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관심이 (동성애자 "본인"이 아니라)온통 성행위 자체에만 쏠려있는 게 의아하더군요. 이성간에도 사랑을 하면 성행위를 하죠. 근데 성행위 자체가 말초적인 쾌감을 불러오는 것이라서 굳이 사랑을 수반하지 않아도 그 쾌감 때문에 성행위에 탐닉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사랑한다는 전제가 붙으면, 성행위는 언제나 그 사랑의 감정을 극도로 고양시키는 전인적인 표현으로 예찬이 되는 반면, 그 전제가 빠지게 되면, 쾌감만을 탐닉하는 인간들의 변태적인 욕망으로 폄하가 되죠.

그래서 부부(혹은 애인)사이라는 사회적인 인증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실제로 사랑을 하든 안하든, 부부가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는 그건 언제나 서로가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행위라고 사회가 묵인을 하니까요. 그래서 부부끼리는 69자세를 하든, 펠라치오를 하든, 애널섹스를 하든, 묶어 놓고 채찍질을 하든 그건 자기들끼리의 성적 취향의 문제인 거지, 그것 때문에 그 부부를 향해 변태라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행위"가 너무 변태스러운 거 아니냐며 손사래 치는 사람들은 있죠. 하지만 돌아서면, 와 신선한데! 나도 우리 와이프와 저래 보고 싶다..대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끝이 나죠. 그 부부는 아무리 변태스런 행위를 해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변태는 아닌 겁니다. 그건 언제나 사랑의 "과한" 표현일 뿐..

하지만 부부가 아니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황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데 그 부부가 만일 부부관계가 아니였다면, 그래서 사회가 인증해 주는 관계가 아님에도 그런 행위를 했다면 이분들은 바로 변태로 낙인이 찍히죠. 쾌감만을 쫒기 위해 고귀한 인간성을 저버린 더러운 변태 성도착증자 쯤으로 사람들은 당연하게 쳐다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마구 비난을 하죠. 일말의 주저함도 거리낌도 없이..(=그게 바로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는데..)

제가 동성애 논쟁을 하면서 느낀 것도 이 비슷한 감정입니다. 동성애자들도 인간입니다. 사랑의 감정은 이성애자와 똑같죠. 그 감정을 육체적인 표현을 통해 고양시키고 싶은 욕구도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근데, 동성애자들은 그 본능을 표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떻게 표출해도 변태가 되니까요. 결혼 제도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그 제도 바깥에서 정말 사랑하는 상대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국 이분들은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할 수가 없는, 사랑을 하는 순간 그것이 곧 변태적인 행위가 되는, 그래서 이분들은 존재 자체가 변태가 되는 겁니다. 애초에 인간적인 사랑을 할 수가 없는 비정상의 존재,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더러운 변태 성도착증자 취급을 받는 거죠.(=흐강님의 시선, 그리고 무의식중에 깔고 있는 반대론자 거의 대부분의 시선)

그럼 이게 차별의 시선이 아닐까요? 아니 그보다 대체 이분들은 어떻게 인간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는 걸까요? 사랑은 자기 개인에게 고유한 감정이고 그것은 누구에게 터치받을 성질의 것이 아닌데, 이미 사회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고 있죠. 동성혼이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배척하는 이유도, 사실은 너네가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이고, 동성혼 반대의 외침은 바로 그 간접적인 선포인 셈이죠. 그래서 동성혼 문제를 거론하면, 자꾸 엉뚱한 얘기들로 물타기만 합니다. 그것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무너진다는 둥, 다부다처의 상황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둥, 심지어 이제 수간도 인정할꺼냐는 얘기 까지 나오는데..

과연 이런 얘기가 나오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동성애자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모두 변태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죠. 그러니 그 변태적인 행위를 결혼제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이제껏 금기시되어 오던 온갖 다양한 변태적인 행위들이 들풀처럼 일어나 모두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될 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결국 "나는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동성애자들도 같은 인간이고 그 분들이 하는 것도 이성애자와 똑같은 사랑이라고 인정하는 분이 아무도 없는데, 똑같은 사랑을 두고 이성애자의 것은 옳고, 동성애자의 것은 틀렸고, 아니 틀린 정도가 아니라 변태적인 행위라서 그것을 사랑으로 인정하게 되면 나머지 온갖 변태적인 행위들도 다 인정해야 된다는 식으로 사고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데, 동성애자의 사랑할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 공고한 배타적 태도가 과연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의식과 얼마나 먼 것일까요?

논쟁을 위한 글은 아니고 다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남겨봅니다.(=밑에 수간 얘기까지 나오는 거 보고 울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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