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저 아래 있는 흐강님 글과 그 글에 대한 댓글들을 읽다가 길어져서 여기로 빼왔습니다. 지금 시간나는데로 (정말로 유유자적하는 입장에서, 즉 제 생업에 지장이 안생기는 페이스를 지키는 선에서 나름데로) 맑스 경제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대강 저도 여기까지는 이해한 것 같아요. 시상가격과 노동가치에 결정되는 자연가치의 차이, 그리고 시장가격과 (노동가치의 의해서 결정되는) 자연가격의 괴리가 너무 커질 때 금융위기(또는 공황)이 생긴다라고 맑스 경제학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 말이죠.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구체적인 것은 더 봐야하겠습니다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몇날을 골머리를 썩은 것을 생각해보면 나름데로 다들 흐뭇해하실 것도 같네요. (이게 아크로 들락거리며 토론하는 재미지 않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주제가 본질적인 것에서 약간 벗어나서 현상에 대한 예측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인거 같기는 합니다. 실제로 본질만 파다보면 너무 건조해지니깐 실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가 더 가죠.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주류경제학자들 또한 공황이나 금융위기에 대한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차라리 너무 많아서 탈이지요. 저도 이 가격괴리 또는 버블이라는 것에 관련된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일반 경제학에서 말하는 버블은 대개는 유동성에 관련된 이야기 것 같아요. 금융시스템(또는 은행 시스템)에 관련되어서 말이지요.

위에 맑스 경제학의 시장가격, 자연가격, 그리고 이 두가격의 불일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주류경제학에서 나오는 비슷한 이론을 하나 소개시켜드립니다. 정보의 비대칭이나 특정한 유동성 문제가 있을 때, 일반균형(가격)이 하나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Multiple General Equilibria)이 생기는 것이 가능할 때가 있습니다. 이 균형들중에서 가격이 가장 큰 상황을 버블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풀어드리자면, 시장균형(시장가격)이 하나가 아니라 여려개가 되는 상황이 있을 수가 있는데, 현실에 관측되는 것은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라는 것이지요. 대개의 버블 균형이라는 것의 속성은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대신에 굉장히 불안정한 균형(unstable equilibrium)이어서 약간의 외부의 충격에도 금방 깨어지기 쉬운 상태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순간 버블균형이 깨지고 나면, 급속한 속도로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가격이 낮지만 대신에 안정한 균형(stable equilibrium)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과정이 생기죠. 이런 식의 다이나믹스가 금융위기로 해석됩니다.

각설하고 하여간 뭘 말하고 싶냐하면, 주류 경제학이 금융위기 연구를 많이도 했다는 것이에요.

피노키오님이 여러번 지적하시기를 주류경제학이 금융위기에 대해서 뭐라고 공통된 의견을 낸 것이 있느냐라고 하셨는데, 잘 아시다시피 예를 들면, 1930년대의 대공황에 대해서도 주류 경제학계에서 정확한 이유는 이러이러했고 저런저런 방식으로 극복했다라고 하는 딱 한가지의 컨센서스는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원인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복잡한 이유에 대한 실타래를 아직까지 다 풀어내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이유들을 밝혀낸 것이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거시경제학자들이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봐라. 지난 수백년을 보면 최근에 와서는 금융위기의 빈도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아직 공황이 어떻게 생기는지 다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최근까지 경제학자들이 알아낸 지식을 통해서) 생길 수 있었던 더 많은 경제위기를 지금 현재의 수준으로 줄였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