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과 공간의 유무입니다.



일본의 넷우익은 대다수가 오타쿠입니다. 오타쿠와 넷우익은 놀라울 정도로 접점이 많습니다. 2ch는 대표적인 일본의 오타쿠 게시판이었습니다. 미국의 극우 사이트 4chan역시 이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당연히 일본 애니메이션과 기타 하위문화에 오타쿠적으로 열광하는 백인 소년이 만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너의 성향이 너무 전형적이라 마치 대구 달서구 동네 슈퍼 파라솔 아래에서 박정희 성군론, 김대중 역적론을 외치는 아저씨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일베 역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의대생이지만 컴퓨터를 비롯한 IT전반에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진 몰입형 소위 오타쿠형 인재가 만들었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당장 검색만 해도 해당 의사의 실명 사진이 돌고 있습니다. 

편견인지 아닐지 모르겠으나 심지어 의사라고 지칭되는 경우, 그 의사의 진료과가 일반인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사물'을 주로 관찰하는 영상의학과라는 점까지 인상깊더군요. 뭐랄까 이것이 악질성 픽션이건 그냥 일베를 의대생의 사이트로 승격시키려는 호의적 소문이건 정말로 넷우익의 오타쿠성에 딱 걸맞은 설정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넷우익은 공간이 있습니다. 공간이 있다는 얘기는 바꿔 말해 돈을 쓴다는 겁니다. 지금은 많이 형해화되었다지만 독특한 사회주의적 혹은 가부장적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넷우익들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만 해도 생계와 오타쿠 취미 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경제력은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오타쿠에게는 없는 아키하바라가 일본의 오타쿠에게는 있는거지요. 돈을 쓰니까 말입니다.

일본의 오타쿠들이 나름의 자의식을 가지고 심지어는 스스로를 약자로 지칭하면서 오프라인까지 나오는 넷우익으로 발전한 것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지갑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데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그에 비해서 한국의 일베충은? 이들에겐 그런거 없습니다. 일베 역시 오타쿠적 게시판입니다.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얘기들이 각종 정보라고 해서 올라오는 것이 극우적 게시글과 더불어 일베의 일베게시판의 주 메뉴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과연 이러한 오타쿠질을 하면서 어떤 시장을 형성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지갑이 없으니 공간도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한국의 일베충이 일본의 넷우익보다는 박멸하기 쉬울 것으로 봅니다. 예컨대 일본의 재특회를 비롯 넷우익 단체들은 나름대로 풀뿌리적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프리터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넷우익들이 그야 말로 푼돈을 넣어주는겁니다.

그런데 만약 만약 일베의 영웅이라는 변희재나 성재기 같은 이들이 재특회처럼 후원금을 받는다면 그렇게 잘 모일까요? 저는 안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일베에 대한 최고의 방책은 현재의 한국 경제 시스템에 맞추어 "비용은 최대로, 수익은 최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추신: 요즘들어 일베를 가보니 베충이들이 정치적 컨텐츠는 최소화하고 소위 정보글이라는 것을 많이 올리더군요. 그런데 대다수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글들이고 소위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분위기도 아닙니다. 하기사 그런 분위기로 간다면 일베는 친목질, 팬덤이 움직이는 사이트가 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베는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동네 미남이 수술해서 시(市)급 미남이 될 순 있어도 동네 추남은 아무리 고쳐도 추남입니다. 



그리고 아베노믹스 덕에 넷우익의 지갑도 얇아지는 아름다운 광경에도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