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논지는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동성혼 반대론에도 당연히 맹점이 있죠. 다만 법과 제도가 허용할만한 맹점인가 아닌가, 그런 맹점이 어느 쪽이 더 많은가에서 설득력에서 차이가 생기고 그것으로 승부가 결판이 나는거겠죠.  제가 보기에 동성혼 찬성론에는 불행하게도 법과 제도가 허용하기 힘들만한 맹점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정리를 좀 해봤습니다. 동성애 찬성론이 그것들을 잘 피해가는 논리를 개발한다면 꽤 설득력있는 논변이 될 것이고, 설득력있는 논변은 동성혼 인정 투쟁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죠.

(아마 이 글을 끝으로 저는 논쟁의 대열에서 이탈할 것 같습니다.)


1. 자연적 기본권과 자유에 대한 오해

모든 인간에게는 자연적 기본권이 있습니다. 근대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자연적 기본권을 헌법으로 보장해야하고, 결코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을 부정하면 신정국가나 독재적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는거죠. 

대표적인 자연적 기본권으로는 '사랑할 수 있는 권리' 가 있겠죠. 국민이 누구를 사랑하든 국가가 그것을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동성끼리 사랑을 하든 말든, 만화캐릭터나 소설속의 주인공을 남편 혹은 아내로 삼고서 평생을 독신으로 살든 말든, 애완견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던 말든. 극단적으로는 아빠나 엄마를 사랑한다해도 결코 국가가 방해하거나 간섭을 해서는 안되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자유라는 거죠. 그저 각자는 본인들 사랑의 결과에 책임만 지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국가가 자연적 기본권을 방해하거나 간섭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곧바로 국가가 그것을 무조건 보장하거나 법률로써 보호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이고, 때로는 더 큰 공익을 위해 제한을 하기도 합니다. 신체이동의 권리나 자유를 주장하면서 횡단보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마구 걸어다니면 공권력에 의해 제지를 당하는 것이 그런거죠. 그것을 국가의 부당한 권리 침해나 차별이라고 주장하면 웃음거리 밖에 안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죠. 누구를 어떤 대상을 사랑하든, 당사자끼리 서로 부부라고 부르기로 합의하고서 동거를 하거나 변태적인 섹스를 하든 말든, 국가가 그것을 침해하거나 방해를 하면 결코 안됩니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사랑을 동등하게 대하고, 모든 사적인 결혼을 법률로써 인정하고 보호와 지원을 해야할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있다 해서 국가가 부당한 권리 침해나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사촌누나나 오빠, 사촌형이나 언니를 사랑해서 서로 합의에 의해 사적인 결혼을 하고서 산다 해도 그 역시 당사자들의 자유이고 국가가 그것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단지 그들의 사적인 근친 결혼을 국가가 법적 혼인으로 인정하고 보호와 지원을 해야 할 의무는 결코 없다는 것이죠. 그저 국민적 합의에 의한 법률과 제도적 선택의 문제일 뿐입니다.

한국은 그저 근친이나 기혼자vs기혼자, 기혼자vs미혼자의 결합이 아닌 이상 이성간의 결합만을 선택하여  법률적 제도적 혼인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자체로는 국가의 그런 선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이번 논쟁을 하면서 국가가 동성혼을 법적 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마치 자연적 기본권이나 헌법적 기본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이거나 차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래서 동성혼 희망자들이 현재 부당하고 억울한 경우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도 많이 봤구요.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고, 매우 간단하게 논파를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는 동성끼리의 사적인 결혼을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그것을 법적 혼인으로 인정해줘야만 할 의무는 전혀 없는 것이죠. 사적인 근친 결혼자들이 자신들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고 있으니 부당하고 억울하다, 법적인 혼인 인정을 해달라고 호소해봐야 별무소용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동성혼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양심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써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동성혼의 법적 불인정이 부당한 권리 침해나 차별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정당성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자연적 기본권과 국가와의 관계를 매우 오해하는 주장이죠. 이 부분을 잘 구별을 해야만 보다 설득력있는 찬성론이 될 것 같습니다.



2. 동성혼은 반드시 동성애혼인가?

동성혼과 동성애혼은 다릅니다. 만약 동성혼이 법률로 인정이 된다 해도, 국가가 이성혼 인정 청구의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듯이 동성혼에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즉 동성애혼이 아닌 동성혼도 모두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이성애 취향의 동성단짝친구나 동성의 독신자들끼리 우정의 확인 목적 혹은 기혼자 혜택을 위해 혼인신청을 해도, 국가는 그들을 부부와 가족으로 인정하고서 이성혼부부와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행정비용이 무시할 수 없도록 상승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적 추론이죠.

왜냐면 이성혼과 동성혼의 차이 중 하나는, 혼인시장에서 이성애자의 동성혼경력이 이성혼경력과 비교해 매우 다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동성혼이 효과적인 재테크나 절세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의 성공담 정보가 인터넷등을 통해 퍼지면 얼마든지 '설마 그럴리가' 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솔까말 소개팅 자리에서
  
남- 요즘 동성혼 재테크가 유행인거 아시죠? 그래서 동창놈이랑 짜고 혼인신고를 한 적이 있는데 괜찮으시죠? 
여- 호호호. 요즘 그거 안하면 바보라던데요? 능력있으시네요

이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은 있으신가요?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가 동성혼과 동성애혼을 구분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또한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양가 집안이 강한 친인척 관계로 연결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서로간의 호칭도 누구씨에서 올케 동서 장인 장모 시부모 형수 제수 도련님 등등... 이런 문화적 충돌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동성혼 부부는 현실적으로 양가집안에서 내 논 자식들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전에는 그래도 쉬쉬하면서 사적인 결혼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동 커밍아웃을 해버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는걸테니까요. 

솔직히 제 생각에는 동성혼이 인정되면 막상 동성애자들의 혼인 신청보다 악용하는 혼인 신청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동성애 혼인 신청이란 위 설명처럼 자동 커밍아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즉 커밍아웃을 할 굳은 의지가 없다면 설사 법이 시행되도 대부분은 꺼리게 될거 같습니다.  몇몇 대단한 용기를 가진 동성애 커플들을 빼고는 실제 혜택을 받는 동성애 커플은 거의 없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예상되는 거대하고 격렬한 사회적 논란에 비해서 실효성은 극히 떨어지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3. 미혼자집단과 동성혼집단과의 차별 문제

한국 정부는 기혼자집단과 미혼자집단을 엄격하게 구분하고서 사회경제적 지원의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혼인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예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식이 있든 없든 기혼자와 미혼자는 많은 부분에서 법적 권리의 차등을 받고 있구요. 솔까말 미혼자는 정부 입장에서 '모든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완전한 성인'으로 대접 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그것이 '출산장려책'의 목적인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이 글에서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암튼 현재 객관적인 펙트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동성혼이 인정되면, 동성애혼이든 악용의 목적이든 상관없이 혼인신고만으로 간단하게 기혼자로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반론하실 수도 있겠지요. 악용하지 못하는 미혼자들이 바보인거지 뭐가 문제냐고요. 그러나 그런 반론은 '악용의 소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니 차마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국가가 '재태크 동성혼 기혼자' 와 '바보같은 미혼자'를 단지 혼인신고서라는 요식행위만으로 차등대우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혹시 차별하는건 아닐까요?


4.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가능성과 이성혼 부부들의 피해(?) 문제

현재 동성혼 찬성론이 전제하고 있는 혼인의 개념은 '2013년 현재의 혼인 개념' 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당당하게 부부로 대접받고, 이성혼 부부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싶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동성혼 인정으로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다면? 즉 혼인이라는게 지금처럼 "양가와 지인들의 축복 속에 사랑으로 결합하여 알콩 달콩한 사랑과 출산의 행복을 누리고, 감히 함부로 깰 수 없는 위중한 계약이며, 양가 집안의 친인척 결합이며, 정부로부터 각종 사회경제적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일생 일대의 중대 사건"이 아니라, '아무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놀이' 로 바뀐다면?  그것은 동성혼 찬성론이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니겠죠.

즉 A를 원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막상 손에 쥐고 보니 전혀 원치 않던 B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A가 B로 바뀐 원인이 본인들의 노력 때문이라면?

게다가 만약에 혼인이 지금과 달리 매우 가벼운 사건으로 취급을 당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성애자들의 혼인 역시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즉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돌렸는데 "에이, 요즘 개나 소나 다 하는게 결혼인데 무슨 청첩장은...." 이런 반응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동성혼 인정이 시행되도 당장에야 그럴 리가 없겠지만, 30년 40년이 지나도 그럴까요?

혼인에 대한 그런 인식 변화를 굳이 이성애자들의 피해라고 규정짓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많은 이성애자들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되새기면서 분노하게 되리라는건 뻔한거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제도의 변화는 많은 사회적 변화를 몰고 오게 됩니다. 1991년 가족법에 '아내의 재산형성 기여' 개념이 도입된 것 하나로 한국사회가 이혼률 최강의 나라, 선진국 부럽지 않은 프리섹스의 나라로 변화했습니다. 동성혼 인정은 그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한국 사회에 만들어 내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거죠. 그 과정에서 동성애자들은 물론 이성애자들의 삶과 운명 역시 매우 큰 영향을 받고 바뀔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닥쳐올 수 있는 그런 변화를 과연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감내하고 합의로써 동의해줄 수 있을까요?

당위성만으로 함부로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바로 그 때문인거죠.


맺음말

아마도 위에 열거한 것들 말고도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면 수많은 반대 논리가 등장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동성혼 반대론을 아주 단순하게 '동성애 차별론자' 로 규정하고서 공격을 하는건 매우 어렵다는 것이지요.

결국 동성혼 인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관용 밖에는 없습니다. 관용은 격렬한 논쟁 시도와 반대파들을 제압하는 투쟁을 통해서 획득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쉽게 반박당하지 않을 설득력있는 논지를 개발해야 하겠죠. 지금처럼 '니들이 동성혼을 반대하는건 동성애를 차별하고 혐오하기 때문이야' 라는 단순무식한 전략으로는 씨알도 안먹힐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