼 모조리 무너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건 위기이며, 동시에 5.18 성격규정문제은 좌좀으로선 질래야 질 수 없다는 싸움이란 점에서, 바로 그런 이유로 우좀 진영을 묵사발 낼 수 있는 싸움이란 점에서 이건 기회이기도 합니다. 

 해서 준비를 착실하게 하면서 정면으로 우좀들의 배째라 식 도전에 응해야 합니다. 이 싸움은 의외로 시간이 좀 끌 수도 있죠. 그러나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질 수 없는 싸움입니다. 도망갈 이유가 없죠. 그 쪽에서 원하는대로 그 배를 째주면 됩니다. 

 그리고 박근혜 얘길 이 참에 좀 하자면, 박근혜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 (특히나 선거기간 중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후보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잘못하고 있는 것이), 국민분열을 야기할 우좀들의 극우식 역사새로쓰기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천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어 이해능력 부족으로 북침과 남침을 혼동해 조사설문에 응답한 청소년들을 보고서 생뚱맞게 학생들의 역사지식부족과 왜곡된 (좌좀식) 현대사 교육을 개탄하는 정도라면, 이건 애교로 넘어갈 문제입니다. 진짜 문제는 박근헤가 죽은 박정희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뉴라이트 및 변희재-조갑제 류의 역사인식에 공감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박근혜가 지금 해야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주 5.18에 관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또 이런 이해의 부족을 야기하는 교육정책상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또 광주 5.18에 관한 이해의 확대(특히 영남지역)가 올바른 방식의 국민통합에 얼마나 엄청난 기여를 할 잠재력을 가졌는가, 바로 이 점을 똑바로 인식하는 겁니다. 

 지금 박근혜가 개탄해야 할 것은 그런데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