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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 가지 전제.
ㄱ)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 나라와 시대에 사는 인민들의 보편적 법감정 및 정의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ㄴ)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사회적 갈등과 대립 (특히나 그것이 소모적인 감정대립의 양상이라면 더더욱)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ㄷ)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표 떨어지는 소리가 덜 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처사이다.
ㄹ)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실효성이 크면 클수록 좋다.
2. 이번 민주당의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에 관한 의문.
ㄱ. 자발성 부인 논거가 미심쩍다.
김상희 등은 성매매의 본질?!?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금전적 필요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상대방의 지배 아래 예속시키는 것>이라 보고 있으며 바로 그것을 이유로 들어 <자발적 성매매를 전제한 처벌 규정과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장 모두 부당>하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 및 <금전적 필요성>이라는 두 조건을 만족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상대방(고용주 혹은 구매자)의 지배 아래 예속시킨다고 볼 만한 직종들은 성매매 이외에도 부지기수며, 사회 통념 및 현행 법제도는 이러한 직종에 대해서도 '자발성'이란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성매매 여성>에게 부당한 특혜를 부여하는 법안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한들 이상하지 않으며, 김상희 등이 이 반론을 용이하게 넘어설 뚜렷한 반박논거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지금의 나로선 알 수가 없다. 하나 생각해봄직 한 방도라면 가부장제 이론 등 급진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여성이론 몇몇을 끌어들이는 것인데 (굳이 남성은 처벌대상으로 남겨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이 급진 페미니즘에 경도된 시각에 근거한 것이라는 의심은 그리 터무니없는 의심이 아니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한 것이 급진 페미니즘 이론은 그 이론적 타당성이 보편적으로 인정/확인된 것이 아닐 뿐더러 (나쁜 의미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성이 강한 이론이다.
ㄴ.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라면 포주 등 업자들의 갈취 및 착취, 비인간적 대우, 성매매 구매자가 가하는 학대이지 성매매로 인한 법적 처벌은 그 우선순위에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런 부조리는 성매매가 불법이면서 동시에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피해규모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번 법안은 성매매 행위를 불법화하면서도. 동시에 여성들에게는 성매매에 종사하도록 이끄는 유인 하나를 더 추가해주는 법안이다.
ㄷ. 이번 법개정안은 현재 한국이란 나라의 보편적 법감정 및 정의관에 거스르는 바가 크며, 바로 그 이유에서 사회적 갈등 및 대립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되풀이하지만 이는 바로 '자발성' 부인 논거의 미심쩍음에 기인하는데, 성매매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면서도 국민들 상당수 (혹은 대다수)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다면 구태여 이런 법안을 제안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호하다. 같은 맥락이지만 보편적 법감정을 상당부분 거스르는 이번 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지지율 관리 면에서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ㄹ. 생각해봄직한 대안들 몇 가지.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보호 및 신장을 위해 권고/촉구한 사항은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아 등에서 미성년 매매춘을 행하는 상당수 한국인들을 처벌할 것과 사이버 매매춘을 방지할 대책을 촉구, 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결혼중매업체의 부당행위 및 인신매매를 방지할 법제정의 촉구, 여성의 인신매매를 방지할 광범위한 입법조치, 매매춘 수요의 억제 및 매매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경제능력강화 및 재활 프로그램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착취를 줄이는 방안을 실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권고안들은 한국사회의 일반적 법감정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여성인권보호의 실효성 면에서도 이번 법개정안에 비해 확연히 낫다.
이번 법안은 노무현 정권 당시 벌어졌던 집창촌 때려부수기 정책과도 그 궤를 같이하는 법 개정안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급진 페미니즘 사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 진영의 <기분풀이>법안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납치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야 애시당초 논외로 치고요.
저런 법안이 반발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전 개인적으로 차칸노르님 같이 법 잘 아시는 분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현실세계에서 '다른 조건이 (정확하게) 같'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저 위의 4가지 전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고요... 국민들 상당수 (대부분)이 반발한다는 데 대해선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 법안에 현실적인 영향을 받는 계층이라면 "성매수를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남성"들이 될텐데 체면문제 때문에라도 그렇게 드러내놓고 반발은 못하지 않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성매매 종사여성들의 열악한 처우 (비록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다니는 고소득 계층이라도 예외는 아님)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혜택은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만... 대안들(유엔 권고안)은 전반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데 이번 법개정안과 양립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안 보이는군요.
오히려 문제라면 통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 겨우 10명, 그것도 야당 의원들이 제안한 법안이 국회 과반수 동의를 얻을 가망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도 당장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과장된 목소리는 약간 호들갑처럼 보입니다.
1. 대체로 같을 것이다, 혹은 현저히 다를 것이라고 추정할 이유가 없다고 볼만한 상황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2. 국민의 상당수(대부분)이 어떤 저항감을 느낄 것이라는 것은 물론 제 추측이죠. 추측을 확인된 사실처럼 쓴 건 물론 제 잘못입니다. 그러나 내기를 하라면 적게 잡아도 절반에 가까운 (40% 이상?) 국민들은 이 규정에 어딘가 해괴한 면이 있다고 여길거라는 쪽에 걸겠습니다.
3. 정책에는 우선순위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실효성 면에서 의문이라는 점과 국민들 상당수가 좀 해괴하게 생각할 거라는 제 전제가 맞다는 가정하에, 굳이 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인력, 시간을 이 시점에서 투자할 이유가 뭔지 의문이라는 얘기죠.
4. 저도 이게 뭐 지금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킬 사안이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아크로에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보탠거죠.
성판매 여성이 죄가 없다.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면 성판매 여성들에게 이익이 되고 지위가 올라가게 되는 것은 부인할 여지가 없죠.
그런데 마약을 판매하거나 중개하는 행위를 비범죄화하면 마약 판매나 중개상에게 이익이 되고 지위가 올라가게 되는 것도 부인할
여지가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마약 판매, 거래 폭력조직에게 폭행, 협박이나 갈취를 당할 때 처벌을 각오하지 않으면 신고할 수 없었던 점이 해결되고,
마약 판매 대금과 관련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를 형사사건화 시키는데도 꺼리낌이 없어질 수가 있는거죠.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성매매는 해서는 안되는 범죄행위이고 근절되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성판매 여성만 비범죄화 하는 것이
어떠한 논거로 합리화 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를 하면 성매매를 하던 여성이 성매매를 그만두게 됩니까? 아니죠?
성매매를 없애자는 국가적 목적에는 도움이 되나요? 아니죠? 죄가 아니니까 더 많은 여성들이 쉽게 성판매를 하게되겠죠?
남은건 성매매특별법 시행 당시부터 제가 그 주목적으로 의심했던 성구매 남성의 처벌이라는 목적 한가지만 남는거죠.
성매매 없는 아름다운 사회? 웃기지 말라 그래요. 애당초 목적은 성구매 남성을 국가 공권력을 빌어 처벌하고 싶다는
한가지 목적 뿐인데
이런 법안이나 추진하고 있는데
페미 감정과 논리의 근본은 남성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제 주장이 설득력이 있나요? 없나요?
거기에 부수적으로 성구매 남성의 어떠한 행동이 마음에 안들거나 악의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꽃뱀도 나타나게 되겠죠. 왜? 성판매 여성은 죄가 없으니까.
이런 것이 성판매 여성의 이익이 되고 지위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 분명하기는 하죠.
오히려 성판매 여성이 폭행, 협박이나 갈취를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법이니까요.
이런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된 사회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의 입장은 애당초 성매매가 범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치어님이 말씀하신 폭행, 협박, 갈취의 문제나 화대의 소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성판매 여성만의 비범죄화 뿐인가요?
아니요. 성매매를 비범죄화해서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구지 성구매 남성을 꼭 처벌해야겠다고 성매매특별법을 강행해 놓고 성판매 여성들한테도 비난받으니까
이제와서 한다는게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인가요?
성매매는 범죄라면서 어떻게 성구매 남성만 가해자이고 성판매 여성은 피해자고 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나요?
성판매 여성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김상희 의원등의 입법자들이 먼저 그 정확한 논거를 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녀들(혹은 그들) 이 확신하고 있는 것이 돈을 주고 상대의 성기에 페니스를 넣어 섹스를 하는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이라면,
상대의 성욕을 미끼로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 성판매 행위가 범죄가 아닐 수 있는 논거를 먼저 대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매매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의 가치관 하에서는
서로간의 합의 하에 돈을주고 섹스를 하는 행위가 범죄가 되는 이유에 대하여 성매매특별법 찬성론자가
제대로된 논거를 대보시기를 요청합니다.
(저는 성매매가 좋아서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성매매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ㄴ)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대체로) 같다면 사회적 갈등과 대립 (특히나 그것이 소모적인 감정대립의 양상이라면 더더욱)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ㄷ)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대체로) 같다면 표 떨어지는 소리가 덜 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처사이다.
ㄹ) 법 개정안은, 다른 조건이 (대체로) 같다면 실효성이 크면 클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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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관점에서... 저는 저 위 미뉴에님의 4가지 전제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합법화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성매매는 나쁜 짓이다"라는 개념을 지니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나쁜 짓을 국가가 허용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일단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죠. 또한 성매매 반대 세력들이 너무 목소리가 큽니다. 보수 도덕주의자들과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이 문제에 대해선 손을 잡고 있는데 그 중 하나만 해도 상대하기 어려운 집단이죠. 설득도 안되고 그렇다고 힘으로 누를만한 명분도 부족해요. 무엇보다 그 모든 일을 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그리 크지가 않다는 겁니다. 기껏해야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약간의 향상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고), 공창제로 얻는 약간의 국가수입 (대신 엄청나게 더러운 돈이란 소리를 듣겠죠?) 정도인데 이걸 다 합쳐도 성매매 반대를 외치는 자들의 도덕적 명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시닉스님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변호에 거의 다 동의하면서도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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