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학계에는 모든 것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순수한 생물학 결정론자도, 모든 것이 후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순수한 문화 결정론자도 사실상 없었다. 시각 처리, 식욕, 성욕의 상당 부분이 선천적이라는 점을 부정할 정도로 극단적인 후천론을 편 사람은 없었다. 또한 사람”, “human”과 같은 단어의 소리나 철자 같은 정보까지 유전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볼 정도로 극단적인 선천론을 편 사람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부분적으로는 선천적으로 만들어지고 부분적으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많은 이들이 선천론/후천론 논쟁이 예컨대 “유전자-환경 상호작용”과 같은 개념으로 해소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여전히 선천론/후천론 논쟁은 영합 게임(zero-sum game)의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질투 기제가 존재한다”라는 선천론 명제와 “선천적 질투 기제는 없으며 질투는 학습, 문화, 환경 등에 의해 구성된다”는 후천론 명제는 양립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논쟁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하이에크는 진화심리학자(또는 사회생물학자)들에 비해 후천론 또는 문화 결정론 쪽으로 훨씬 치우쳐 있다.

 

Thus perhaps the chief error of contemporary `sociobiology' is to suppose that language, morals, law, and such like, are transmitted by the `genetic' processes that molecular biology is now illuminating, rather than being the products of selective evolution transmitted by imitative learning. This idea is as wrong - although at the other end of the spectrum - as the notion that man consciously invented or designed institutions like morals, law, language or money, and thus can improve them at will, a notion that is a remnant of the superstition that evolutionary theory in biology had to combat: namely, that wherever we find order there must have been a personal orderer. Here again we find that an accurate account lies between instinct and reason.

(The Fatal Conceit: The Errors of Socialism, 24, http://www.libertarianismo.org/livros/fahtfc.pdf)

 

하이에크는 개인 또는 사회의 질서의 기원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그가 “본능(instinct)”이라고 부른 것으로 이것은 유전자 수준의 자연 선택의 산물이다.

 

둘째, 그가 “이성(reason)”이라고 부른 것이다. 발명가가 머리를 굴려서 새로운 물건을 설계할 때 이성(또는 지적 능력)이 질서를 만들어낸다.

 

셋째, 그가 “본능과 이성 사이(between instinct and reason)”라고 부른 것으로 이것은 문화적 집단 선택의 산물이다.

 

그는 진화심리학자들에 비해 본능(선천적 심리 기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또한 거의 모든 학자들에 비해 이성에 의한 의식적 설계를 과소평가한다. 아주 많은 것을 문화적 자연 선택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문화적 자연 선택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밈 선택보다는 집단 선택에 의존한다. 하이에크는 문화적 집단 선택에 아주 많은 것을 맡기고 있다. 세 가지(본능 과소평가, 의식적 설계 과소 평가, 밈 선택 과소 평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다수 진화 심리학자들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 것 같다.

 

지나가는 길에 말하자면, 사회생물학자들 중에 법률이 유전체를 통해 전달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 같다. 사냥-채집 사회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법률이 어떻게 유전적으로 전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양자역학이 유전적으로 전달된다고 보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생각 같다. 그리고 사회생물학자들은 언어와 도덕의 상당 부분이 선천적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후천적이라는 점도 무시하지 않는다. 언어와 도덕이 문화권마다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볼 때 어느 정도는 후천적일 수밖에 없다.

 

 

 

아래 인용문에서 “evolutionary selection process”는 진화 생물학에 통상적으로 말하는 유전자 수준의 자연 선택이 아니라 문화적 집단 선택이다.

 

In view of this, it is important to avoid, right from the start, a notion that stems from what I call the `fatal conceit': the idea that the ability to acquire skills stems from reason. For it is the other way around: our reason is as much the result of an evolutionary selection process as is our morality.

(The Fatal Conceit: The Errors of Socialism, 21, http://www.libertarianismo.org/livros/fahtfc.pdf)

 

 

 

아래 인용문들도 그의 후천론적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Learning how to behave is more the source than the result of insight, reason, and understanding. Man is not born wise, rational and good, but has to be taught to become so. It is not our intellect that created our morals; rather, human interactions governed by our morals make possible the growth of reason and those capabilities associated with it. Man became intelligent because there was tradition - that which lies between instinct and reason - for him to learn. This tradition, in turn, originated not from a capacity rationally to interpret observed facts but from habits of responding.

(The Fatal Conceit: The Errors of Socialism, 21~22, http://www.libertarianismo.org/livros/fahtfc.pdf)

 

What we call mind is not something that the individual is born with, as he is born with his brain, or something that the brain produces, but something that his genetic equipment (e.g., a brain of a certain size and structure) helps him to acquire, as he grows up, from his family and adult fellows by absorbing the results of a tradition that is not genetically transmitted.

(The Fatal Conceit: The Errors of Socialism, 22, http://www.libertarianismo.org/livros/fahtfc.pdf)

 

 

 

많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규범과 언어의 상당 부분이 선천적이라고 생각한다.

 

규범의 선천성을 입증하는 Paul Bloom의 연구

http://cafe.daum.net/Psychoanalyse/HS9E/208

 

『언어본능: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