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면 저렇게 흡사할까. 차칸노르님과 피노키오님의 논쟁은 장하준과 공병호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논쟁의 '형식'과 '내용'을 쏙 빼닮았다. 여기서 차칸노르님은 공병호 그리고 피노키오님은 장하준. 단지 논쟁의 '논점'만 다를 뿐이다. 아니, 단어가 다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논쟁이 된 단어는 '개방' 그리고 차칸노르님과 피노키오님에서 논쟁이 된 단어는 '사회적 약자'.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이야기이다. 단지, 사회적 약자가 국가라는 단위에서 개개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개방은 지구촌이라는 단어에서 경제적 약자인 후진국이라는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아, 내가 오바한 부분이 있다. 차칸노르님은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셨기 때문에 공병호의 논리를 빼닮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피노키오님은 차칸노르님의 주장을 반박하기만 했을 뿐 자신의 논지를 주장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피노키오님이 장하준과 같은 입장인지는 모르겠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분야에 있어서 피노키오님의 주장들을 접해온 나로서는 피노키오님이 어떤 식으로 주장하실지 짐작이 가지만 자유주의를 참징한 파쇼자유주의자가 한국에 득실득실대고 그들의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한국의 풍토이다보니 피노키오님의 실제 주장이 어떤 것인지는 들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이다.


아마도.... 피노키오님에게는 대단히 실례되는 발언이겠지만.... 두 분의 논쟁의 '본질'이 (두 분이 파쇼자유주의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논지가 닮았다고 그 논지를 주장한 사람 역시 그렇다...라고 한다는 것은,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는 조선일보가 인권을 옹호하는 좋은 신문이라는 허접한 주장을 하는 꼴이지 않는가?) 파쇼자유주의 논리 vs. 파쇼자유주의 논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논쟁에서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고려한 피노키오님이 북한이라는 지구촌이라는 단위에서 반칙을 일삼는 미국에 비하여 한없는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북한에 대하여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입장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가 배고파서 강도짓을 했다고 그래서 그 강도짓 때문에 내 가족의 목숨이 위험해졌다고 그가 사회적 약자가 아닐까?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해서 남한은 굉장히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지구촌에서 약자가 아닌 것일까?



이런 나의 염려는, 자유주의의 본질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선언한 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포지셔닝은 실제 극좌에서부터 극우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유주의의 오염은 어쩌면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던,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이 김일성주의자에게 오염되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차칸노르님의 한국진보진영에 대한 비판, 그 비판이 있게 된 동기와 같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은 어떤 병에도 효과가 없다는 역설과 같다는 것이다.


어느 자유주의를 비판하던 학자는 자유주의를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그들의 전유물로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 그들의 목표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빼앗아  오고 싶다. 환원하면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내가 자유주의자가 못되는 것을 한탄할 지경이다"


"한국 사회가 워낙 꼬지다보니 민주노동당은 때깔 좋은 사회적 아젠다들은 독식을 했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가 너무도 꼬진 한나라당과 한국의 우파들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때깔 좋은 사회적 아젠다들을 독식하는 것이 정당한가?"



내가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던 이 내용을 차칸노르님 주장에 대입하면 한국의 진보진영이 저렇게 한심하게 타락한 이유는 바로 때깔좋은 사회적 아젠다들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때깔 좋은 사회적 아젠다들을 실천하는 우선순위를 정할 능력도 방법도 없는 것은 물론 실천적 행동이 정해지지 못하니 '반독재 구호'에만 매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때깔 좋은 사회적 아젠다를 무차별하게 선점한 진보진영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아젠다를 무차별하게 빼앗긴 보수진영이 나쁜 것일까? 여기서 차칸노르님은 양비론이라는 것을 차입했지만 실제로 더 심하게 매를 맞아야 할 보수진영에게는 '맴매'하고 때리는 시늉만 내고 진보진영에게는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오랜 독재 때문에 스스로 의사를 표출할 기회조차 얻기는 커녕 툭하면 사법살인(우리나라는 진보인사들이 사법살인을 당한 것이 세번이다. 아주 다행히도 DJ는 사지에서 귀환해왔지만-물론 1997년의 DJ는 진보이기는 커녕 신자유주의자였지만 말이다- DJ까지 포함시킨다면 네번이다.)을 당한 것이 진보(*)여서 병신이 다되었다.


그 병신이..... 아주 오랫동안 맞고 굶주렸던 그 병신이 좀 좋은 세월을 만나 스스로 기지개도 펴고 또 먹는 것을 좀 탐했다고 그렇게 타박을 하다니.... 그런 잔인한 잣대를 제발 부탁인데 보수진영에 들이댈 수는 없었을까? 솔직히 욕지기가 나온다.



2. 그렇다면 왜 한국에는 파쇼자유주의자가 득실득실댈까? 아래에 레드문님이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에 대하여 그 역사를 설명하셨는데 그 역사는 '참 잘, 그리고 간결하게 정리가 되었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즉, 호남을 볼모삼아 호남=빨갱이, 호남=진보 그래서 호남=빨갱이=진보라는 등식을 적용시켜 호남을 차별하고 빨갱이의 발언을 원천봉쇄하고 진보진영의 주장을 무위로 삼는 기동은 정확하게 지적하셨지만 '왜?'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는 레드문님의 주장은 정확하고 본질을 꿰뚫었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 파쇼자유주의자들이 득실득실한 이유는 바로 조시 스코트의 '근대화론'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거기서부터 거슬러 내려와야 뉴라이트 조직 중에 '자유주의 연대'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이영훈이 좌파학자인지 또한 좌파 이영훈과 우파 뉴라이트의 눈물겨운 국공합작의 변태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뉴라이트가 왜 박정희를 비토하고 이승만을 국부로 올려놓으려고 혈안이 되었는지 그러다가 요즘 뜬금없이 뉴라이트가 침묵하는지 그 변태성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고..... 그리고 차칸노르님의 논지에 환영을 한 변태적인 일베충들 그리고 그들의 논지를 옹호하는 변태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계속됩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