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기에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닙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뒤떨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 5~6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가난한 국가였지만 당시에도 엄연히 정상국가였으니까요.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항일무장투쟁을 하고 있는 유격대국가이죠.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했다는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고, 저는 오히려 그들이 정권을 잡은 것이 지금의 북한을 저 지경으로 만든 근본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일제강점기때 일본군과 직접 교전을 벌이던 만주의 독립군들은 1920년대 자유시참변 이후로 거의 소멸되었고, 30년대에도 지속한 것은 김일성부대가 유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신념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버릴 수 있고 견딜 수 있고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신념형의 인간들이 국가를 통치했다는 거죠.  저는 신념형의 인간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스탈린 히틀러 모택동 폴포트 등등 어떤 이념이든간에 신념형 혁명가들이 절대 권력을 쥐었던 나라치고 무사했던 나라가 거의 없어요.

그들의 항일투쟁은 가장 비타협적이고 용감했지만, 그런 경력과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능력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죠. 그들은 집도 가족도 버리고 눈보라치는 만주벌판과 백두산에서 개고생하던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국민들을 동원하고 개조하려고 했습니다. 항일무장투쟁은 이미 끝났는데, 권력을 쥐고서도 그 짓을 계속한거죠. 할 줄 아는게 그 것 밖에 없으니까요. 국가를 통치하는 능력으로는 빵점에 가까웠던거고, 그 결과 북한을 미제와 투쟁하는 거대한 병영국가 유격대국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당체 국가의 목표를 그렇게 설정하는 놈들만큼 미친 인간들이 또 있을까요? 

그 와중에서도 김일성은 아주 특별하죠. 20세기 이후 전세계 혁명가들중에서 자식한테 권력을 물려준 인간은 김일성이 유일합니다. 스탈린 히틀러 모택동도 감히 못하던 짓이에요. 카스트로가 동생에게 물려준게 비슷한 사례이지만, 라울 카스트로는 엄연히 혁명동지라도 되지 김정일은 당체 뭡니까? 최악이죠.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경제는 발전시킬 수 있어요. 북한 주민들은 교육수준도 높고 노동에 대해서는 상당한 훈련이 되어 있어서, 자본과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겁니다. 아프리카처럼 애초에 국민들이 공장이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훈련 자체가 안돼 있는 나라들과는 여건이 다르죠. 중국 국민들이 금방 자본주의에 적응을 한 것처럼, 북한도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중국은 문화혁명의 참극을 겪으면서 신념을 향해 돌진하던 사회분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되었고, 등소평의 개혁 개방도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런 경험조차도 없죠. '미제 원쑤들의 각을 뜨자'는 구호가 거리는 물론 가정의 벽에까지 붙어있어도 아무런 이상함을 못 느끼는 나라의 국민들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져버려서 많이 아쉽긴 하지만, 저는 언젠가는 벌어질 예정된 코스였다고 봐요. 노태우의 북방정책부터 김대중의 햇볕정책까지, 정상궤도에서 한참 벗어난 국가를 상대로 할 만큼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포기하고서 뭔가 굳은 각오로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처럼 떠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