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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넘 답답해서 미뉴애님이 추천한 책을 읽었습니다. 다 읽은 건 아니고, 궁금한 곳만 찾아서.. 제가 피노님 설명을 듣고 이해한 것이 틀리지 않네요. 노동가치설에서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생산 비용에서 나오는 걸로 생각하지, 수요와 공급의 평형 결과로 생각하는게 아니네요. 수요에 대해서는 그냥 수요가 있으니까 생산이 되었지..이렇게 생각하는 거네요. 수요와 가격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네요.. 시장 가격이라는 게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이후의 경제학자들에서부터 나오는거고, 이래서 노동가치설은 "주류" 경제학에서는 reject 되는군요... 미뉴에님이 어느 댓글에서 노동가치설은 평형이론이 나오기전의 이론이라고 어디서 잠깐 썼었는데... 미뉴에님도 경제학자는 아닌데, 경제상식 내공이 보통은 아니신 듯...
피노/ 그 책이 개설서에 불과하고, 제가 뭘 잘못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 저자가 기본적으로 맑시스트네요. 그냥 그대로 옮기면,
P156 (adam's fallacy)
"노동가치설은 근본적으로 비용 가격 이론이다. 각각의 상품의 상대적 가격은 상대적 생산비용의 차이로 결정된다. 그래서 고전경제학자들은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를 들면, 리카르도는 가격이 비싼 아주 희귀한 그림같은 경우는 제외시켰다. 왜냐하면, 이 가격이 비싼 것은 투하된 노동시간으로 가치를 설명하는 법칙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고전경제학자들도 효용성 혹은 사용 가치가 교환 가치의 어떤 전제라는 것은 인지했다. 그러나 전체적 효용성이라는 것은 가치나 가격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포인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유명한 예가 다이아몬드와 물이다. 물이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유용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훨씬 비싸다. 그 이유는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비용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흠... 아담스미스의 자연가격이 요즘의 미시에서 말하는 평형가격하고 같은 개념이 아닌가요? 자연가격이 상품에 투입되는 각종 생산요소의 합이고 시장가격이 자연가격으로 수렴하는 것에 덧붙여서, 상품에 대한 유효수요에 따라 생산요소의 가격 자체가 변화하므로 결과적으로 생산과 수요가 모두 포함된 가격결정이론을 구성하게 된다는 식의... (개별상품의 유효수요의 작은 변화가 과연 지대와 같은 생산요소의 의미있는 폭의 가격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가 의문스럽지만 결국 평형에 이르게 되겠지요.)

지금 생산가격이 곧 아담스미스의 자연가격과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말씀하시는거죠?
그렇다면 제가 이해한 스미스의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어보입니다. 자연가격은 공급자측이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고 각 생산요소에 실제로 지불한 비용의 합입니다. 생산가격이 1000원인데 시장가격이 1200원에 형성되면(이 시점에서 시장가격 1200원에 일차적으로 수요가 반영됩니다) 200원의 초과이윤이 생기므로 보다 많은 개별자본이 이 상품이 생산에 뛰어들 것이고 이는 곧 이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의 가격을 올릴 것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의 자연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는 (제 해석에 따르면) 수요가 최소한 <간접적으로는> 가격형성에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전사님이 말씀하신 '아직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유효수요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불확실한데, 제가 말씀드리는 맥락에서는 <동일한> 상품의 생산원가가 변했을뿐입니다.

제가 개설서 읽고 하는 소리라, 자신이 없어서, 이 책을 그대로 옮기면:
P. 14 (Adam's Fallacy)
"시장가격은 그 때 그 때 물건이 교환될 때 마다 쓰이는 화폐량이다. 그 때 그 때의 수요, 공급, 예측, 사람들의 취향, 이런것들로 인해 시장가격은 fluctuate 한다... 시장가격은 자연가격으로 수렴하게 된다...스미스가 말하기를, 가치이론은 자연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를 말하는 것이고, '수요와 공급'의 힘이 자연가격 주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시장가격에 책임이 있다. 이런 시각은 현대의 가격이론과는 다르다, 현대의 가격이론은 수요와 공급이 시장가격의 proximate determinant라고 본다."
.... P. 19:
"고전 경제학자들은 시장가격이 자연가격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기술의 발전, 수요의 패턴, 이런 것들로 인해 시장가격과 자연가격의 관계가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현대 경제학에서는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이 일치하게 된 어떤 평형점을 상상한다. 그래서 시장가격이 자연가격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건 없는 상태..그리고 그 평형점에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한다."
이걸 읽으니, 스미스가 말하는 시장가격은 주식값 같아요. 그리고 자연가격은 어떤 펀더멘털 가치이고.. 주식값이 그 때 그 때 오르고 내리고 fluctuate 하는데, 어찌했건 그 회사의 어떤 펀더멘털 가치에 수렴해 가는 것 같은...
좀 이해가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니.. 그리고 왜 피노님 얘기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는지.. 고전경제학에서는 상품의 가치에서 나오는 자연가격이란 것이 있고, 시장가격이란 것은 그 자연가격으로 수렴해가는데 나오는 임시적인 가격,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나봐요. 노동가치론은 그 자연가격이 투여된 노동량으로 결정되고... 평형점, 그러니까 시장가격이 자연가격과 같아진 지점에서 보면, 이때 시장가격은 투여된 노동량의 가격이다..뭐 그런...
현대경제학에서는 (제가 배운), 가격은 시장가격밖에 없고, 어떤 상품의 내재적 가치를 나타내는 그런 자연가격이 있다고 생각을 안하는거지요. 전에 상품의 효용은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을 하시면서, 왜 그게 경제학의 분야가 아니냐고 하셨는데, 그 질문이 참 생경했거든요. 사람마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효용이 있고, 왜 가치가 있는지 다 다를텐데, 왜 그게 경제학에서 할 일이지? 심리학이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고전경제학에서는 상품이 내재적으로 가지는 어떤 자연가격 (이게 꼭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펀더멘털 따져서 그 회사의 적정한 주식값을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려요)이 있고, 그걸로 수렴해간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효용이 어디서 나오느나가 경제학의 주제여야 하지 않나고 하셨던 듯... 그래서 고전경제학을 전혀 모르고, 현대경제학밖에 배운 적이 없는 저는, 가격이 있다는건, 한계생산비용과 한계 효용이 평형이 일어나서 다 끝난 얘기인데, 이 가격의 차이가 투여된 노동량의 차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었습니다. 피노님 말대로, 가치 (스미스 말로는 자연가격)와 시장가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걸 전혀 생각을 못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1. 노동가치설의 한계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가격의 차이는 어디서 연유할까요? 부동산 하나를 짓는데 필요한 노동량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가격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그 부동산에 대해 느끼는 효용성이죠. 따라서 님이 원하시는 적정가격은 이 경우 절대 생산가격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다만 여기서 생산가격에 이윤이 들어가는데 마르크스는 이윤도 객관적 노동가치에서만 나온다고 했으니 이거 고려하고 생각할 것) 즉 이런 경우는 그 주관적 효용성이라는 가치는 사실상 거품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저게 반영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객관적 가치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의 국부와 GDP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기초하는데 마르크스 이론으로 저걸 제단하면 다 착취가 되고 맙니다.
이 경우 서울의 부동산의 적정가격은 결국 생산가격(객관적 가치)+지역적 차이에 따른 플러스 가격(주관적 가치)가 될 겁니다. 물론 이 경우 가치를 가격으로 전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국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생산 소비과정에서 결정된 저 시장가격은 정당하고 다만 소득재분배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족합니다.
2.
님이 예시했던 일정기간 갑자기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 역시 주관적 효용이 증가한 것이긴 한데 그 효용이 가수요입니다. 즉 더 비싸질 것 같아서 수요가 붙는 케이스 입니다. 이 경우 미시적으로 볼때 저걸 탓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결국 일정시기가 지나면 붕괴할 수 밖에 없으므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즉 거품이 생기기 전 단계에서부터(마치 생산단계부터 착취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저걸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경우 일정부분 정치적 역할이 중요할 겁니다.
3.
노동가치론이 아닌 잉여가치론의 경우 자본가의 기여를 사실상 부정합니다. 나아가 현대 기계문명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성보다 기계의 생산성이 더 높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노동가치론 내에서 일정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
주식 시장의 경우 그 팬더멘탈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주식의 경우 그 팬더멘탈을 멀로 잡을 것인가라는 객관적 기준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시장과도 비슷한데 노동시간이라는 객관적 가치외에 주관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 주관적 가치중에 상당히 견고한 그런 것들도 있거든요. 반면 투기의 경우는 정보매매와 같이 매우 찰라적인 가치에 매달리는 겁니다. 단타같은 게 사실 그런거죠. 워렌 버펫과 같은 경우 주식을 투자할때 단지 그 회사의 자산가치나 수익성만을 보지 않습니다. 그 회사에 대한 평판같은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아가 그 회사의 오너가 어떤 사람인지 등등등.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객관적 가치라는 건 분명 있습니다. 제가 노동가치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노동가치와 더불어 고려되어야 요소가 많다는 걸 지적하는 것 뿐입니다.


아니, 그렇게 쓴 건 아닌데... 이게 참 쓰는 글은 조심해야 해요... 저도 이 새로운 발견.. 노동가치설에서 말하는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의 관계가 꼭 주식시장 분석한 때 들어본 얘기 같은 거라는 거.. 이걸로 좀 생각을 하고, 피노님 얘기대로, 노동가치설이 뭔가 쓸모있을 수 있는데, 왜 이리 찬밥이지? 이러면서.. 생각하다 보니, 주식가격 연구하는 사람들이야, 적정가격 예상할 수 있으면야, 양잿물이라도 마실 사람들인데, (무슨 이데올로기에 대한 선입견으로 찬밥일거라 생각 안해서). 그러다가 쓴 얘기인데... 경제학자들이 뭐 바보라서 주식전문가들은 눈만 뜨면 하는 일을 안할리도 없고.. 피노님 얘기를 뭐 심각하게 받은 거 아니구요.. 피노님도 심각하게 한 얘기 아닌 것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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