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에 쓴 글에서 한미FTA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한미FTA에 대한 글 한편 올립니다.
내용적인 부분보다도 원론적인 부분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 '개방 안 하면 뒤처진다?'

세계 경제의 변화라는 추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입장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상 수출이 아니면 당장 굶어죽기 딱 좋은 나라인 주제에, 전 세계가 자유주의적 FTA를 체결하는 마당에 우리만 뒤쳐져 있는다면 앉아서 망하는 길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릭 내수위주 경제였다면 모르지만, 혹은 가치 변동이 적은 예를 들면 석유같은 부존 자원 이주 국가였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례로,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구나 랍스터(를 위시한 어업), 전기 (수력발전률이 90% 가 넘는나라..아직도 발전 가능한 지형이 많다지요...현재도 남아서  스웨덴 등에 팔고 있음..)만 가지고도 1인당 국민소득 10 위권 안의 부국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능한 스토리 입니까? 이런 나라라면 FTA 안해도 되겠죠.

 yellowfever 님이 댓글에서 하신 이야기 중의 일부인데요. 한미FTA 협상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던 이야기인데, 저는 솔직히 협상 추진하는 쪽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 들으면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개방이 많이 된 나라입니다. 한미FTA 안 하면 개방 반대론자고, 폐쇄적이다...이런 식으로 말하기 힘듭니다. 그럼 우리나라가 미국이랑 지금 하는 건 무역이 아니고 뭡니까? 일단 FTA란 것 자체가 특수한 형태의 개방이란 걸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FTA가 자유무역이냐' 하는 거에 대해서도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양자간 무역협정 맺어서 하는 개방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한미FTA 맺으면 미국 제품에 비해서 다른 나라 제품 차별하는 건데 그건 자유무역이 아니죠?

                                                                                          -<장하준,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 240p 중에서

  기존에 WTO라는 다자간 협정을 통해서 국제무역을 추진해왔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하나하나씩 때려잡자 이런 식으로 해서 FTA라는 게 도입된, 그런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게 진짜 자유무역이냐'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걸 영어로는 경쟁적 자유화, 경쟁적 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정태인 씨는 '각개격파'라고도 하더군요.

 물론 '한미FTA가 자유무역이건 아니건, 어쨌든 대세이고 이 대세에 따르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답이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서도 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FTA란 건 하나하나 각개격파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큰 경제권들, 예컨대 미국, EU, 일본 이런 큰 경제권들끼리는 FTA를 안 하고 있습니다.(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큰 데랑 하면 당연히 자기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어려울테니까 그렇겠죠.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왜 굳이 더 큰 경제권인 미국이랑 FTA를 자진해서 맺어야 되느냐...진보진영 쪽에서 보기엔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미국 측의 강압에 따른 거였다면 이해라도 할법한데, 그런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각개격파되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걸 왜 굳이 우리가 추진해야 되느냐...저로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이랑 FTA를 먼저 맺어야 했다'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지만, 사후적으로 봤을 때도 미국이랑 FTA 맺은 나라가 많지 않죠. 그다지 '대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시 장하준 교수의 말을 들어보죠.

미국과 FTA 맺은 나라들 보면 호주, 싱가포르 정도 빼고는 가난해서 어떡하면 바나나 하나라도 미국에 팔아먹을까 하는 차원에서 한 거죠, 자기 나라 산업의 미래야 어떻게 되든 간에. 아니면 주옹에서 전략적 이유로 미국과 동맹 맺어 우리는 죽으나 사나 같이 가야 한다는 나라들 뿐입니다.
                                                                                                                       <장하준,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 237p 중에서 
 
더불어서, 미국 내에서도 꼭 FTA를 찬성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대통령인 오바마, 유력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등도 다 한미FTA를 반대했었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있죠.

 미국 안에서도 FTA를 통한 적극적인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득을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두 배인 60%나 됩니다. 통상 문제가 새로이 미국의 정치적 이슈로, 차기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는 흐름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 59p 중에서

 여하튼, 이런 이유로 '개방 안 하면 뒤처진다. 그러니까 한미FTA는 꼭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2. 절차가 '민주적'이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한미FTA가 한국 경제의 축복이 되든, 재앙이 되든 간에 '한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죠. 그렇다면 당연히 국민적으로 한미FTA의 내용도 많이 알려지고, 토론도 많이 벌어지고, 관련 산업부문에서도 손익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이런 과정들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되었나요?

2006년 7월 11일 현재
89.5%
"한미FTA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전국 성인남녀 800명 대상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FTA 최종합의문은
협상타결 즉시 공개하되
협상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3년간 공개하지 않는다..."
 
                                                                                                                   -<지식e채널> 2권, 112p 중에서

 사실은 한미FTA라는 의제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까, '잘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나온 측면도 있긴 합니다.(저도 당시에 한미FTA 기사 이것저것 보면서도 따라잡기가 힘이 들더군요.)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국민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안 이뤄진 것은 사실이죠. 물론 한미FTA를 통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될 거라는 식의 홍보는 많이 했지만, 레토릭을 떠나서 구체적인 내용을 홍보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이런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한미FTA 구체적인 내용들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요.

또한 추진 방식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쪽의 목소리를 밟아버리는 방식으로 추진되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70622120030&Section=
한미FTA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 못하게 한다는 내용인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측면에서 비민주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부 쪽에서는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있는 마당에 반대 쪽의 논리는 광고를 못 하게 하는 건 매우 불공정한 게임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당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전혀 정권 측에서는 귀기울여 듣지 않았습니다.
당시 허세욱 열사의 죽음 앞에서도 정권은 태연하게 협상을 진행했죠. 언젠가의 한미FTA반대 집회에서는 상경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집회 참가자들 뿐만아니라 집회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마구잡이로 구타하기도 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70719114741&Section=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8802

이런 점을 돌이켜보면 반대 쪽의 논리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일방적인 추진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쓰다 보니 힘들어서 일단은 이까지만...;; 나중에 의욕이 있고, 자료도 좀 더 있으면 나머지 부분들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글: 한미 FTA를 바라보는 눈(2)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소리에 맞추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