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벌써 76일이나 되었군요.

'이나'라고 붙인 것은 별 것 없습니다. 그만큼 피로도가 높습니다.

사실 박근혜의 지지율에 대해서 제가 한차례 다소 너그럽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특히 노무현 집권 이후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집권했다고 지지하는 과거의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 미국과 비슷한 형태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감안해도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의 지지율치고는 상당히 초라한게 사실입니다. 갤럽을 보니 방미로 인해 이번 주 중부터 금요일까지는 50% 중반에서 후반까지 올라갔던 모양이지만 윤창중 덕에 다시 원상복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을 TK인사들이 가장 내심 경멸한 김대중조차 집권 2년차까지는 60%의 지지율을 고르게 유지했습니다. (갤럽 기준) 여로모로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근혜 본인의 한계가 너무 일찍 나타나는 듯 합니다.

박근혜의 정치자금활동내역을 보면 유독 호텔비가 많습니다. 박근혜가 동네 호텔을 쓸 리가 없으니 당연히 비싼 호텔이라 그런 것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2010~2011년엔 연간 수천만원을 사용했으니 상당히 많이 쓴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근혜의 정치가 아버지의 정치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정희야 그 본인이 전면에 대중들을 상대했지만 박근혜는 그런 적이 별로 없지요. 매카시즘은 빨갱이 만드는 사기극이라고 핏대를 올리고, 나는 절대 3선 개헌 따위 꿈도 안 꾼다고 화려한 언변으로 거짓말을 할 정도의 인물이 박정희인데 어디 박근혜에게 그런 대중장악력이 있나요? 

박근혜가 한나라-새누리당에서 보여준 막후 정치, 원로들과의 교감을 통한 무언의 정치는 나름대로 강력했지만 대통령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당장 청와대에 갇혔으니까요. 이제 만나는 사람은 전부 노출되고, 당선인 시절처럼 자택에서 아무도 모르게 인선을 할 수도 없지요. 

까놓고 말해서 박근혜는 지금까지 거의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76일 동안 박근혜가 대체 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딱 하나 박근혜의 최고 장기인 미리 동선과 대본을 짜놓은 연설과 의전에서 만회할 기회가 왔지만 그것조차 공식적으로는 본인이 직접 발탁한 윤창중에 의해 깨끗하게 날라갔습니다. 

사실 박근혜의 십수년의 영애, 퍼스트레이디 경력이 만들어 준 장점들이 있지요. 완벽에 가까운 필기 글씨체라든가, 정해진 대본으로 하는 연설에서 보이는 깔끔함, 공식행사에서 기품있게 보일 줄 아는 세련됨 등등. 그런데 정치가 그렇게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버지의 인생만 봐도 알았을텐데 말입니다. 

박근혜는 윤창중으로 갈등이 생기자 결국 숨었습니다. 이미 대통령이 된 이상 박근혜의 입이 신비롭지도 않고 박근혜 한마디에 아우라가 생기지도 않아요.

뭐 박근혜의 이러한 정치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까놓고 말해봅시다. 어머니는 총맞아 죽고 아버지는 독재를 하다가 그것도 자기 고향 후배에게 총맞아서 또한 하필이면 자신의 아지트에서 딸뻘의 어린 여자들과 밤을 즐기려는 그런 상황에 죽었습니다. 이거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뿐인가 육사를 나왔던 동생은 2000년대 초반까지 (2004년에 소동기 변호사의 변론으로 치료감호기각 판결을 받음) 상습 마약 투여, 그것도 하필이면 대마초도 아닌 뽕, 필로폰으로 까십거리였고, 여동생은 나머지 형제와 끊임없는 갈등관계였으며 2008년에도 이런 소송전, 육영재단 투쟁 기사는 언론을 오르내렸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막장드라마같은 이런 상황이야 박정희 사망 직후 쭉 이어진 것이니 그 때나 지금이나 박근혜는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선 일반인이면 박지만처럼 되지 박근혜처럼 되기 쉽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수면위에 떠오르지 않고 조용히 물밑에서 막후에서 정리하려는 성향은 이런 배경을 깔아두고 눈에 띄지 않게 살아오면서 정계에 데뷔하던 98년 이전까지 체득한 삶의 미덕이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대통령은 도저히 그 직책상 그럴 수가 없으니 문제로군요.

이전에도 말했지만 TK정권은 박근혜를 기점으로 대가 끊어질 것으로 봅니다. 내각제 개헌이라도 하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선 확실하게 그렇다고 봅니다. 이명박이 변형된 TK후보로 수도권 색채를 매우 강하게 내포한 반면 정통 TK는 박근혜라 할수 있겠는데 지금 이 상황으로는 대중성이나 매력도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TK (출신) 정치인들이 성공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김문수, 이재오같은 TK출신 수도권계열도 그렇고 이한구, 최경환, 유승민 등 이 중에서 대통령이 될 사람이 보이긴 합니까?

아무리 새누리당이 쎄다고 해도 이한구나 최경환이 후보로 나오면 답이 없어요. 차라리 남경필이 표를 더 받을 겁니다.


하여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는 생각보다 야권이 상당히 선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될 경우 문재인의 재부상은 박원순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원순이 안철수 대신 죽은 노무현과 문재인을 파트너로 잡는다는 가정으로 말입니다. 현재 행보는 그렇게 가더군요.)

물론 매우 당연히 그 이전에 PK대망론의 주인공인 만큼 부산시장 후보에서 45%를 넘겨야겠지요. 그리고 부산에서 김무성이 안철수와 문재인 둘 다를 끊임없이 낚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계속 무시하면 없어보이니 (특히 지역구가 부산인) 문재인은 나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안 나서면 대선도 포기할 각오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