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량에 기반한 회원 정리를 하면 단칼에 씻겨나갈 듯한 저활동 회원 capcold입니다. H당의 초유의 미디어법 날치기를 각인하며 한두가지 생각거리 던져봤는데, Crete님 제안에 따라 아크로에 셀프 펌합니다. 좋은 확장/비판 코멘트, 함께 엮을 이야기들 모이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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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당 미디어법: 조중동 방송뉴스가 울려퍼진다 한들


!@#… H당,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또 많은 이들은 무슨 상황인지 별반 관심 없고, 그 중 어떤 이들은 조중동 방송뉴스가 울려퍼진다 한들 국민이 바보도 아니고 좀 그들의 민주적 역량을 믿으라고 한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바닥치고반등론™을 주장하는 부류도 있다. 즉 끝까지 망가져봐야 뭔가 깨닫고 혁명을 일으키니까 차라리 망해버려! 라는 쪽. 그럴싸한데! 라고 솔깃하실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

!@#… 우선 이 기사들을 읽고 오자. (클릭, 클릭)

어떤 느낌인가. 정치편향 없는 객관성? 일목요연?

글쎄. 근거와 명분 상실의 과정(클릭), H당이 여론수렴을 계속 훼방놓은 것(클릭), 더 나은 해법이 무시당한 사실(클릭) 등 정작 사안 자체에 대한 판단에 필요한 핵심적 사건들은 무척 기술적으로 모조리 증발했다. 그저 국회 정쟁 개싸움으로 포장하는 신묘한 기술인 셈이다. 이런 뉴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천만명만 모이면, 상황종료. “내가 권력을 잡을 때도 국민들이 이렇게 호구이기를 바란다”(아고라 게시판의 익명리플을 인용)의 세상이다. 진짜 무서운 사실은… 이게 그나마 스트레이트 기사를 스트레이트답게 써보겠다고 노력한다는 연합뉴스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실적으로 보건데, 조중동 레벨은 좀 더 상상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자연상태에서는 아무리 긴 겨울이라도 지나가고 봄이 오지만, 인간사회에서는 인간의 힘으로 역량을 발휘하여 직접 만들어내기 전에는 봄 따위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런데 국민의 민주적 역량은,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은 적응력이 보기보다 뛰어나서, 민주는 커녕 노예사회라도 또 노예사회 나름대로 적응하며 사는 것은 물론, 견디기 위해 기억을 미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예: 군대 사병생활).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은 반등의 추진력이 아니라 그저 목표치의 하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사람 패죽이는 군사독재만 아니면 민주주의 완성이라고 생각하고 H당에 투신한 수많은 민주운동가 출신 인사들을 보라.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언론판이 망가질 때 생각도 같이 망가지면 그게 바로 시민들의 원래 수준인거지 뭐, 그렇게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capcold의 경우는, 시민들의 성장 가능성을 불신하지 않는다. 계속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담론환경을 만들어주면, 스스로 그만큼씩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집요하게 지금 가진 기능들을 지키고 새 가능성들을 도입하여 실험하고 확장하는 과정에 주목을 한다.

예를 들어 MBC의 방문진 바탕의 소유 구조가 5공 정책의 산물이고 공영과 민영 사이 주인이 명확하지 않으며 노조가 자기 이해를 관철한다는 비판, 틀릴 것 없다. 하지만 그 결과 보도부문에서만큼은, 국가와 대기업 자본의 압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시민 정서에 더 가까운 현장 저널리스트들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는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의제와 프레임 쪽 이야기고, 보도의 ‘품질’은 별개의 차원). 즉 이상하게 붙여놓은 구조 속에서 오히려 긍정적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MBC 소유 경영 구조를 개혁해야 할까? YES. 그런데 닥치고 사실상 국영화하고 감사 팍팍 돌려서 정권의 하수견으로 탈바꿈시키거나, 민영화한다며 재벌과 재벌언론에 넘겨서 자본의 하수견을 하나 늘려줄까? 그건 좀 아니거든. 지금의 긍정적 기능들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세부적으로 찾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게 중요하다. 방문진의 이사진 추천 방식을 전문위원회화하든지, 국가의 비경영 투자 + 국민주+사원주 방식을 논의하든지, 뭐 기타등등. 보도의 ‘개김성’을 지금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며, 개별 취재의 품질은 높이면서 수익성도 보장하는 복합적인 임무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제대로 백업도 안해놓은 상태에서 닥치고 포맷하고 재부팅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 그렇기에, 차라리 망해버려, 라고 외칠 수 없다. 바닥을 치고 추진력을 얻는 것은 판은 막가는데 의식은 깨어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의식 자체를 마취시키는 판이라면, 바닥을 치기 전에 사회가 (지금보다 더) 멍청해질 위험성을 우려할 수 밖에. 게다가 솔직히, 바닥이라는 것도 따로 없다 – 지금의 조중동도 충분히 품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북녘의 조선중앙방송이 있지 않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까지의 조중동 신문의 문제적 보도 스타일과 독자 확보력으로 볼 때 그들이 방송뉴스를 확보하여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것은 충분히 반대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무리수를 동원해서 그들에게 구애를 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좀 심각하게 분노하며 반대해주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다.

 

PS. 사실 그냥 이 정도 이야기(클릭)으로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법하다고 봤지만 말이지.

PS2. 이런 기사도 한 번 보라. 장미빛 전망 일자리 2만 몇개 어쩌고… KISDI가 주장한거다, 라고 썼으니까 기술적으로는 오보가 아니겠지만, 뭐가 문제인지 좀 많이 뚜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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