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공 충만한 분들 사이에 첫 글을 올리자니 떨립니다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글 한자락을 올립니다.

원래 아래 sinner님의 발제에 대한 답글을 달려다가 회원 등급이 늦게 올라가는 바람에 못 남겼고, 지금 와서 댓글을 달기도 뻘쭘한 것 같아 본 글로 올려봅니다.


몇몇 분들이 통일로 인해 민주당 등등 호남에 뿌리를 둔 정당의 집권이 어려워지고, 호남의 쇠락이 가속화 되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통일에 부정적 의견을 갖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 듯 합니다.
일단, 북한 사람들의 배타성을 고려해볼때, 남한의 어떤 정치 세력도 북한 주민들 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마 자신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권하려고 할 겁니다. 정치 과잉의 사회에서 워낙 오래 산 사람들이라 정치적 위상에 대한 집착이 강할 테니까요.
이들의 인종주의에 가까운 민족 중심의 사고 방식도 남한 정당들의 진출에 제약이 될테고요. 괜히 북한 사람들 비위 맞추려다 나찌로 몰리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몇 년 전에 무슨 남북 회담때 북한 대표로 온 사람이 쌩뚱맞게 남한 다문화를 크게 걱정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찾을 수가 없군요.)

 

저는 일단, 개성공단이 이대로 소멸된다면 30년 이내에 통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개성 공단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통일 초기에 북한에 들어갈 기업들은 저임금 단순 가공 업체들로 호남 발전에 큰 도움이 안될 회사일 확률이 높아요.
북한의 끔찍한 인프라를 고려하면, 거대 장치 산업이 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이 고분 고분 무노조 무분규 노동을 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탈북자 숫자만큼 탈북자 단체가 있다고들 합니다.
오랜 폭압 정치로 주눅이 들어서 그렇지 역사적으로 봐도 북한 주민들은 개성과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돈 맛을 알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남한에서 듣도 보도 못한 막장 노조가 만들어지는 건 시간문제 입니다.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북한에서 초강성 노조와 각종 정치 단체들이 난립하기까지 3년도 안걸린다는 것에 십만원 걸겠습니다.ㅎㅎ

 

독일과 우리의 상황은 약간 다릅니다만, 서독 기업들은 동독보다 오히려 인근의 체코나 폴란드 등의 국가에 투자를 했고, 동독의 젊은 인력들이 서독으로 대거 이주해서 동독의 산업 기반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딱히 붕괴될 산업이 없긴 합니다만...;;
북한의 급격한 붕괴로 북한 난민들이 대거 남한 산업도시들로 몰려들어 각종 도시문제와 범죄가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덜 되어 외지인이 적은 호남이 교육과 치안이 양호한 거주 지역으로 선호될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햇볕 정책이 최근 민주당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 정책을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추종하더라도 깔 사람은 계속 까고, 표 안줄 사람은 안준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중심을 잃고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개성공단이 무산되면 남북 관계는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고, 박근혜는 MB시절과는 또 다른 환경에 직면하는 겁니다.
잃을 것이 없는 북한과 상대해야 하니까요. 북한 잃을 것 없던 시절 벌어진 사태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반박근혜라는 정파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이번 남북회담 무산은 차라리 환호할 일입니다.
햇볕정책 입안자들과 민주당이 욕바가지 뒤집어쓰며 이뤄낸 과실을 이명박이 미처 다 망쳐놓지는 못한 탓에 박근혜가 가만히 앉아서 따먹는 것이 유쾌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알아서 걷어차 주시고, 여론도 그저 칭찬 일색이라 포지션을 쉽게 바꾸지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 점점 흥미진진해집니다.
일말의 애국심이랄까 민족애랄까 뭐 그런 비스무레한 것이 개성공단 소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해서 웃을지 울지 모르는 심정이긴 합니다만...

 

사실 MB는 남북 관계에서도 전임자들이 욕바가지 뒤집어쓰며 닦아놓은 길 덕분에 반은 거저 먹고 들어갔다가 본인이 다 말아먹고 더 큰 사고 터지기 전에 튄 겁니다. 확실히 운이 좋은 사람이예요...;;

 

물론 위기 상황이 왔을때 박근혜 정부도 미국, 중국에 들러붙어 이것 저것 퍼주면서 강대국을 이용한 외교에 매달려보겠지만, 그 강대국들이 남한 괴로운 상황을 별로 싫어하지 않습니다.
아주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뭐라도 하나 뜯어낼 공산이 크죠. 천안함 사태 때 이미 다 경험한 일이예요.
상대에게 핵이 있는 이상 전면전은 애시당초 불가능하고, 그런다고 성질대로 군사 행동을 해서 국지전이라도 발생하면 주가 폭락이나 국채 금리 급등 같은 경제 위기를 박근혜의 창조 경제로 막아보려 해도 별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피로가 극에 달해서 특히 수도권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북 강경책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이 핵을 김대중이 퍼주기 해서 만든거라고 헛소리 싸지를 인물들이 난입할까봐 미리 약을 쳐 두자면


 

북한이 NPT에 서명 ----------------------------- 1985년
5메가와트급 원자로 전면 가동-------------------1980년대 말 <정확히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검색해보시면 금방 찾습니다.>
IAEA가 북한이 제공한 데이터 불일치 적발----------1992년
북한이 NPT 탈퇴----------------------------------1993년 초
서울 불바다 발언 ----------------------------------1994년 3월----> 이 시기에 이미 북은 상당량의 플로토늄을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1994년 중순 경 클린턴이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소개하고 영변을 선제공격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카터가 급히 방북을 해서 KEDO가 만들어지고, 한국은 북미간 협상에서 미국이 신나게 긁은 카드의 통장 노릇을 하게 되었지요.
요컨데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에 이미 북한의 핵 보유가 확정적이었고, 핵무기는 대북 지원이 있건 없건 만들었을 것이며, 아무 대책 없는 퍼주기는 새누리당 전신 신한국당이 훠어얼씬 많이 했고,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물론 김영삼이 끊임없이 삽질을 하긴 했지만 김영삼이 아니라 박정희 할애비가 있었어도 우리나라는 ATM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었을 겁니다.
남북 대결 구도하에서는 호구 노릇을 벗어나기 힘들어요.
그리고, 사족을 달자면 1994년 7월인가에 김일성이 죽었던 만큼 핵개발은 김일성의 업적(?)인 셈이죠. 결과적으로 핵실험을 한 것은 김정일이지만, 김정일은 한때나마 핵폐기와 개방에 대해 나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쨌거나 민주당은 이제 와서 어설프게 대북 문제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보다, 차라리 선명하게 대비되는 태도를 취해 새누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반격의 시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포지션을 바꿔 봤자 씨알도 안먹히는데다, 북한 문제가 어쩌면 민주당의 로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일 북한의 붕괴로 갑작스레 통일이 이루어졌을 경우, 새누리당이 북한 독재세력 처단하자고 나서면 내전 일어날 확률 99% 라는 것에 십일만원 겁니다.
북한 사람들, 특히 350만 로동당원들이 무슨 인도주의적 관점이나 상호존중과 타협의 정신으로 상생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안그래도 자신들이 대를 이어 추종하던 정치 세력이 몰락해서 특권은 사라지고 자존심에는 상처를 입은 마당에, 독재 세력으로 몰려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면 한반도는 그날로 제2의 아프간 되는 겁니다. 북한이 우연히 저런 철옹성같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현금, 주식이 휴지 조각 되고, 대도시마다 테러로 줄초상을 치루며, 안전한 집에서 일베질이나 하던 젊은이들이 하루 아침에 함경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총알 받이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얼마나 나올지 자못 궁금하긴 합니다.

사실 언제 끝날지 모를 내전을 치루게 된다면 과연 현재의 민주주의와 선거제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네요.

 

 


결론: 통일로 인한 변수는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 뭔가를 예상하고 속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