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엔더의 게임

장르: 군사 SF

저자: 올슨 스콧 카드

년도: 1985


엔더의 게임은 SF 장르에서 이제 고전이 된 명작중의 하나입니다. 올해 가을에 영화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몇줄 써봅니다.


소설의 메인 스토리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조금 오래되고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배경은 근미래 세계, 태양계를 탐사해 가기 시작한 인류가, 태양계 외부에서 뻗어온 곤충형 종족과 맞닥들이고 전쟁을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지구는 곤충형 종족들을 한번 막아내긴 했지만, 이후 이어질 대규모 침공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천재적인 아이들을 생산해내고, 어린 나이에 사관학교에 집어넣어서 인류를 이끌 전술가를 키워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뽑혀간 주인공 '엔더'가, 자신도 의도와는 달리 지구의 운명을 구해낼 군인으로 훈련받고, 결국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냅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흔한 공상 전쟁 무용담 이야기로 그저 그런 소설이었겠지만, 실제 책인 이보다 훨씬 입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용을 전부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조금 이른 시기에 나왔던 스타쉽 트루퍼스처럼) 주인공 엔더가 그냥 단순히 인류를 위해 벌레 외계인을 무찌르는 전쟁 영웅이 아니라, 외계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인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학살하게 되고 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놀라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엔더'의 형과 동생의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형제들은 모두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대단한 천재로 태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1985년에 나온 소설임을 기억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전지구적인 전자 통신망"을 가정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엔더의 형 피터 (사이코패스이자 독재성향)와 누나 발렌타인 (박애주의적 이상주의자)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같은거)를 이용하여, 전자통신망에 가상으로 자기들의 아이디를 만듭니다.


그리고 피터와 발렌타인은 이 아이디를 이용하여, 정치적인 성향의 글을 작성하고, 그 결과 유명해진 다음,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궁극에는,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피터는 전지구의 대통령(헤게몬) 자리에 까지 오릅니다.... 즉 키워로 시작해서, 정계에 입문해서, 대선을 먹은 겁니다.


게다가 재미있는건 피터와 발렌타인이 정치적 성향의 글을 쓸 때,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본인의 성향과 정 반대되는 글을 써서 -- 독재성향 피터는 온건주의 노선을, 박애주의자 발렌타인은 매파적 정책을--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기믹질"을 한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소설은 1985년에 나온겁니다. 당시에 물론 모뎀도 있었고, 이른 형태의 BBS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전자 통신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킬 수 있으리라고, 그 당시에 내다 볼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SF 소설 작가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랄까 통찰력 같은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소설은 키워들의 드림 소설이 아닐수 없습니다. 진모 교수님, 변모 대표님, 어딘가의 말선생님...  혹시 압니까, 아크로에서 글쓰시는 분중의 누군가가 이다음에 대통령이라도 되게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