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혹은 생산활동이 이뤄지면 소득이 발생하고, 소득은 크게 보아 다음과 같은 형태들로 배분됩니다. 임금소득, 사업소득, 부동산과 주식같은 자산 차액소득, 이자소득, 임대소득, 복지소득 등등등... 정치라는 것도 결국은 이 소득들의 각축장이고, 각각의 소득들이 배분되는 형태에 따라 정치판도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게 저의 평소 견해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부동산소득이라는 놈이 갑자기 사라졌죠. 지방 일부에서 반짝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락 내지는 정체상태입니다. 수도권이나 지방대도시들에서는 지난 1년동안 - 6% 정도의 부동산 마이너스 소득이 발생했습니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거의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고, 한국이 경제성장기에 접어든 지난 수십년동안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나 IMF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던 현상이죠. 

아다시피 한국에서 부동산소득은 임금소득과 사업소득을 찜쪄먹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소득이었습니다.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금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만 생존해야하는 매우 살벌한 세상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정치판 역시 극심한 요동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면 부동산소득이 사라짐으로써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 한번 예측을 해보죠. 

1. 임금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회로 재편될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사업가들은 그들대로 이전보다  더욱 격화된 경쟁에 내몰리겠죠. 더불어 부동산소득이 일정부분 억누르거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었던 임금인상 요구나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이전보다 더 커지리라 예상합니다.

2. 총소득이 똑같다면, 부동산소득이 사라짐으로써 여타 소득들의 증가 압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최근 복지에 대한 관심 증가도 '복지소득 증가' 라는 점에서 부동산 소득 하락과 일정한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부동산소득은 불로소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소비가 보다 합리적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벌써 부동산소득 믿고 펑펑 써대던 사람들이 거의 사라졌죠.

4. 정치판의 지역분할구도가 약화될 것 같습니다. 영남패권주의를 지탱하는 물적 기반이 부동산소득이었던 만큼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고, 새누리당의 영남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남패권주의의 물적 기반이 임금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전환된다면, 이전보다 더욱 노골적인 지역분할이나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래도 지역간의 임금 차별은 없었거든요.

5. 정당의 계층별 대표성이 보다 선명해질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이라는 계층노선과 더불어 '개발이익의 지역간 공평한 분배' 도 주요한 노선이었는데, 개발이익(최종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소득) 자체가 사그라드는 상황에서는 그쪽의 역할이 많이 협소해질 수 밖에 없죠. 그래도 아직 개발이익이 기대될 때 부동산소득의 지역간 불평등이 개선되기를 바랬는데, 엉뚱하게 부산 올인이라는 대삽질을 함으로써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암튼, 뭔가 우리 사회가 예측 불허의 태풍 전야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