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온 논의들을 취합해서 동성혼 찬성론자의 의견을 대략 나열해 보자면,

1.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의 성적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 
2. 동성애는 선천적이거나 최소한 선천적인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즉 불가항력인 측면이 있다.
3. 동성애자는 집단의 개념이므로 동성혼을 금하는 것은 인종차별의 혐의가 있다.
4. 혼인은 반드시 남녀의 결합일 필요가 없다.

뭐 이정도겠군요. (다른 핵심 논거 중 누락된 것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2번까지는 쉽게 동의가 되고 아마 대부분 그럴 줄로 압니다.
흐르는강물님 역시 비록 동성애자를 비정상의 범주에 두고 또한 선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교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하심으로써
십자포화를 맞고 계시지만 역시 어렵지 않게 2번까지도 동의가 되실 걸로 생각합니다.

3번은 아마도 근친혼, 중혼의 금지와 동성혼의 금지를 이질적 논의의 평면으로 설정하시는 분들이 차용하시는 논거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렇다고 인정한다면 동성혼 허용론자들의 가장 강력한 논거가 되겠군요. 
 
여기서 의문이 제목 그대로, 동성애자와 동일하게 역시 집단의 개념인 양성애자를 위한 혼인제도 문제입니다.

예컨대 남성양성애자 갑이 남성 을과 여성 병을 각각 사랑하고 있고 을과 병 역시 이를 알고 있으며 용인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러한 양성애자 갑들을 위한 혼인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한 것인지, 다들 어떠한 생각들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서 묻는 것입니다.
여기서 혹시 1대1의 관계가 아닌 1대多의 관계는 평등한 것이 아니며 종속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펴실 준비를 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서, 
더 나아가 을과 병 또한 각각 양성애자로서 둘 역시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가정을 미리 추가하겠습니다.
그런 분들은 완전한 삼면관계를 형성한다는 걸 전제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금지라는 이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어째서 곧바로 동성혼의 허용 주장의 강력한 논거로 될 수 있는지,
또는 되어야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동성혼 반대론자들에게 동성애자 차별론자라는 혐의를 함부러 씌워 그들의 급격한 인식변화를
외부적으로 강제하는 현 상황도 과히 정당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혼인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남녀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이라는게 기존의 통용되던 정의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게 남녀이면 족하지 사랑하는 남녀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사랑하니까 결혼하는게 대부분이지만, 비록 사랑하지 않아도 당사자간의 혼인의 의사 합치만 있으면
혼인은 성립되는 겁니다. 사랑하는 관계는 혼인의 개념요소가 아니죠. 물론 정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동성애자 역시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은 반드시 혼인을 허용해야만 할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인간이 맺을 수 있는 수많은 인적 결합 중에 남녀간의 특정한 결합만을 혼인이라는 제도로 보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랑하는 관계이기 때문이 아니고, 남녀의 결합만이 가져올 수 있는 자녀의 재생산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가족공동체와 종족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현재 이러한 기존의 혼인 개념이 더이상 유효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의식의 거대한 변천이 있었는지 의심스럽군요.
이것이 설사 유교적 관습이나 기독교적 교리에 기인했다한들 뭐가 달라질까요?
보편적 인식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제도보장은 투쟁의 대상이어야지 곧바로 당위적인 결론이 될 수 없는 겁니다. 

혼인제도는 비록 자연발생적인 것을 제도화한 것이기는 하나, 역시 인위적인 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시대상황과 역사의 발전 방향에 따라 재설정될 필요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사회 인식의 변화가 어떠한 법제도의 변천을 강제한다면 당연히
그에 순응해야겠죠.  

동성혼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도 이런 식으로 서서히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