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류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 하에서의 일반균형 상태를 시장에 참여한 모든 개개인들의 효용이 최고조에 달한, 그래서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 파레토 최적의 상태로 보잖아요?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상도 결국은 그 파레토 효율에 "근사치로 나마"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론을 찾고자는 거고요. 아래에 하킴님이나 비행소년님이 현대 주류경제학도 버블이나 공황 금융위기 등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그 망가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주류 경제학 나름의 현실참여와 개입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제 눈에는 그게 모두) 불완전한 현실을 완전경쟁시장의 가정에 일치시키기 위해 독점이나 정부개입 정보의 비대칭..등등 시장을 교란하는 현실의 여러 제약요소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제거하겠다는 얘기로 밖에 안들리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당면한 현실이 완전경쟁시장과 불일치 하는 여러 조건들을 찾고, 그것을 모두 제거하면 결국은 파레토 효율의 이상상태에 근접하게나마 도달할 것이니, 우리 경제학자들은 오늘도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의 선언을 하신 것으로 들린다는 건데..

하지만 현실의 시장에서는 외부성이 "상수"로 존재하고 있죠. 그 외부효과로 말미암아 시장이 교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전제에 해당합니다. 그게 완전경쟁시장의 가정 보다 훨씬 더 현실에 부합하는 대전제라는 거죠. 게다가 오늘날은 광고전성시대죠. 돈이 많아 광고에 물쓰듯 돈을 쓰며 홍보하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해 입소문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소하청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있다는 겁니까?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게 사기죠. 그러니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이미 기업들 간에 공정경쟁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독점상태가 구축되어 있는 겁니다. 오히려 그 사실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근본가정에 해당하는 셈인데, 도대체 이 현실의 조건을 어떻게 바꾼다는 거며, 그래서 파레토 효율을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그 파레토 효율이 분배의 정의가 실현된 사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거죠. 그렇게 온갖 복잡한 수식과 방정식을 동원해서 현실을 분석하고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아봐야 그게 이미 일그러져 있는 사람들의 분배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을 주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는 좀 더 근본적으로 주류경제학의 "가정"을 의문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거지요.

주류경제학은 가치를 개인의 "주관적인 효용"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주류경제학은 수급의 균형도 개개인의 효용이 상호 만족에 이른 상태로 묘사하고 그 균형상태를 두고 자원배분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졌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게, 그 개개인의 효용이 만족에 이른 걸 "가격"을 통해서 "(아무 근거없이)추측"하고 있다는 거죠. 

가령 판매자가 시장에서 오디오를 하나 팝니다. 그 오디오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3명(칼도, 피노, 어리버리)이 있습니다. 그러면 구매를 원하는 그 세명은 각자가 자신의 소득범위내에서 가격을 제시하겠죠. 그러면 주류경제학은 그 제시된 가격이 바로 그 구매자가 오디오에 대해 갖는 효용의 크기라고 말합니다. 자연스럽게 가격을 가장 많이 제시한 사람이 그 오디오에 대해 가장 큰 효용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주류경제학은 최고가를 제시한 사람이 오디오를 구매하는 것이야 말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 상태라고 말하는 겁니다. 근데 이게 맞는 소립니까? 어디 한번 보죠. 

이 오디오는 결국 어리버리에게 판매가 되었습니다. 그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으니까요. 근데 그 내막을 살펴보니 뭔가 좀 웃긴 겁니다. 어리버리는 부잣집 아들내미입니다. 아빠가 대기업 총수라서 살면서 노동은 커녕 손에 물한방울 안뭍히고 곱게 자라온 그야 말로 오리지널 귀족입니다. 근데 하필 오디오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옥션경매가 있으면 싱긋 웃으면서 그래 오늘 돈지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구매대열에 끼는 겁니다. 그래서 집에 각종 고가 메이커의 오디오가 수두룩하게 쌓여있는데도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과시적 소비에 나서는 겁니다. 그래서 평범한 회사원인 칼도와 음악하는 피노가 자기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액수를 부르며 그 오디오를 사간 겁니다. 사실상 어리버리에게는 그 오디가 있으나 마나한 가치없는 물건일 뿐인 건데..

근데 칼도와 피노의 사정은 다릅니다. 칼도는 그 오디오가 중고로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몇달을 돈을 모아왔고 마침 그게 매물로 나와서 이 경매에 참여한 겁니다. 이 오디오가 칼도에게 주는 주관적인 효용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죠. 피노 또한 마찬가집니다. 피노는 이시대의 노래하는 베짱이입니다. 돈은 안되는데 노래하는 게 좋아서 가수를 직업으로 삼았고, 그래서 전국과 지방을 순회공연하면서 그 불규칙한 수입으로 피노의 식구들이 겨우 먹고 사는 겁니다. 근데 마침 무대장비로 쓰던 오디오가 고장이 났고, 그것과 동급의 오디오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서 이 경매에 참여한 겁니다. 피노의 경우는 먹고사니즘이 걸려있기 때문에 결코 이 오디오에 대한 효용이 칼도에 비해 작다고 할 수가 없죠.

근데도 어리버리가 이 오디오를 사갔고, 단지 가격을 높이 제시했다는 이유로 주류경제학은 이 오디오에 대한 주관적인 효용이 어리버리가 가장 컸고, 그러니 어리버리가 이 오디오를 가져가는 게 사회적으로 최적의 자원배분이 이뤄진거라는 헛소리를 한다는 겁니다. 이걸 의료시장에 적용시켜 보세요. 당장 돈이 없어 수술못받아 죽는 사람들은 자기 생명에 대한 주관적인 효용이 그 가격을 제시할 만큼도 크지 않아서 죽었다는 소리 밖에 더 됩니까? 반대로 감기 걸린 것만으로도 초호화 1인실에 입원하는 대기업 회장님들은 자신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그 재채기를 치료하는데도 그만큼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곧 온 몸의 최적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주관적인 효용이 뭇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그러니 이런 회장님들에게 모든 고가의 의료서비스가 총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적인 자원의 최적배분 상태가 된다는 소리인데..ㅋㅋ 이거야 말로 돈있는 놈이 장땡이라는 천민 자본주의 사상을 주류경제학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고하게 뒷받침 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런 황당한 인식과 그에서 출발하는 갖가지 문제들이 현대사회에서 끊이없이 반복해서 터져나오는 근본이유가 바로 주류경제학이 인간의 효용의 크기를, 그가 지불할 수 있는 돈(가격)이라는 유일한 잣대로 독선적으로 재단했고, 또 수요와 공급이 하나로 만나는 그 시장가격을 무슨 일반균형이니, 자원의 최적배분 상태니..라며 공갈을 친, 바로 그 물신적이고도 천박한 주류경제학 특유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을 돈보다 천시하는 이 세태와 풍조에 의문을 갖겠다고 작심한다면, 결국 마르크스가 제기한 근본 물음, 과연 상품의 가치가 어디에서 부터 연유하는가를 묻지않을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마르크스가 구체적으로 제안한 그 노동가치론의 함의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이 여전히 크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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