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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2 10:19:51
한국에서 재벌들이 자식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힘은 여러가지가 작동하겠죠.
1. 자체 주식보유량
2. 오너에게 우호적인 주식의 량
3.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의 자식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
4. 기업은 창업자의 소유물이라는 봉건적 인식
5. 부자 동일체라는 유교적 문화 (서양에서도 가문이라는 형태로 혈통을 중시하는 비슷한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열거한 것들은 외국에서도 존재하고, 그래서 오너의 자식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기업들이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3 4의 경우가 한국에서는 유난히 높은 듯.
2013.05.02 12:25:37
위에 피노키오님이 열거하신 한국에서 재벌들이 자식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힘 중에 1, 2는 물리적으로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쉬운 예로 삼성은 이건희 일가가 가진 주식이 1%밖에 안되기 때문이죠. 한국도 이미 상당히 전문 경영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3. 오너의 자식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삼성의 경영인들을 갈아치울 수 있는 투자가(주주들)은 4와 5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외국인들이죠.) 그런데, (실제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은) 일반 대중들이 - 아마도 게중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일 수록 더욱 - 4와 5에 대해서 더 많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해외에서는 - 특히나 유럽의 경우 - 오너의 자식들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기업들이 꽤 되는데, 많은 경우에 그 일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양만 보면 최소한 5% 이상은 가지고서나 경영 승계가 일어나고 있고, 학계에서는 이 기준으로 이 기업을 일반기업이냐 Family Business냐로 실증적으로 구분하고 있더군요. (물론 5%가 진짜로 매직넘버냐라는 것은 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고 진짜로 컨센서스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주워들은 그쪽 학계의 대표적인 논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재미 있는 것이 보통의 외국 재벌들은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서 그룹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서, 한국의 재벌들은 cross-ownership을 가지고서 경영권을 지킵니다. 예를 들면, 삼성 이건희 일가가 (비상장)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고,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고, 또한 삼성 전자와 화재는 서로가 서로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각 계열사끼리의 아래로 옆으로 위로....... 뭐 이런 식으로 만들어놨는데, 교묘하게도 에버랜드에서 의결된 내용이 그 아래로 옆으로 또는 그 옆으로 교차하는 의결권을 다 합치면 모든 계열사를 다 어우를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삼성 구조본은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1%가지고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꾸며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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