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 천황과 헌법 개정, 그리고 보수층의 반발  http://ppss.kr/archives/7801
 
 (2) 한국이 잘못 바라보고 있는 일본 헌법 개정의 의미  http://ppss.kr/archives/7804

 위 두 편은 같은 필자가 쓴 글로 서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읽어보면 재밌음.
 후회 안 할 것.

 이하 본문 중 인상깊은 부분 조금 발췌

 
 

자민당의 2012년 개헌안과 되살아난 가족주의

자민당의 2012년 개헌안은 여성 천황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전통적 가부장제 부활’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몇몇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가족, 혼인 등에 관한 기본원칙) 제24조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단위로서 존중받는다. 가족은 서로 돕지 않으면 안된다.


식견이 좁기 때문에 헌법에 이러한 조항을 규정한 다른 국가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한다는 헌법의 역할을 생각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조항이다. ‘가족’의 중요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고 국가는 변화하는 가족상에 맞추어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인데, 대체 이러한 조항을 왜 집어넣으려 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떠오르는 것이 1941년, 일본의 파시즘이 막장으로 치달아가고 있던 때에 일본의 문부성에서 간행했던『신민의 길(臣民の道)』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우리나라가 가족국가라는 것은, 가족이 모여서 나라를 형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즉 가족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개개의 가족은 나라를 본(本)으로 삼아 존립하는 것이다.”


나치즘을 비롯한 전체주의 사상은 대체로 국가유기체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국가는 개인과 사회적인 계약에 의해 성립된 가상의 기관이 아니라 생물과 같은 유기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 속에서 개인과 가족은 국가라는 공동체(나치의 용어로는 민족공동체)를 구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시민 대 국가’라는 근대 국가의 기본적 도식이 사라지고 ‘국가의 신민’(제국 일본) 또는 ‘아리아 민족의 피와 땅’(나치 독일)이라는 도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독신이었던 히틀러가 항상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나치 독일의 고위 간부 집에는 화목한 가족사진이 반드시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 (중략) ... 


위에서는 가족-교육-전통-천황제의 논리를 강조하는 자민당의 멘탈리티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개헌안의 다른 조항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다음 조항을 보자.


(사상 및 양심의 자유) 제19조 사상 및 양심의 자유는 이를 보장한다.
(재산권) 제29조 재산권은 이를 보장한다.


얼핏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조항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헌법에 해당하는 조문에서는 ‘이를 보장한다’가 아니라 ‘(국가는) 이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개헌안에서 제시하는 조문에서 ‘국민의 자유와 재산’은 ‘침해당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주는’ 권리로 변한다. 이러한 시혜적 규정은 특히 다음 조항에서 잘 드러난다.


(헌법 존중 옹호 의무) 제102조 모든 국민은 이 헌법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조항 역시 다른 어느 나라의 헌법에 혹시라도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근대 국가의 헌법이 국가의 권력을 제한하여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러한 규정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역시 자민당의 국가관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