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 읽긴 다 읽었어요. 그런데 머 그렇게 어렵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읽어도 지금 정신으로는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렵지 싶네요. 글 좀 쉽게 쓰면 안되나? 그리고 아크로 게시판은 한 줄()이 너무 길어 읽는 게 피곤해요

 

me: 글이 어렵군요.. .. 단어가 어렵고 만연체이고.. 행도 길고.. 편집부에 이 얘길 전할께요

 

ho: 저는 이번 논쟁을 떠나서 이세훈의 디자인 서울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역겨워요 디자인관점에서 보면 천박한 물량주의 그 이상도 아니라는 생각이…

 

me: 전문가의 관점에서 훌륭하다던데..

 

ho: 세종대왕 동상은 머하러 그렇게 크게 세워놓는지... 세종대왕이 중요한 건 세종대왕이라는 인물이 중요한 건 아니죠. 그의 여러 가지 업적이 정작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중심으로 디자인해서 공간을 꾸미는 것이 훨씬 더 낫죠.

 

me: 듣고 보니 좀 생뚱맞은 거 같기도 하네요 세종의 동상..

 

ho: 오세훈의 디자인이라는 게 그런 식이죠. 대구 동화사에는 동양 최대라는 불상이 세워져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거대한 조형이 부처를 더 성스럽게 하는 건 아니죠. 마치 나치시대의 베를린처럼 웅장하고 때깔 좋게만 만들면 도시가 아름다워지나요? 정작 중요한 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와져야죠.

 

 me: . 생각나요 그 커다란 불상.. '천박한'이라는 것의 의미는 그럼 겉만 요란하고 속은 빈.. 그런 의미가 되나요? '보여주기'를 강조해서 오히려 가려지는 진정한 속내,라던가?

 

.. 사람들의 삶.  .. 저도 그렇게 표현했으면 좋았을걸..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와져야 한다.. 눈물이 다 나네요. ㅎㅎ 오버한다 하시겠지만. 굉장히 위로가 되는 말임다 저게.  즐겨도 돼..라니. T.T

 

ho: 그렇게 감동하시니 제가 감동의 눈물이 나네요.

 

me: (농담 아닌데..-_- 이미 화장질 두 장째 쓰는구만.,)

 

 ho: 도시디자인이 뭔가요. 본질적으로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들의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져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세종대왕의 동상을 커다랗게 세울게 아니라 세종대왕의 가치가 시민들의 삶에서 재창조될 수 있게 해야죠.

 

me: 그 동상은 이번에 만들어진 건가요? 원래 이순신만 있었나요?

 

ho: 올해 가을에 세워졌죠.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마치 세종대왕 경호원처럼 서 있답니다.

 

me: 그렇군요.. 어쩐지, 생소하더라니.. 10년 동안 못 본 곳이라 까먹은 줄 알았어요 제가

 

ho: 디자인이란 인민의 삶에 복무해야 하는 겁니다. 현대디자인운동의 요람이라는 바우하우스의 많은 구성원도 나치시대에 잡혀가 죽고 숙청당했죠. 빨갱이들이라고… 자유주의 사상 때문이기도 하고요.

 

me: 그러고보니.. 제가 오해한 부분이 있네요..  시닉스님이.. 맨날 밥그릇에만 집중하고 굶는 사람들의 끼니만 걱정해주면 그들은 문화적 소양을 쌓을 기회가 없다. 즉 공공의 역할은 그런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전 그걸 우선순위의 문제로 접수해서, 당장 먹을 끼니가 없는데 주위에 나무가 몇 그루건 벽화가 학교가는 길에 있건 눈에 보이겠는가,했거든요.

 

그 때 제 머리 속의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뭔가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고 난 후에나 즐기는 '사치'였어요. 삶 자체라거나 그 속에 녹아든 어떤 것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었던 거죠

 

ho: 물론 먹고 사는 게 먼저죠. 배 곯아 죽어가고 있는데 이건 눈에 뵈는 게 있나요?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라는 게 좀 배고프더라도 아름다운 음악,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거든요

 

me: .... 하루 두 끼만 먹더라도 디자인이 있는 삶과 디자인이 없이 세끼를 챙기는 삶의 질의 비교,가 가능하다면.. 저도 전자를 택할 거 같긴 해요. 그것이 한끼로 내려간다면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만.

 

ho: 그렇죠. 절대 빈곤이나 생사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사람들은 삶의 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죠.

  그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이는 것이 바로 다양한 문화적 욕구 충족이죠.

 

저의 경험을 들자면 고딩 때 점심값 아끼고 버스 차비 모아서 청계천에 음반 사러 돌아 니고, 헌 책방 뒤지고 했거든요. 그게 허영이라면 할 말 없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중요한 요소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me: 허영이라고 생각 안 해요. 홍난파와 윤심덕이 나오는 영화.. 제목을 잊어버렸는데.. 거기서 윤심덕이 '밥은 굶을 수 있어도 음악회를 못 본다면 살 수 없다'고 말하거든요. 그 때는 아주 어렸을 때여서.. 이해를 잘 못했어요. 그런데 그냥 멋있어 보이긴 했죠. 나중에, 제가 일하면서 학교 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한끼를 굶어야만 누릴 수 있는 게 생기더군요. 제게는 책이었는데..

 

ho: 그런데 오세훈의 문제는 그 방법이 전근대적이고 천박하다는데 있어요. 시민이 누리는게 아니라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죠.

 

me: 적어도.. 저 같은 시민을 위한 이벤트는 아니었죠. '자기들끼리' 노느라고 '우리모두의' 것을,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낭비한다는 억하심정이 컸어요. 그런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나더라'는 시민은 그런 구경을 누렸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ho: 보는 것만으로도 누렸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누림'이 어떻게 재 생산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죠.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좌파들의 오세훈 비판은 옳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많은 비극들이 있는 한 가운데서 그런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하는게 시장인데 그런 건 나 몰라라 하고 겉치레 행사들만 저렇게 열어 제치니 보는 사람 열불 나지요. 그런 불행들을 그런 이벤트행사로 덮어씌우고자 하니 참 답답한 거고요. 마치 로마시대 원형극장에서 검투사와 사자들의 결투로 시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희석시키는 것처럼요.

 

me: ㅎㅎ 그걸 쇼맨십으로 친다면요..정치적 이미지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의미로다가..   시닉스님이 주장하시듯, 수준이 높은 국민은 그런 이벤트를 열어주는 시정을 원한다, 한나라당은 그렇게 발 빠르게 적응하는데 진보는 이게 뭐냐, 하거든요. 구태의연한 구세대의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런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은 역시 선거를 의식한, , 이기기 위한 것인 만큼 '전략적'으로라도 '센스'를 키우자,는 문화욕구에 관한 각성을 말하는 거라고 이해했어요. 이런 생각이.. 검투사와 사자의 결투를 벌이는 정부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리도 그런 혈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와는 다르지 않나요? 로마의 원형극장은 목적의식적으로 서민의 불행을 덮어씌우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엥…... 혹시, 그랬을라나요..? 갑자기,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

 

ho: 상대가 돈으로 표 산다고 우리가 그럴 필요는 없고요. 그럴 능력도 없어요. 모든 이벤트에는 어차피 돈이라는 게 들어가거든요. 하지만 좌파도 좀 유연해 질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은 중우정치를 위한 도구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오세훈이가 하는 짓도 딱 그 수준이고요.

 

me: 전두환의 3S정책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네요 정말. .. 이 쪽으론 생각을 전혀 못했네요 전. ..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지점인데. 어째 스쳐가지도 않았을까..

 

ho : 많은 좌파 문화평론가나 예술인들은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서울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아사수준의 절대빈곤에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런저런 커다란 행사들로 그 사람들에게 '나 오세훈이는 여러분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 드리고 있습니다.' 하는 거죠.

 

me: 그들의 디자인을 보면서 감탄이나 하자는 줄 알았지.. 우리의 디자인으로 맞서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하다니. 제가 확실히..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굉장히 협소하게 생각했었네요.

 

ho: 맞아요. 삶의 질에 있어서 시민들이 문화, 예술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문화적 역량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금도 시민단체나 문화예술단체에서 풀뿌리문화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 못하거나 아주 작게 보이죠. 왜냐하면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서 그 활동들이 큰 이슈가 되지 못하죠. 좌파들의 문화적 능력은 정말 대단한데 이것을 커다란 물결로 만들지 못하고 있죠. 또 그런 인위적인 움직임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도 있고요.

 

me: .. 그렇죠.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왔었는데..  디자인,이라는 것과 문화운동을 접목시켜서 생각해보질 못했어요. 바람계곡님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던 듯 해요. 그걸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소리이고 전문가라야 제대로 말할 거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 실수였군요. ''의 대안과 ''의 영역이라는 것.. '찔러서 배우'지 않아도 아는 것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만들고 스스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운동을 고민하는 그것이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