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이 부쩍 일찍 나오더군요. 이는 자기 아래의 친노 직계들의 요구나 무언의 암시같은게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 안철수는 대선 이후에도 물가에서 활력있게 헤엄치는데 자신은 숨어지내자니 상당히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가장 큰 불안감은 무얼 해도 안 되는 입지라는 겁니다. 이것은 친노 지지자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이나 남은, 뒤집이서 출범한지 50일도 안되는 새 정부를 앞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는 봉하마을의 지지자들은 별나도 많이 별납니다. 문재인보다 훨씬 잘 나가는 안철수 지지자들도 그런 얘기는 안 해요. 지지자들조차 내심 흔들리는 거지요.

문재인은 노무현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재인과 노무현은 너무 다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안철수가 안무현이 되었고, 문재인은 문회창이 되었습니다. 친노, 노빠 여러분들은 이런 제 주장에 분노를 금치 못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노무현은 대통령 경선은 커녕 당대표 경선에 나선다고 해도 신기할 것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재선도 아닌 초선하고 반(재보선 당선)이라는 매우 짧은 원내 경력으로 국회 경험도 빈약하고, 계파는 커녕, 바로 밑의 보좌진들조차 빈약했던 노무현이었습니다. 2000년 총선의 패배로 대선 주자 중 하나에 올라 나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정치에 관심있는 일부에서의 얘기였지요.

노무현은 집권 이후엔 지지층을 이반시키고, 쓸모없는 정치적 야망에 사로잡혀 충분히 무난했던 거시적 경제지표조차 빛바래게 만들었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매력적인 후보였고 선거를 치르는 법을 어느 정도는 알았습니다. 어느 정도라고 제가 절하하는 이유는 그의 당선이 광주 연청의 조직적 지지로 인한 노풍의 점화, 막판의 정-노 단일화라는 노무현이 개입하지 않은 요행수나 운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존의 정치를 구태로 몰아붙이거나 혹은 새로운 정치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약자 행세를 하는 것에는 노무현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다소 짠해지는 그의 서민적 외모와 언행은 "보통 사람이 어쩌다 왕이 되는"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호할 노무현 후보로 완성된 겁니다.

그에 비해 문재인은?

안타깝지만 민주통합당에서 친노 직계만 어림잡아도 30명은 될 겁니다. 여기에 문재인에게 호의적인 486 범친노와, 정세균계 범친노를 합하면 사실상 민주통합당의 절대적 다수가 됩니다. 김한길이 당 대표가 되었어도 각종 다 요직에 문재인 캠프 출신, 친노 직계가 중용되는 것은 탕평을 해서라기보단 당권을 김한길이 잡아도 어차피 구성원은 대다수가 친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이 계파는 커녕 자신의 의석 하나 없던 노무현처럼 맨땅에서 헤딩하는 정치적 약자를 자처해봐야 그걸 믿어줄 바보는 없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자신들의 전문성, 능력을 강조해야 되는데 안타깝지만 문재인은 그런게 없습니다.

참여정부에 있어서 문재인이 어떤 활약을 했다는 기억이 있나요? 차라리 유시민은 입이라도 잘 놀렸지 문재인은 존재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참여정부의 역점정책을 두고 전문성, 실력으로 포장할게 있을까요? 노무현이 주도했던 정치적,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열거합니다. 1. 대북송금특검, 2. 열린우리당 창당, 3.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4. 한미FTA, 5. 임기말 중임제 개헌. 이 중에서 지금에라도 친노들이 자랑스럽게 거론하는게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철수는 정치는 모른다, 경험이 없다, 정당은 중요하다, 정당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같은 얘기나 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얘기들은 이회창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노무현에게 했던 얘기와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회창은 자기 스토리와 스펙이라도 가득했지, 문재인은 노무현을 빼면 남는게 없다는 겁니다. 인권변호사? 존경해야 마땅한 이력입니다. 그런데 인권 변호사는 문재인 혼자 한게 아닙니다. 이번에 범친노로 분류되 원내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우윤근 같은 이도 인권변호사 출신입니다. 그것 하나로 유력대권주자가 되기엔 이미 야권 내에서 운동권 출신의 기득권은 이미 공고해졌습니다. 그래서 새롭지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문재인도 스스로를 약자로 자처하진 못합니다. 안철수에게 십자포화를 놓던 작년 12월에도 자기 스스로를 "야권의 맏형"으로 칭했습니다.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는 나무배라고 하진 못했습니다. 노무현이 했던 약자 행세를 할 수 없는 거지요. 노무현은 실제로 학벌도 고졸에 의원직도 없는 정치적 약자가 맞지만, 직계 의원만 30명은 족히 될 문재인이 약자 행세를 해봐야 믿어줄 사람은 골수 노빠 밖에 없습니다.


결국 문재인은 별 답이 없다는 걸 알 겁니다. 그러니까 계속 우왕자왕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친노, 그리고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같은 몇 언론이 안철수에게 들이대는 검증의 잣대는 문재인에게도 유효합니다. 안철수가 대권주자로 인정 받기 위해서 10월 재보선, 6회 지방선거에서 선전을 펼쳐야 한다면 문재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역시 부산시장,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야 합니다. 박원순도 안철수의 도움 없이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는 자세로 자력 당선되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검증을 받고 싶진 않을 겁니다.


문재인 개인에겐 미안하지만 노빠들의 힘도 이젠 별 볼일 없더군요. 차라리 윤여준 말대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친노 직계들의 청와대 진출은 없다고 선을 그엇다면 당선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당선되지 않았다라도 지금 쯤이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살았을 겁니다. 

문재인의 앞날엔 뭘 해도 안되는 상황과 더불어 능력에 비해 욕심은 많은 친노직계들이 있지요. 

물론 죽는 길에도 아프기만 하고 죽는게 아니라고 가끔은 뭐라도 될 것 같은 정국도 펼쳐지겠지만, 양김을 제외하고 대선 재도전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문재인보다 존재감이 10배는 클 이회창도 대선에 나올 때마다 1위와는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