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 중에 '기억의 저편(beyond the memory)'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내용은 한 여성이 납치를 당하고 성폭행을 당한 다음에 감금되어 있다가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탈출한다는 내용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합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후진국이라는 한국'의 사람들 수준이 '그 동네가 그 동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주인공을 향해 사람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까지도 조롱을 해댔기 때문입니다.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굳이 들자면 한국에서는 '여성이 단정치 못하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라고 하면서 오히려 성폭행 피해자인 여성을 '범죄인 취급'을 하는 반면에 영화 속에서의 미국의 경우에는 '성폭행 당할 때 기분은 어땠는가?'라는 식의, 피해자의 인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변태적인 호기심을 노출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폭행과 관련하여 내 친구 중 한 명은 '뜻하지 않게' 별을 두 개 달았습니다. 이 친구는 격투기 종목에서는 꽤 유명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얼마 전 제가 언급한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던 그 친구인데 전기고문으로 인하여 근육들이 파괴되어 운동선수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나 할까요? 그 후 이재에 눈이 떠 30대 초반에 이미 빌딩 두 채를 소유할 정도로 평생 먹고 살 걱정은 덜게된 '팔자 편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밤길을 가다가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성폭행을 하려는 상대방 남성을 폭행했는데 '일이 꼬이느라고 그랬는지(?)' 그 과정에서 오히려 '폭력 가해자'로 몰려 철장 신세를 졌고 그렇게 별을 두 개 달게 된 것이죠.



그가 첫번째 별을 달게 된 사연은 그 동네에 사는 것이 확실한 한 여성을 구하려다가 성폭행을 가하려는 상대방 남성과 싸움이 일어났고 싸우는 동안 여성은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났습니다. '이전투구'에서는 격투기의 달인도 소용이 없었는 모양입니다. 아니,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싸움은 당연히(?) 일방적으로 끝났는데 상대방 남성이 좀 심하게 망가졌던 모양입니다.


결국, 내 친구는 목격자인 피해 여성이 없는 상태라 거꾸로 '폭행 가해자'가 되어 경찰에 달려갔고... 결국 콩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돈 좀 벌었으니까 그 미친 인간에서 합의금 좀 두둑히 주지 그랬어?"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 내가 반은 상황을 바야냥 대면서 이야기하자 친구는 '절대 그럴 수 없었다'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뭐, 안가에서 전기고문을 당하면서도 굴복은 커녕 눈을 퍼렇게 뜨고는 '이 XX들아, 차라리 나를 죽여라!'라고 좋게 표현하면 '강직하고' 나쁘게 표현하면 '미련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는' 친구의 설명에 '하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합의를 해?"


"만일, 단순한 시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합의를 위해서라면 상대방 가랭이 사이로라도 기어 갈 수 있어. 그런데 그런 파렴치한, 약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놈에게 결코 합의를 할 수는 없었어. 그건 자존심의 문제 이상의 문제이니까"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감옥에서 새로 입방식을 하는데 사회에서의 범죄가 '유괴'나 '성폭행범'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오는 죄수들에게는 훨씬 가혹한 입방식이 치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떠올려졌습니다.


두번째 별을 달게 된 것은 첫번째 별을 달게된 과정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성폭력을 당할 여성의 집을 찾았고 그래서 경찰과 함께 그 여성의 집을 찾아갔답니다. 그런데.....


"잘못 찾아오신 것 같네요. 저는 그런 일을 당할 뻔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 여성은 싸늘한 표정으로 '사실을 부인한 후' 야멸차게 문을 닫더랍니다. 그렇게 친구는 두번째 별을 달게 되었습니다.



텔레비젼에서도 내 친구가 겪은 것과 비슷한 사례를 주제로 단만극을 방영했었고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로 몰리는 '억울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막상 피해를 입은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상대방 여성을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친구는 '또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래?'라는 내 질문에 '당연히 또 별을 달아도 여성을 구해야지'라고 답하면서 '그럼 너는?'이라고 되물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솔직히 자신없습니다. 성폭력을 당할 위기에 여성을 구할 것이라고 답을 할 자신이 말입니다. 뭐, 싸움이라면 1대1에서는 왠만해서는 지지 않을 자신 있지만(힘이 달리면 물어 뜯어서라도 ^^) 친구처럼 평생 먹고 살 재산을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을 달아 봉급쟁이 생활을 못하게 되면 '막노동판을 전전할 자신'도 없으니까요.



제가 차칸노르님의 '부부강간 관련 논지'에서 '섬세한 법률 시행'을 주장했던 이유입니다. 물론, 섬세한 법률 시행을 빌미로 부부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법의 근본적인 취지와 시행이 '열 명의 도둑을 놓칠 망정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비밀을 보장받아야 하는 '부부 관계'에서 비록 남편이지만 '강간을 당했다'라고 수치심을 느끼는 아내에 비해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 남편'의 대비되는 상황... 더우기 한국은 여전히 성관계에 있어서 남성주도적인 사회인 현실에서 '선진국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발생하는 경우, 여전히 남성 연예인의 경우에는 '그 것이 자랑인 반면' 여성 연예인의 경우에는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까지 몰리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실제로 '강간을 당했다'라고 수치심을 느낄 아내들은 오히려 '범죄인 취급'을 받아 이중고에 고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미국의 경우에는 '증인보호제도'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적 증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허술하여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는 상황에서 부부강간에서 '피해자일 아내'에 대한 인격존중의 제도적인 장치들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법이라는 것은 실행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상세가 따라주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그 극명한 예가 바로 '장기기증을 한 사람들'입니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또는 콩팥 하나를 이식시킨 사람들의 경우에 정부의 보조금도 변변찮지만 사기업에 취업할 때는 '불이익을 당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장기이식을 한 사람들이 '격무로 인한 건강 상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인식되고 이 것은 '산재발생 가능성'을 높여 결국 기업으로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이식한 사람들이 받는 불이익에 대하여는 아직도 방치 상태입니다. 당연히 '장기 기증을 해도 건강 상의 문제는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이지만 장기이식을 한 사람들에게는 의료보험비를 할인해주거나 산재를 당한 경우 기업의 부담금을 낮추고 산재 발생으로 인한 산재보험금 할증을 면제해 주는 등의 가시적인 행정 상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제가 차칸노르님에게 말씀드린 '섬세한 법 집행'이 의미하는 것으로 민감한, 그리고 자칫하면 여성이 이중의 고통을 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선언적으로 실시한다면' 글쎄요...


언젠가 제가 이야기한 부부강간은 순전히 '얼굴창녀들'만을 위한, 사회의 양극화와 함께 여성의 인권도 양극화되어가는 현실에서 다수의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특권측 여성들만을 위한 법률 장치'로 동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저의 염려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