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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 JTBC 회장의 어머니인고(故) 김윤남의 조문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다.

 

 

 

- <아시아경제>에서 발췌 -

 

 

지난 6일, 안철수 의원은 故 김윤남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노회찬 지역구 꿰찬 뒤 삼성가 장례식 참석, 뭐라하긴 힘들지만 아이러니 한 것도 사실이네", "저것이 바로 새로운 정치인가? 똑같은 기회주의자처럼 보인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음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판단한다.

 

 

 

 

특히 문재인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우리보고 삼성장학생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삼성가 조문은 우리 빼고 다 갔던데요?"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의원이 오늘(7일) 오전 11시 故 김윤남 씨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문재인의 조문은 착한 조문, 안철수의 조문은 나쁜 조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씁쓸한 일이다.

 

안철수의 조문과 문재인의 조문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삼성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사람이 삼성가에 조문을 갔다면, 그것은 '예의' 차원일 거라고 인식할 수 있다. 반면, 삼성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혹은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사람이 조문을 갔다면 그것을 단순히 '예의'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공평'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진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누가 조문을 갔는가' 혹은 '그 문의 의미가 무엇인가'가 아니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필자는 삼성가에 조문을 가는 것과 삼성이라는 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묻고 싶다. 어째서 삼성가에 조문을 가는 것이 '나쁜 짓'인가? '조문'조차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더 나쁜 짓은 아닐까? 혹은 그 태도 자체가 삼성에 쫄아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안철수는 삼성에 머리를 조아리지만 정의로운 문재인은 결코 그러지 않아'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문재인의 조문은 착한 조문이라고 자위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예의가 바른 것이고, 안철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거듭 강조해왔지만, 정치인은 시민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에 과도한 감정이입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특정 정치인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아하는 감정과 '지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더라도, 그가 바른 말을 한다면 수긍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감정'과 '지지'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우(愚)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의로운 문재인'이라는 자기만의 개념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파악하다보면, 어느덧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치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끝없는 자기합리화에 매진할지도 모른다. '안철수'에 대한 자기만의 개념화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낳는다. 대상을 객관화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아와 피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철수도 한 명의 정치인일 뿐이고, 문재인도 한 명의 정치인일 뿐이다. 그들의 뜻에 따라, 그들이 이끄는 대로 시민들이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뜻에 따라 그들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적어도 그들은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들은 독단적이고 무지막지하게 사람들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 아닌가?

 

'조문'으로 정치인을 평가할 것인가? '조문'으로 편을 가를 셈인가? 이젠 '조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싸울 것인가? 언제까지 이런 분열과 감정으로 '정치'를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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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