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생각보다 마무리짓기 까다롭네... 여러분은 어떻게 끝낼지 생각도 않고 일 벌이지 마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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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느 고을에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그가 곧 '중달선생(重達先生)'이었다. 그는 나이 오십에 손수 정치에 뜻을 두어 펴낸 책이 만 권이었고, 또 미학의 뜻을 부연해서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대통령이 그의 행위를 가상히 여기고 의원들이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 고장 동쪽에는 공리자(孔里子)라는 미모의 과부가 있었다. 대통령이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의원들이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마을의 둘레를 봉해서 '이혼녀지영지려'(離婚女枝泳之閭)라고 정표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공리자가 수절을 잘 하는 부인이라 하는데 실은 슬하의 세 아이들이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세 놈의 아이들이 서로 지껄이기를,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찌도 그리 중달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

하고 세 놈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공리자가 중달 선생에게,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하고 간청하매, 중달선생은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는 것이 아닌가.

鴛鴦在屛(원앙재병)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耿耿流螢(경경유형) 반딧불이 흐르는데 잠 못 이뤄
維倚維子(유의유자) 저기 저 의자놀이 르뽀는
云維之型(운유지형) 누구를 표절하여 만들었나.
興也(흥야)                 흥애라

세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중달 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혼자사는 여인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다니 저건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중달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

하고 함께 의논했다.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꾐을 받을 수 있다더라. 우리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도록 하자."

세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 갔다. 중달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모가지를 두 다리 사이로 들이박고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간신히 기어올라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뜻밖에 하하하가 길목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는 중달선생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코를 싸쥐고 외면을 했다.

"어허, 교수(敎授)여! 더럽다."

중달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하하하 밑으로 기어 가서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우러러 아뢴다.

"하하하님의 덕은 지극하시나이다.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그 이름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짝이 되는지라, 풍운이 조화를 부리시매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감히 아래에 서옵니다."

하하하는 중달 선생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더러운 것아. 내 듣건대 교(敎)는 교(狡)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과거 호남에 민노당원이 삼백 뿐이라 이는 정신병이라 하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누가 곧이듣겠느냐? 너는 지금까지 도덕이란 전세낸 듯이 옳은 소리만 하다가 모 작가가 출판사가 자기 고료도 챙겨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자 갑자기 길길이 뛰면서 출판사 편을 들어 두둔하고 있으니 어찌 그 위선이 그리 심하단 말이냐? 너는 전에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악의 편이라고 하더니 스스로 주사파와 싸우면서 뛰쳐나와 이제는 문재인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너의 간사함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천하의 원리는 하나뿐이다. 호남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영남 및 기타 지방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호남인의 본성도 그러할 것이다. 너희들이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오륜(五倫)에서 벗어나지 않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언제나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감옥이나 기타 수용소에 들어가 있고, 발목에다 전자팔찌 차고 다니는 것들은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경찰서나 검찰, 재판소가 매일 붐벼나가 빌 겨를이 없는데도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심지어 고담대구 찜질방에서는 남근을 깨물고 어묵이라 알았다고 둘러대었으니 이 어찌 해괴한 일이 아니겠느냐? 광주항쟁 기간 동안에는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한 헌혈 행렬이 이어지고 행정력과 치안력 공백상태에서도 상점가, 금융기관, 백화점에서 단 한 건의 약탈도 없었으니 이로 보면 호남인의 본성이 타 지역보다 어질지 않느냐?  호남인들이 노빠 정치인들을 낙선시킬 때 너희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너희들에게 새누리당은 은공이 없고 노무현은 대학에 취직시켜준 공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들은 호남인들이 뽑아주고 지지해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다 저버리고 날마다 정당을 부산출신으로 채워 호남인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하고, 그도 부족하여 늘 호남 지역주의니 패권주의니 들먹여 그들로 하여금 도시에도 촌에도 살 곳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죽어서 나의 밥이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황봉투 (黃封套)란 놈을 놓고 보자. 항상 말은 많은데 쓸 말은 하나도 없는 놈이로다. 호남드립은 악의 없이 술자리에서 나오는 말이니까 그냥 넘어가거나 아니면 정중한 어조로 토론을 해야된다고 하면서 영남에 대한 비난은 조금도 참을 수 없다고 하지 않느냐? 과거에 자기가 한 말을 놓고 전에 이러저러 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언제 그랬냐면서 발뺌하고 그러면서도 욕하는 소리는 또 귀신같이 알아듣고 길길이 뛰어대니 어찌 한심하지 않느냐.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라 하고,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나니, 너희들은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벌을 잡아 꿀을 따며, 심한 놈은 애벌레를 젓 담아서 조상에게 바치니 잔인 무도한 것이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그렇다고 동물보호한다는 놈들은 더 나으냐? 갈도(喝盜)라는 도적을 보자면 스스로 개빠를 자처하여 다른 동물들은 먹어도 되지만 개만은 그래선 안된다는 개소리나 하고 있으니 어찌 이리도 편벽된단 말이냐?

하하하는 원수도 공덕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이것이 곧 예성(睿聖)한 것이다. 단 한 줄의 댓글만 가지고도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다만 말빨의 날카로움만을 가지고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온갖 그물을 만들어 냈으니,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그 위에 또 가지각색의 총이며 칼 등속에 미사일(迷思逸)에다 원자탄(原子彈)이란 것까지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천지에 불꽃을 쏟아 지진이나 벼락치는 것보다 무섭다.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이에 온라인(溫羅引)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으니, 그 케이블은 석 자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키보도란 물건에 연결해서 종횡으로 두들기고 찔러 대는데,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곧은 것은 화살 같고,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현피를 뜬다.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중달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해서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뢴다.

"맹자(孟子)에 일렀으되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목욕 재계(齋戒)하면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하토의 천신은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니다."

중달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아무 동정이 없기에 참으로 황공해서 절하고 조아리다가 머리를 들어 우러러보니, 이미 먼동이 터 주위가 밝아오는데 하하하는 간 곳이 없었다. 그 때 새벽 일찍 곰국을 끓이러 온 학생이 있었다.

"교수님, 이른 새벽에 운동장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중달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성현(聖賢)의 말씀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