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보니까 feed님이 "국방장관은 허언증으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통일부는 전혀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데, 국민 다수가 이것을 잘 하고 있다고 보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댓글로 제 답변을 쓰려다가 당초 예상보다 좀 길어져서 그냥 따로 올립니다.

 이하는 그대로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저 포함해서 제 주변 사람들의 반응 및 생각들을 관찰한 바가 크게 반영된 추측이 듬뿍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강하게 주장할 생각은 일절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1. 북한이라는 나라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극도로 허접하며 그 존재만으로 이미 경멸의 대상입니다. 이는 햇볕정책 지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입니다. 이 대북멸시정서는 햇볕정책 찬반 여부를 떠나 한국 유권자들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대북관입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김정일을 대신해 등장한 김정은이라는 북한 당국자의 존재가 이런 대북멸시풍조를 더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아마 동의하시겠지만 김정일의 경우 대단히 사악한 인물이긴 하지만 남북간의 긴장이 전면전 발발이라는 단계까지 악화되지는 않도록 상황을 통제할만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적어도 햇볕정책 지지자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김정은의  경우는 그 본인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위험천만한 풋내기라는 인상을 심어줬을 뿐더러, 북한내 강경파 군부를 제 뜻대로 장악하고 있는지 여부마저 의심스런게 하는 인물이죠.


 
 2. 박근혜식 대북정책의 이미지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는 이명박에 비하면 한결 누그러진, 융통성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인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아크로에서조차 지난 대선기간 박근혜가 사실상의 <햇볕정책>으로 '투항'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도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래도, 박근혜가 내세우는 정도의 대북정책이라면 <새누리 측에서는 대북정책에 관해 전향적으로 입장을 움직일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다는데 동감을 표할 사람을 많을 겁니다. 이쯤되면 대북온건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 상당수는 북한이 이런 사정을 감안하고, 어찌되었건 정권도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옮겨졌겠다, 분위기 전환도 겸해서 그 쪽에서도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3. 한국인의 내셔널리즘

 그런데 현실은? 길게 적진 않겠으나, (아마 익명28호님이었나?)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한국을 호구로 보며, 자신들이 지금 '갑'의 입장에 있다고 착각하는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게끔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졌습니다. feed님은 이런 전후 맥락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대북 강경론자들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한국 내 햇볕정책 지지자들도 한국이 북한에 '을'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은 일절하지 않아요. 현재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명박 정권이 일본과 역사문제 및 독도문제로 강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골수 명박까들조차 지금은 이명박을 비난할 상황이 아니라고 여기고 잘한다는 말은 차마 못 할망정 최소한 침묵은 지키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북한은 지금 한국 유권자들의 '내셔널리즘' 정서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이 내셔널리즘 정서는 여/야 지지자, 햇볕정책 찬성/반대론자를 막론하고 한국 유권자 거의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에요. 이걸 북한이 계속 건드리는 한 북한은 박근혜 및 새누리당 지지율을 견인해주는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