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 정치인 개인

이런게 화제가 되나 싶은데, 이것저것 버무려서 이야기 좀 해볼까 해요.
안철수가 5.18 당일 광주행 열차를 타려는 게 무리라는 건 저는 합리적 의심으로 봅니다. 익명성을 문제삼는 건 적합하지 않죠. 팩트주의가 아니라 맥락으로 옹호하고 싶은데요. 원출처는 특정날짜가 아니라 그 즈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안철수 스스로 말했든, 서해성이 간추렸든 구전 중에 생략된 정도로 보기에 무리가 없죠. 서울 두고 광주 가냐는 건 일상에서도 겪는 낯설음으로부터의 자각 정도일 수 있고, 굳이 데모 목적이 아니어도 진실에 대한 갈증일 수 있습니다. 20대니까요. 어느 쪽도 분명한 해석이라 말할 순 없겠고, 이런 경우에 인간 안철수에 대한 신뢰가 스탠스를 결정할 겁니다. 만약에 오독을 의도한 작정이면 비겁한 일이고, 그를 야권 일부로 인정해도 지도자로 신뢰하기엔 무리겠죠. 그런데 저는 안철수가 사회적 이타성을 발휘하며 살았다고 생각해요. 존중받을 만한 삶이었고 인간성이 악질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쫌스런(?) 것까지 인격에 대한 탐구가 필요치 않다고 봅니다. 문제제기하는 분들은 마음 속에 몇 명의 지도자나 가지고 있는지 되짚어 보세요. 그리고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요. 안철수 정도면 새누리당에 가도 되는데 안갔습니다. 저는 부자동네 의사아들이 우리편 들면 기분이 좋을 거예요. 이건희도 이쪽에 선다면 기쁠 겁니다. 다만, 행동이 따라야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실천을 해야합니다. 지금 야권의 과제는 누가 착한지가 아니에요. 좀더 높은 곳을 봐야합니다. 우리가 요구할 건 고민을 비전으로 구체화하고, 서로 경합해서 다듬어내는 겁니다. 정치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방법론이 도출되는 게 아니죠. 그래서 저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을 지지했고, 지금 안철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모순된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이제 차분히 채워가겠다는데, 조바심 낼 필요 없다고 봅니다.


2. 박근혜, 권력의 정점

정치인의 퍼스널리티보다 확장해서 리더십에 관해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선거에서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은 리더십과 정책입니다. 우리나라 보수의 원류에는 박정희가 있고, 대중적 우파의 바탕에는 정책 방향이 아니라 리더십 스타일이 자리하죠. 이것을 추진력과 엘리트주의라는 두 기둥이 지탱합니다. 그 유산들이 이제 흩어지고 있다는 게 제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이명박의 '나를 따르라'를 겪고 나서 추진력에 대한 회의가 늘었습니다. 매체에서 정치적 어휘로 긍정적인 사용 뿐 아니라 절대적 빈도도 줄었다고 느껴요. 그리고 실제로 엘리트인지는 상관 없는 엘리트주의가 있습니다. 소수의 리더가 알아서 잘 할거란 환상이 있단 거고, 이건희의 한명의 천재론도 같은 맥락이죠. 우연적 요소가 작용해서 몇가지 성과를 내고 향수가 연장될 수 있단 걸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에서 이런 국정운영은 실패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에 대한 설명도 없고, 국민에 대한 반응도 없죠. 사과표명의 형태, 인사임명과 조직운영의 실태가 이 오류를 방증한다 봅니다. 
이건 박근혜가 오히려 권력의 속성을 잘 체득한 결과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서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부하 탓하기에 매우 적합한 형태의 리더십이죠. 그런데 사회에서도 보면 이런 행동이 단기적으로 인정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알아채고 뒷담화 0순위가 되거든요. 5년이면 국민들이 파악하고, 짜증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맥락으로 김병준의 '위민'이나 윤여준의 '스테이트크래프트'를 해석해요. 소수가 다수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다수가 스스로를 돕도록 하는 역할로 점차 정착될 겁니다. 의견교환과 상대존중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리라 봅니다.


3. 민주당, 대안적 세력

민주당의 타격지점이 바로 엘리트주의라는 게 제가 말하려는 겁니다. 무엇보다 우선할 일은 자체적 역량의 확보지만, 네거티브라는 검증도 이후엔 분명 필요합니다. 중요한 요소들을 따져보죠. 일단 성과가 있더라도 칭찬대상은 반드시 추진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이 될 겁니다. 폐쇄적 소수 의사결정구조는 권장하기 민망할 뿐더러, 한국의 공과 균형 컴플렉스로 보건데, 결과가 좋아도 과정에 대한 비판은 합리적으로 보여요. 그리고 역사의 조류가 우리 편입니다. 젊은 세대가 대화무시전략을 받아들일 가능성보다, 중년 세대들이 시대전환을 근거로 국정 리더십의 변화를 인정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시야와 역량이 부족한, 예견된 패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박근혜가 별로인 게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진 않죠. 그래서 정권의 실패를 우파리더십의 절명, 보수의 위기 구도로 짤 필요가 있습니다. 추진력과 엘리트주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고, 국민의 정치라는 구호를 가쳐오는 거죠. 그러려면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두 가지, 참여의 비배제성과 서민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당권을 당원에게 선출직은 국민에게 구호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원 전수조사나 당원참여 장려를 통해, 반드시 언행을 일치시키고 당심과 민심의 접합점을 늘려야 합니다. 당권도 국민에게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성의를 보여야죠. 참여를 존중하지만 이 포지션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포섭을 해야합니다. 궁극적으로 야권 내부의 잡음을 지우고, 대중결합이라는 이미지 세팅을 하는 겁니다. 서민적인 이미지는 천막당사 같은 이벤트나 지도자의 삶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니, 사회적 흐름에 촉을 세우라고 할 수 밖에 없겠네요. 


4. 국정원, 실재의 사건

조금 추상적인 얘기였는데요. 실제 사안으로 돌아올게요.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가 화제입니다. 국정원이 잘못했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어보입니다. 저도 뭐하는 짓인가 싶어 한심하고, 요즘 정부의 사과는 뒀다 썩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가지 사항에서 결을 달리해요. 먼저 저는 차를 치고 집앞에 죽친 것을 큰 과실로 보지 않습니다, 증거가 충분하다면. 왜 근거를 내어놓지 않는지, 집 알아내는데 접촉사고까지 내야 하는지, 증거인멸과 윗선지시를 제한하는데 여러사람이 막아야하는지 등 아쉬움은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처벌 받을 거 받으면 나머지는 도덕적 비난에 불과해요. 어설펐지만 공적 비리를 밝혀내는데 민주당의 공이 매우 크고, 윤리적 실수는 만분지 일쯤으로 봅니다. 도둑이야 소리쳤더니 소음이라고 처벌한 노회찬의 사례와 비슷하게 생각해요.
이와 별개로 국정원이 박근혜 캠프와 관련이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북 상대하라고 만들어 놨더니 국민 상대하는 것도 정신줄을 놨지만, 무엇을 했는지를 봐야죠. 그들이 국민의 기본권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군인 세워놓고, 어디 가두고 투표하라진 않았거든요. 그냥 입장을 표출한 겁니다. 권력기관으로써 철학도 형편없고 절차도 엉망이지만, 국민에게는 그냥 의견교환이 증가한 거라고요. 견해를 받을지 말지는 각자가 결정하는 겁니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을 부정합니다. 물론 권력으로써의 정당성은 의심스럽죠. 사전적으로 교감을 했단 사후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든 유착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여기서 탄핵하자는 주장이 이해는 가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권력기관이 언제 그렇게 자유로웠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되찾은 10년을 제외하고, 국정원, 검찰, 국세청 등이 얼마나 독립적이었어요? 그때 시민들의 여론은 어땠죠? 사람들은 이미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우리는 법무부장관이 도대체 무슨 논리로 방해하는지 비웃어야죠. 검은 거래가 밝혀지면 실컷 욕해야 합니다. 다만 정도라는 게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고, 격려해 줄 겁니다.


5. 공무원, 정치적 중립

연관해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어요. 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공무원은 공무가 직업인 사람이지, 공무가 전부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살아가는데 공무가 아닌 것도 있고, 그 중에 정치와 교집합이 있으면 기우는 게 당연합니다. 원래 임명직이고 선출직이고 일반행정직이고 대개 행정부 수장 아래에 있는 거거든요. 대통령이 정치인이니, 지시하는 일도 정치적이고, 따르는 공무원도 정치적인데 중립이란 건 성립할 수 없죠.
이건 처음부터 정치를 보는 시각이 잘못된 겁니다. 쉽게 보면 정치는 사회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데 막으면 안되죠.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데 누가 적합한지 누가 적합하지 않은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걸 생략하든 무엇을 강조하든 뭔 상관이냐는 거죠. 이상한 사고방식으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타인에게 강제하면 공무집행방해가 있어요. 조직기밀을 누설하면 내부징계를 받거든요. 독립성 침해에 관한 대처는 제도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사상과 활동을 제한하는 게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거예요. 애시당초 헌법 7조 2항을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정치적 이해로 인한 직무와 인사권의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해석할 일이지, 정치참여 금지로 보는 건 어이가 없습니다. 법에 맞는 권력 행사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법치주의 개념을 두고, 준법정신 요구하며 위법행위 금지로 해석하는 그림과 오버랩되요. 전임자들이 틀렸으면 좀 고쳐야 하는데, 지금의 법관들도 그냥 따라갑니다. 법조문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판례집을 교리로 모시는 것 같아요. 저는 경찰이든, 군인이든, 교사든, 행정직이든 조항에서 자유로워야 마땅하고, 국정원의 헛짓거리로 이 점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선거법도 생각해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