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학 게시판
뭐 거창한 평은 아니고요, 지뇽뇽님과 베이지언님의 글을 보면서 위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이덕하님과는 일면도 없지만 이전 스켑렙에서부터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기도 하고. 물론 영어번역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강석하님이 말한대로 베이지언님이 대학원생인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에서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가끔 학술대회에 가면 열정에 찬 대학원생, 포닥들이 얼굴 벌겋게 달아 올려가면서 발표자를 공략하기 위해서 “못된(?)" 질문을 찾아내느라 눈알을 신나게 굴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의 질문은 진짜 몰라서 하는 것 일수도 있지만, 일종의 힘자랑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지역적인 문제를 질문하셔서 자신의 실력을 끼워넣어 한참 떠들곤 하지요. 그런 모습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실제 그런 성향은 아주 늦은 하수에 가깝지요. 어떤 사람은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데, 그 내용은 사실 매우 날카롭고 본질을 정확하게 찌르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들은 나중에 끝나고 따로 불러서 정식으로 수인사를 하고, 아래 연배면 크게 격려를 해줍니다.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들이죠. 이런 인간들이 결국은 일을 냅니다.
국내에 나와있는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은 대부분 한번은 본 것 같은데, 깨놓고 이야기하자면 이덕하님의 글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주류 특유의 몸사림, 또는 예쁜 말투, 이미 다 정리된 논지전개, 그리고 그 내용이라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외국의 이론을 좀 더 나은 영어실력으로 옮겨둔 정도로 보였습니다. 지식의 소매상...이죠. 자신의 이론이 없으면. 지식 소매상도 잘 하면 한 10년은 느끈하게 버팁니다만 더 큰 도매상이 나타나면 보따리 사야합니다. 제가 아는 한, 인문분야에서 소매상이 아닌 분으로 한 분이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인데요, 이 분에게는 자기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의 세계관이나 이론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의 진화심리학 관련 지형을 보면 80년대 유행한 맑스 이론의 수입공급 경쟁이 떠올랐습니다. 더구나 더 최악인 것은 자신의 이론이라고는 없는 주제에 굉장히 멋있게, 화려한 변설로 칠갑을 하는 류의 책입니다. 예를 들면 대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이런 식으로 약을 치죠.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이야기라는 말인지. 노벨상 수상자에게 사인을 받는다고 IQ가 +10 되지 않겠죠. 이런 책의 결론은 자기자랑의 변주곡일 뿐입니다. 그게 심하면 진정성을 의심받고 더 심하면 역겹죠. 개똥같아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소리에 저는 귀가 더 솔깃합니다.
오해일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덕하님 글에서 어떤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어떤 주제에 대한 강박적 탐구심이라고도 보여지고요, 일종의 오다꾸 정신인데요, 저는 이런 정신상태의 인간이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이에 비해서 몇 분을 제외한 주류그룹, 주로 안정된 직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박함이 안보이고 나와바리 의식밖에 안보입니다. 나와바리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하는 이야기는 보통 2가지 인데요 1. 학위있는가 ? 2. OOO책, OOO의 글 더 읽어보고 와라. 이런 식이죠. 1번 운운하는 것은 논쟁의 가치조차 없고요. 2번에는 좀 할 말이 있습니다. 간혹 잘 정리된 이론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식한(?) 질문을 살다보면 받곤하는데요, 그 때 정말 잘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식의 무식한 질문에도 매우 적절하게 답을 해 줍니다. 1년간 모르고 헤맨 개념을 대가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깨치게 해줍니다. 아주 쉽게. 이게 잘안되는 사람은 사실 전문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도 잘 모르는 인간들이 장광설로 자신의 무지를 까무쁘라주 할라고 하죠. 성철스님 말대로 도가 통하는 것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단박에 깨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요즘같은 세상에 그 분야를 잘 이해하려면, 특히 집중적으로, 학위과정이 가장 보편적인 길입니다. 이미 앞서의 방법론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그 길대로만 따라가면 대강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지도교수가 좋은 사람일 때만 가능하죠. 대한민국 박사학위 중에서 80%는 내버려도 될 정도라고 저는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별 경쟁력이 없죠. 저는 음악에는 아마추어이지만 관심이 많은 편이라 가끔 주류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집니다. 물론 학위를 한 분들이지만.... 진짜 재미가 없어요. 한 시간 시간을 주고 일반 대중을 앞에 두고 썰을 푸는 시합을 한다면 제가 음악학 박사 1,2명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헤헤.... 그분들은 제가 혼자 조잡하게 공부한 음악지식을 늘어놓는 것 조차를 매우 역겨워합니다만. 물론 저는 아마추어이니까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들은 그들의 나와바리 안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지켜야 하니까 지형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죠. 그래도 그 안에서 정말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어이구.. 저런 인간이 음악을 왜하지 ? ” 이런 맘이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학형 <입자물리학> <분자생물학> 연구자는 보질 못했습니다. 이게 집에서 책 사다놓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돈이 있다고 가정에서 원자로나 인공위성 발사체 이딴 것 만들지 못합니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다간 나이 50쯤 되면 대략 대학원 석사 1년 수준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화심리학>이 이런 <소립자 물리학> 이나 <분자생물학> 쪽인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일전에 경제학교수 4명과 증권사 지점장간에 논쟁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경제학 교수 묵사발 났습니다. 대학 학사학위 밖에 없는 지점장의 논리와 경험에 교수들 개박살났었죠. 물론 경제학 박사들 이야기도 틀린 게 아니었지만 그것 책이 있는, 남의 이야기죠. 그래서 이런 우스개 말이 있죠. 경제학자들에게
"현실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항상...." . ㅋㅋ 문제는 항상.. 이것이죠. 저는 경제학이 과학인지 정말 의문이 듭니다.
제가 국외 잡지를 좀 보는 편인데(정확히 표현하지만 받아만 두는), 그런 잡지 필자 중에는 정말 글 재미있게 귀에 쏙쏙들어오게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박사 학위자는 아니고 대학마치고 일찍부터 과학 프리랜스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입죠. 그런데 그 글의 수준은 우리나라 교수 수준보다 더 정확하고, 넓고 높습니다. 물론 한 분야, 지극히 좁은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 학위자를 이길수는 없지만 이런 지식보다는 보다 <통섭>적인 관점의 글이 더 의미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개별적 지식에는 어떤 노벨상 수상자도 이기질 못하죠. 노벨상은 그런 지역적, 배타적 지식의 발견이 아니라, 그 분야 지식을 하나의 틀로 묶어주는 <도구형> 종합지식에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어권의 경우에는 과학저술가로 살아가기에 충분합니다만 우리는 이런 시장이 거의 없죠.이인식 선생 정도. 이인식 선생은 요즘도 조선일보 기고하시나 모르겠네. 우리나라 과학글 대부분은 과학기자 아니면 대학선생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지만 재미도 없고, 깊이도 없죠. 대부분 외국잡지 소개하는 정도. 그것도 때때로 엉터리로. 이덕하님이 이런 일을 하시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아무도 안보는 학술논문보다 깊이있는 대중적인 글이 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해도 해야하고요. 변방의 진화심리학을 이렇게 끌어낸 일에 모든 주류 진화심리학자들을 이덕하님에게 크게 감사해야 할 겁니다. 마땅히 그래야하고요. 그의 도발적 문제제기는 박사들 100명이 하지 못한 일이죠. 싸롱에서 아줌씨들 앉혀놓고 말말말랑한 노가리풀 생각만 하고 있었지, 욕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은 없었죠.
아침에 글을 쓰고 보니 좀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저는 <절박함>이 결국은 <나와바리>를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이 결국은 <재주>를 이기듯이. 우리나라 어린 영재들이 유학가서 실패하는 이유는 <절박함>과 <호기심>이 함량미달이기 때문이죠.
하여간 논쟁에 참여한 3분 모두 분들에게 큰 발전과 즐거움 계속 되시길 바랍니다.
Finally, much of the work on group selection has been funded by the John Templeton Foundation, an enormously wealthy organization with an agenda to harmonize faith and science. The idea of group selection, with its spiritual and religious connotations—the process is often used to explain the prevalence of religion and societal harmony—is right up their alley. So the proponents of group selection monopolize not only the megaphones but the funding. In science, money talks.(Jerry Coyne의 글 중)http://edge.org/conversation/the-false-allure-of-group-selection
나와바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진화심리학이 기존의 심리학 이론의 핵심적인 전제(?)를 상당부분 훼손하는 그런 부분이 먼가여?
머 나도 심리학은 학부 교양정도 밖에 아는게 없고 진화심리학 자체는 솔직히 이덕하님의 주장을 통해 첨 들어본거긴 한데.
그런게 아니라면 단지 이덕하 개인의 글에서 현존하는 심리학계 일부를 깐 결과 그 반작용으로 생긴 나와바리 싸움이라는 의미인지?
전자면 좀 의미있는 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후자면 걍 별로 실익이 없는 논의같아서여. 특히 후자라면 이덕하님이 외국 유수의 대학에서 학위를 정식으로 따서 그들과 배틀을 하심 될 것이니.(물론 이덕하님의 문제제기가 의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안놀아주겠다고 하니)
전자라면 상당히 의미가 있겠죠. 기존 심리학계 전체의 밥줄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니.
즉 진화심리학으로 인해 기존 심리학의 전제가 무너진다면 기존 심리학 자체가 마르크스경제학이나 창조론 꼴 날 테니깐요.
전자인가요 후자인가여?
레드문 /
SSSM(Standard Social Science Model)이 상당히 거칠고 단순화된 개념이긴 하지만 기존 심리학과 사회 과학의 습성을 어느 정도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Tooby & Cosmides, 초벌번역 마침)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4
문화의 심리적 기초(Tooby & Cosmides, 106쪽 중 20쪽 번역)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38
그리고 기존 심리학과 사회 과학 중 많은 분파의 문제점은 “핵심 전제”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자잘한 실증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화 심리학에서 쌈박한 핵심 전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고요.
기존의 심리학이나 사회 과학은 핵심 전제가 별로 없으니 진화론의 기초이론을 도입하라 이런 소리인가요?
그렇다면 어느정도 의미있는 논쟁이 될 수도 있고 굳이 학위가 없다고 해도 논쟁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경제학이나 심리학이 진화론의 핵심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존 경제학이나 심리학은 의미가 없는 건가요?
진화론의 핵심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고도 경제학은 나름 구실을 하잖아요. 좀 더 좋은 경제학이 될 수 있는 차원은 있겠군요. 아니면 경제사쪽에서 좀 의미있는 그런거.
심리학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물질과 정신의 기본이론과 연결되기도 할 듯 하니. 진화심리학의 기존의 심리학을 잠식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법학은 어차피 당위를 다르니 좀 다를 수 있겠는데 영향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링크해 주신 건 읽어보겠습니다. 읽어보고 잘 모른 것은 질문할게요.
암튼 건투를 빕니다.
이덕하 님 : 심리학 중에서 정신분석 계열은 조롱만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신경심리학(Neuropsychology)과 신경생물학(Neurobiology) 혹은 생리심리학(Biopsychology, Biological Psychology) 연구가 주류가 되면서부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은 과학이 아닌 문학이나 말장난으로까지 폄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말쯤부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신경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과학의 어엿한 한 분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많이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과 그 개념들이 상당 부분 (신경)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 유의미성을 획득했다고 하더군요.
신경정신분석학(Neuro-Psychoanalysis)이라는 학문 분야와 그 학술지가 출현한 것도 꽤 오래되었죠.
따라서 아무리 과학주의자라 하더라도 이제는 프로이트류의 정신분석학을 조롱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확실한 듯합니다.
어... 영어번역은,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큰 오해가 없다면, 의역은 용인할 수 있다>.
저는 번역을 할 때 한글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의역을 하고, 그 밑에 자세한 내용은 각주를 <무지 많이> 달아두는 편입니다.
요즘같이 책이 쏟아지는 판에 단어하나하나까지 번역을 하였다간, 번역 본연의 목적을 놓치지 싶습니다.
특히 번역에서 빠진 단어까지 지적하여 번역자를 공박하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개념단어의 명확한 번역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지만. 1:1 매핑(단어와 문장)보다는 그런 내용은
번역후기나 번역표를 추가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모두에게 마음에 드는 번역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틀린 번역>과 <부족한 번역>은 좀 구별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그런데 주류 진화심리학계에서 누구 옳니 그리니.. 학위가 있니 없니 하는데... 질문하나 하께요.
2010년 이후로 우리나라 학자들이, 국제적인 수준의 진화심리학(또는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있나요 ?
(국외 학위과정 중에 발표한 논문말고..) 아니면 2003년 이후에 발표한 논문 좀 찾아볼 수 있을까요 ? 10년 동안 우리나라
국내 진화심리학 주류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나, 그 분들의 학술 주제나 방법론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코블렌츠 /
기존 번역 비판 작업 중 다섯 개(또는 열 개) 정도 골라서 다듬은 후에 <사이언티픽 크리틱스>에 기고할 생각입니다. <부족한 번역>보다는 <틀린 번역>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물론 <틀린 번역>의 기준도 애매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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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K. & Bowles S. 2007. The coevolution of parochial altruism and war. Science 318: 636-640.
최정규 교수가 지명도 면에서는 대박을 터뜨렸지요 <사이언스>니까요. 하지만 제가 집단 선택을 미워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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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 영국 왕립 학술원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American Naturalist)》, 《심리학 탐구(Psychological inquiry)》 등의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http://www.utaustin.co.kr/utmng/ZWork.asp?chkType=S001PDS02C&NO=45&chkTypeStep=D
좀 검색해 보시면 전중환 교수의 논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국내 학자가 국제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을 한 편도 안 읽어 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찾아본 적도 없고요.
Evolution of parental favoritism among different-aged offspring
Joonghwan Jeon
http://pds8.egloos.com/pds/200801/29/95/Jeon2008.pdf
어부님 블로그에서 발굴...
코블렌츠 님 : 특히 번역에서 빠진 단어까지 지적하여 번역자를 공박하는 것은 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원서의 내용 전개를 볼 때, 결코 빼먹어서는 안 되는 중요 단어나 구절을 빼먹은 채 부실하게 번역하니까 그게 문제라는 것이죠. 그리고 번역자가 정말 능력이 좋고, 또 번역자의 윤리(?)에 철저하다면, 원문의 어떤 단어나 구절도 빼먹지 않은 채, 매끄러운 우리말로 옮길 수 있다고(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문의 특정 단어나 구절을 빼먹은 채 부실번역해놓고, 그것을 “의역”이니 “축약”이니 뭐니 변명성 해명을 하니까 그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원서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 간결하고 매끄러운 “축약번역”이라는 개념이 과연 존재할까요? 발췌번역이라는 선언을 직접 내걸고 번역한다면 모를까, 축약 번역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만약 축약번역이 존재한다면 진정한 축약번역은 “전문 완전번역”보다 몇 배 더 어렵고 훨씬 더 높은 단계의 번역 기술일 것입니다. (발췌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축약번역 혹은 누락번역을 해놓고 변명하는 분들이 전문 완전번역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였으리라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떤 출판사의 “지만지”라는 외국 명저 발췌번역 기획이 몇 년 전부터 실행되고 있고 그 번역서들이 제법 많이 나왔는데요. 아마 살펴보면 문제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수준의 번역은 정부나 기관에서 충분한 돈을 대주고 하는 곳에서 가능합니다. 번역을 자기 재산 팔아가면서\
모든 일을 채져두고 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원서 1권 번역에 1년씩 걸린다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그걸 직업으로 삼아서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에서 오류를 찾아낼 사람이라면 원서를 그냥 보죠.
원서를 읽은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떤 중요한 사실 A를 not A로 인식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저는 용인할 수 있습니다.
몇 단어 빼먹었다고해서 그에 합당한 비판이 아니라 인간말종, 무능력자, 지적사깃꾼 등으로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번역공장같은 것은 욕들어도 싸지만 재주가 부족하여 부실하게 번역한것을 어떡하겠습니까.
사이언스에 실리지 않으면 다 쓰레기 논문인가요 ? 다양한 수준의 논문이 있듯이 다양한 수준의 번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대가가 번역을 해도 작심하고 달려들면 이상한 표현, 잘못된 번역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게 번역의 숙명이죠.
코블렌츠 외/ 이게 이 글의 내용에 적당한 댓글인지는 쓰는 저도 좀 헷갈리긴 한데 따로 올리기에는 좀 이상한 글이라 그냥 여기다 씁니다.
이번 덕하님의 글은 그 형식과 성격면에서 볼 때 맑스가 썼던 <헤겔 법철학 비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상이 맞다면, 이게 그냥 우연일까?
전 아니라는 쪽에 걸겠습니다.
덕하님이 엄밀한 의미에서 맑시스트는 아니지만 그 쪽 책을 제법 읽었다는 분이고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그리고 덕하님이 쓴 글은 누가 보더라도 -좀 느슨한 의미에서- 일종의 <이데올로기 전쟁>을 걸고 있는 글이라는 게 누가 봐도 명확히 보입니다. 덕하님 본인이야 나중에 호의적인 의견교환을 위해 쓴 글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고... ^^
Big word와 worth Something은 다른 것이고, 달리 취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육의 폐해가 주입식교육에 있다고 하는데, reading은 되는데, thinking이 안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이 기존 심리학의 밥통을 건드리냐는 문제도 그렇다. 읽기는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단한 이야기다.
기존 심리학은 마음을 백지상태로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했는데, 진화심리학은 마음 자체를 진화적 산물로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놈프로젝트처럼 마음이 진화한 메카니즘을 mapping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심리학등 제 이론들은 진화심리학이 제공하는 마음 mapping 위에 그들의 이론을 재구성하여 얹혀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idea는 이것인데, 이것이 현실화 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먼저 마음mapping이 나와야 한다. 그 다음 다른 제분야에 위상한 마음의 자리를 살펴보고, 이를 마음 mapping으로 대치 시킨 후, 다른 제분야의 연구방법론과의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다른 제분야의 밥통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분야 고유의 연구방법과의 새로운 도킹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음이 백지상태냐 진화의 산물이냐의 문제는 다른 제분야 연구방법론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마음mapping이 다른 분야의 연구방법론까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실증적인 문제이다. 시간과 노력이 엄청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과정들을 거치고 난 후의 일이다.
그 과정에는 숱한 변수들이 예상된다. 처음의 idea대로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여튼 그런 핵심적인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짚지 못한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을 어떻게 신뢰하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험한 소리하면 자기 옷에도 진흙창이 튀기니, 어쨌거나 의미있게 유익하게 해결하여 볼려는 진지한 쪽들의 성찰인 것이지..
또 데이비드 버스가 성격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도 의미있게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데이비드 버스가 실제로는 성격심리학적인 연구를 했는데, 그 외피를 진화심리학으로 감싼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그런 문제도 대단히 실증적인 문제인 것이지, idea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idea만 가지고 떠들어대면,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뭐, 이런 것이다. 데이비드 버스는 사실상 성격심리학을 연구하고, 그것을 진화심리학이란 외피로 감쌌다, 라는 idea차원의 문제를 한 두가지 그런 사례를 자기 나름으로 찍어서 떠들어대면, 그것은 그냥 가치없는 일이다.
인지심리학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반동으로 나왔다. 마음, 정신은 감각적 접수기가 아니라, 나름의 독립성을 가지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자에게 부여한 정치적 권리의 변화사와 같은 것이다. 성격심리학은 이를 더 특수분과로 발전시켰다고 여겨진다. 즉, 비유하자면 굉장히 활동적인 정치일선에서 뛰고 있는 정치현역선수에게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선수가 어느 날 느낀 바가 있어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폭탄 선언을 하는 것이다. 오늘의 정치적 난맥은 지난 날의 역사를 훌륭하게 복원하면 자동빵으로 해결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지난 날의 한국역사에 대한 모범적인 교과서 편찬 사업에 주력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이에는 사회 제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그 작업을 조속한 시일내에 완성할 것이며, 완성된 이후, 한국사회의 제분야는 이 한국사의 교과서에 위에 얹혀놓기만 하면, 문제의 80-90%가 자동빵으로 해결된다고 말이다.
역사에 대한 교과서가 나온다는 것도 난제이지만,
어찌 시사적인 문제가 역사적인 문제로 모두 다 환원되던가요?
진화심리학은 오늘 발생하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현상을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설명하고져 하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이 작동하는 현재의 정신적 기제들만을 문제삼고 있을 때, 설명의 지평을 진화적 기원으로까지 확장시켜 놓은 것이죠. 그러므로 당연히 선재적으로 진화생물학이 빵빵하게 밀어주어야 한다. 거기에 심리학적 연구방법론과 기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버무려져야 하겠지요.
이상 횡설수설 찌껄여보았읍니다. 찌껄인 스케일이야 압권이겠지만, 정확한 것은 하나도 없네요..
그러나 더 튀길수도 있는데, 쪽 팔린 감이 있어서 그만두겠습니다.
ps)
전문서적의 번역은 누가했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분야를 제대로 이해도 못한 얼치기가 자기류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할 것 다 하고 난 다음, 개털 되는 수도 있겠지요.
얼마나 감수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전문가인 최재천 교수가 감수한 번역서를 보는 쪽이 그래서 안전빵이지 않냐 싶네요.
최재천교수가 감수한 데이비드버스의 "진화심리학" 번역서에 대한 서평이, 훌륭한 것이 있어서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peruser/14017522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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