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방문한 빌 게이츠의 호주머니 악수법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언론에서조차 한국식 악수법을 환기시켰다고 하던데, 그 덕분인지 그 후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미국인사들이 보다 겸손한 한국식 악수를 한다는 보도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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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그렇고 페이지 구글CEO도 그렇고 박근혜를 만났을 때 모두들 정중하게 두손으로 악수를 했더군요. 사실 미국에서 두손 악수는 정치인들이나 유권자나 기부자를 만났을 때나 하는 오바성 악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인들이 두손 악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한손으로 잡는 악수가 표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아무렇게나 악수를 하는 건 또 아닙니다. 그들 나름대로 예의와 격식을 따집니다. 따지고 보면 악수라는 게 미국식 인사법이니까요 -_-; 

얼마전 빌 게이츠의 악수법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을 때 온라인 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게이츠의 악수가 비교대상으로 오르기도 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정말로 빌 게이츠의 악수방식이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달랐는 지 그의 바디 랭기지를 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읽히는 지 문득 궁금해져서, 주변의 젊은 대학생들에게 위 두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고 느낌을 물어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호주머니 이야기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다른 지적이 많이 나와서 조금 놀랬습니다. 제가 대충 번역해서 정리해 본 코멘트를 한 번 보시죠. "박"은 박근혜, "김"은 김대중의 악수사진에 대한 코멘트를 의미합니다. 
 

박. "내가 천 명이 넘는 유명인사를 만나 왔지만 개인적으로 당신에게 관심이 가진 않아. 하지만 기본예의는 지켜야겠지. 이런 느낌?" 
김. "김대중에게는 좀더 관심있어 보여. 하지만 여전히 손을 쭉 뻗지는 않는군" 

박: "빌은 상당히 캐주얼해 보여. 한 손은 주머니에 있고, 악수하는 손은 몸에 가깝다는 걸 보라고" 
김. "빌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존경심이 묻어나와. 살짝 몸을 기우는 게 훨씬 더 몰입하는 느낌이야" 

박:  "빌이 조금 긴장타는 것같은데? 빌 손이 몸에 가깝잖아." 
김: "빌이 조금 더 편안해 보이네. 얼굴표정이 반가워 하는 느낌이나. 하지만 여전히 바디 랭기지는 수동적이네" 

박: "빌이 여성인사와 악수를 해서인지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럽네. 주머니에 손을 넣는 건 별로 좋은 건 아니지" 
김: "빌이 두손으로 악수하는 걸로 봐서 완전히 악수에 몰입했나봐" 

박: "손의 위치를 보건대 다소 소극적인 듯." 
김: "이건 보통사람들이 하는 그런 스타일의 악수법이야" 

박: "편안해 보여. 아마도 너무 릴랙스한 듯. 손이 몸에 가깝잖아" 
김: "미소가 좋아. 하지만 손을 몸에 붙이는 건 여전하네" 

박: "몸에 붙이는 악수법은 퍼스널하면서도 자신이 좀더 컨트롤하겠다는 표시지" 
김: "아이 컨택이 좋아. 열려 있고 다정한 느낌이야. 여전히 몸에 손이 가까워" 

박:  "마음을 열지 않은 것같아" 
김: "빌은 부끄럼을 타는편인가?" 

박: "손을 쭉 내밀지 않은 걸로 봐서 좀 군기가 빠진듯한 악수야" 
김: "여전히 손을 뻗진 않지만 몸을 앞으로 기울인 건 관심이 있단 뜻이지" 

박: "눈맞춤이 좋고 관심도 있어 보이지만 손을 주머니에 넣는 건 예의가 아니지" 
김: "두손으로 악수를 하고 눈도 맞추네. 다정한 미소도 보이고. 여전히 몸의 자세는 별로야" 

박: "행복해 보이지만 맘을 연 건 같진 않아" 
김: "약간 가식적인 미소야" 

박: "눈맞춤이 좋아서 빌이 상대방을 챙겨준다는 느낌이야" 
김: "관심있어 보여. 근데 저런 손모양을 보니 빌이 아주 존경하는 사람인가봐" 

박: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악수하는 건 너무 풀어진 행동이고, 공식적이지도 않고, 조금 이상해 보이기까지 해"
김:  "여전히 어색해" 

박:  "Friendly, happy, informal" 
김: "Thankful, thrilled" 

박:  "쉽게 접할 수 있을 것같고 편안해 보여" 
김:  "흥분된 것같아 하지만 여전히 컨트롤할려는 느낌이야" 

박: "만나서 행복해 보이지만 자세가 별로야" 
김: "역시 행복해 보이는 데 웃음이 약간 가식적이고 자세도 별로야"

보다시피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날하지 않다는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원래 악수의 목적이 자기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절차였음을 상기해 보면 한쪽 손을 호주머니에 감추는 건 뭔가를 숨긴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상대방을 경계하는 느낌을 주는거죠. 한국에서는 이걸 싸가지가 없다는 쪽으로 받아들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느낌과 함께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경우도 꽤 있더군요.

 더 재미나는 건 빌 게이츠가 손을 쭉 뻗지 않고 자기 몸에 가까이 상대방의 손을 끌어당긴 것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많았다는 겁니다. 상대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 행동을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로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인들 눈에도 빌 게이츠의 악수법이 형식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보는 건 비슷하구나라는 걸 확인한 정도인 것같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빌 게이츠가 고 김대중 대통령을 대하는 데 있어서 조심스럽고 존경하는 느낌이 묻어다는 것이 미국인들 눈에도 읽히나 봅니다. 검색해 보니 이런 사진도 있더군요. 



끝으로 두 손 악수에 대한 제 사견을 밝히자면, 한국에서도 가급적 두 손 악수보다는 나이와 갑을 관계 상관없이 한 손으로 하는 악수법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악수하는 몇 초의 순간이라도 신분의 고하, 나이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것도 멋있지 않나요? 꼭 두손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존중과 존경심을 표하는 방법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