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학 게시판
이 글의 맥락이 궁금한 분은 우선 다음
두 편을 보십시오.
Bayesian님, 지식과 용기가 있다면 제 글의 내용을 비판하십시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qj/472
이덕하씨에
대한 응답
http://bayes.egloos.com/3028773
“올리는 글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추측에
대해 횡설수설”이라고 하시더니 이제 “이덕하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뭔가 가망이 있다고까지 말한다. 딱 거기까지이다”라고 이야기하시는군요.
가설만 제시하고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횡설수설인가요? 언제부터 횡설수설이라는 단어가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나요?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와 진화 심리학> 시리즈는 주류 사회 심리학과 진화 심리학 사이의 접촉점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에서 만족한 글입니다. 물론 실증적인 측면까지 더 파고든다면 더 좋았겠지만 양쪽의 착상들 또는 가설들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급하게 쓴 비판 노트를 인터넷에 공개한 것입니다. 착상 수준이나
가설 수준에서 양쪽을 비교한 것 조차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경험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덕하는 그렇게 한 적이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와 진화 심리학> 시리즈만 읽으셨다면 그런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 글들도 같이 보셨다면 달랐을 겁니다.
증거: 1. 입덧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20
증거: 2.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해 바람피우는 여자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22
제가 진화 심리학자들이 그 동안 모은 증거를
제시하는 글보다는 착상, 가설, 이론을 소개하는 글을 훨씬
더 많이 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제가 글을 쓰다가 말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화 심리학에 대한 단편적인 글을
쓰다가 책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처음에는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라는 제목의 글을 꽤 많이 썼습니다.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version 0.8)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oAb/11
그러다가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라는 제목으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아래 글을 포함하여 15편을 썼습니다.
그럴 듯한
이야기: 1. 남자는 늑대다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08
그러다가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라는 똑같은
제목으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아래 글을 포함하여 31편을
썼습니다.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 001. 유전자 결정론과 백지론의 의미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49
그러다가
“이덕하의 진화심리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이제 달랑 두 편 썼습니다.
남자는 늑대다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83&category=91&no=294
공격적인
남자, 겁 많은 여자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83&category=91&no=301
계속 글을 다듬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쓰다가
보니 참고 문헌을 충실히 달면서 증거를 제시하는 글을 거의 못 쓴 것뿐입니다.
“그러나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은 매우 단정적이고, 확신에 차 있으며, 오만하기 짝이 없다. 연구자들을 '머리가 나쁘다' 라고
비하하는 것은 과학자, 아니 아마추어라도 하면 안 될 일이다”라고
하셨는데 최근에 쓴 진화 심리학 관련 학술적 내용을 다룬 글에서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와 진화 심리학> 시리즈에서 단정적으로
말한 구절이 있습니까? Bayesian님이 잘 지적하셨듯이 “뭔가 가망이 있다고까지” 말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단정입니까?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은 매우 단정적이고, 확신에 차 있으며, 오만하기 짝이 없다”라고 아주 단정적으로 표현하셨는데 자신은 근거도 대지 않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제가 단정적으로 표현한다고 단정하셨는데
최근 2년 동안 제가 쓴 글 중에 그렇게 표현한 구절을 알려 주십시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겠습니다. 2년 동안 제가 글을 엄청나게 많이 써서 올렸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5년 이상 된 글에서 제가 수 많은 오류를 범했다는 점은 저도 기꺼이 인정합니다. 제가 봐도 쪽 팔린 글이 많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진화 심리학을 적대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긴 합니다. 물론 그 사람들 자체가 한심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화 심리학 비판이 한심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컨대 저는 리처드 르원틴 같이 진화 심리학에 적대적인 사람이 훌륭한 생물학자임을 부정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왜 제가 그들의 비판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최근에 쓴 아래 글들을 참고하십시오. 원래 100 편 이상
쓸 계획이었는데 7편만 쓰고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것 말고도
진화 심리학 비판자들을 비판한 글이 여러 편 더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1. 1만 년 동안 일어난 진화를 무시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0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2. 남자의 바람기를 정당화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1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3. 강간이라는 용어를 동물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2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4. 『A Natural History of
Rape』 왜곡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3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5. 인간은 적합도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4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6.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6
진화 심리학
비판에 대한 응답: 007. 현 체제가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17
진화 심리학을 비판하는 동료 과학자들에
대해 심한 말을 한 것은 제가 처음은 아닙니다. 저명한 진화 생물학자 메이너드 스미스와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 존 투비의 말을 살펴보십시오. 투비는 아예 굴드가 의식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들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는 최근에 NYRB[The New York
Review of Books]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에
대한 날카롭게 대립하는 평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뛰어난 에세이들 때문에 그는 생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탁월한 진화 이론가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내가 그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 본 진화 생물학자들은 그의 생각들이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신경 쓸 가치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창조론자들에 맞선 싸움에서 우리 편에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Because of the excellence of his essays, he has come to be seen by
non-biologists as the preeminent evolutionary theorist. In contrast, the
evolutionary biologists with whom I have discussed his work tend to see him as
a man whose ideas are so confused as to be hardly worth bothering with, but as
one who should not be publicly criticized because he is at least on our side
against the creationists.)”(NYRB, Nov. 30th 1995, p. 46). 굴드가 전문적인 진화 생물학자들의
공동체에서 누리는 실제 지위가 마침내 더 널리 알려지게 되는 지금 그가 느낄 명백한 고통으로부터 누구도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No one can take any pleasure in the evident pain Gould is
experiencing now that his actual standing within the community of professional
evolutionary biologists is finally becoming more widely known). 만약 여기에 걸려
있는 문제가 단지 한 인간의 자존심뿐이라면 예의상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If what was a
stake was solely one man's self-regard, common decency would preclude comment).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39
엄청나게 인기 있는 작가로서 굴드는 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 중 극히 소수만이 원래 출처를
실제로 들추어 볼 것이며 나머지 모두는 따뜻한 인정으로 넘치고 믿을 만해 보이는 그의 페르소나(persona, 가면)를 신뢰할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그가 무슨 주장을 하든 폭로될 가능성이 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이런 절연(insulation)을 파괴적인 효과가 나타나도록
이용한다. (As a immensely popular writer, Gould is conscious
that he is paradoxically safe from exposure in whatever he asserts because only
minuscule number of his readers will actually consult the original sources,
with all the rest trusting his warmly benevolent and credible persona. He uses
this insulation to devastating effect.)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39
비판자들이 진화 심리학자들에게 퍼부은 저주의
말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엄청납니다. 사이비 과학이라는 조롱에서 나찌라는 딱지까지. 워낙 유명하니까 굳이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왜 A는 고려하면서 B는 고려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하셨는데 착상이나 가설 수준에서 토론하는 것이 정말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기 전까지는 입 다물고 있으라고요? 과학
하는 사람으로는 정말 놀라운 태도 아닌가요?
이덕하
2013-04-04
이덕하 / 1. 덕하님의 말
전 덕하님 글을 좋아합니다만,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어 낼만한 말들을 적잖게 하시는 건 사실입니다. 이 점에 관해 김용옥을 반면교사로 삼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전 김용옥 역시 좋아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말투가 있죠.
"하지만 나는 “나만큼 진화 심리학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수학계, 물리학계와 같이 아주 잘 정립되어 있으며 천재들이 넘쳐나는 곳에 비하면 진화 심리학계는 상당히 한심한 수준인 것 같다. 진화 심리학자들의 논문을 읽어보면 그들이 대체로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진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느껴왔던 불만을 하나씩 정리할 생각이다. 한국인이 쓴 가장 통렬한 진화 심리학 비판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 책의 글쓴이와 이 책에 인용된 심리학자들에게는 진화 심리학적 통찰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저야 덕하님을 적어도 3, 4년은 보아왔으니 그런가보다...하고 넘기지만, 안티들 만들기엔 딱 좋은 말투라고 해도 좋습니다.
아마 덕하님도 아시겠지만 김용옥 같은 경우, 간판이 화려해요. 고대 철학과 나와서 국립 대만대, 동경대,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집?한 인물이거든요. 지도교수들도 그 바닥에선 다 알아주는 쟁쟁한 사람들이었고. 본인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유학을 여러 군데서 한 목적에는 간판을 따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국내 돌아와서는 고대에서 철학과 정교수 자리도 꿰어찼던 사람이고. 거기 관둔 것도 무슨 불미스런 문제를 일으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제 발로 걸어나간 거죠.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렇게 화려한 간판을 보유한 위인조차도 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말버릇으로 인해 쓸데없이 적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지만, 저런 자기과시적 발언은 사석에서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뒤집어 보면, 제가 예로 든 저런 발언들은 국내의 진화심리학 학인들(교수, 대학원생 등 모조리)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리는 발언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저런 발언은 자제하고 담백하게 글의 알맹이로만 승부해서 진화심리학계의 전중환같은 이들이 덕하님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이 학인다운 태도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minue622 /
“제가 예로 든 저런 발언들은 국내의 진화심리학 학인들(교수, 대학원생 등 모조리)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리는 발언이거든요”
--->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잘 살펴보면 국내의 진화 심리학자들을 깔아뭉개는 발언은 아닙니다.
“나만큼 진화 심리학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다”는 국내의 진화 심리학 비판자들을 깔아뭉개는 발언이며, “진화 심리학계는 상당히 한심한 수준인 것 같다”는 전세계 진화 심리학자들을 깔아뭉개는 발언입니다.
10년 동안 그런 식으로 글을 써 왔는데 지금와서 착한 척 한다고 별로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미 적은 다 만들어놨습니다. 아직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았으니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리고 어차피 진화 심리학을 공부하면 적을 엄청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진화 심리학을 옹호해서 만들 적이 1000명이라면 제 말투 때문에 100명 정도 더 만드는 정도겠지요.
이덕하 / 이것까지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꺼내진 않았지만, 사실 독자에 대한 예의 및 글의 수준저하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너무나 빤한 얘기긴 하지만, 독자들은 논문이건 저서건 칼럼이건 간에 저자가 풀어놓는 <주장과 의견>들이 무엇이며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알기 위해 읽지 <그 저자 개인의 지능과 지식의 수준>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가를 알기 위해 읽지는 않습니다. 이건 덕하님이 진화심리학자의 논문이나 저서를 읽을 때 무엇을 기대하며 읽는지를 반추해보신다면 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죠. 덕하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건 관심 밖의 문제죠. 덕하님이 진화학자의 논문이나 글을 읽을 때 거기에 "나는 “나만큼 진화 심리학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식의 과시성 발언들이 중간중간 섞여있다면 <이 사람은 본론이나 빨리 빨리 진행시킬 것이지 왜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가많은가?>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런 문구들이 많이 섞여있으면 섞여 있을 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글의 수준이 훼손된다는 걸 부정하지 않으신다면, 장차 덕하님의 글을 접하게 될 <잠재적 독자>를 생각해서라도 저런 말은 삼가하는 것이 덕하님의 '글'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2. 교양서
"나는 “비교와 열등감”이라는 주제를 파고든 진화 심리학 논문들을 뒤져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적응 가설과 그 검증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쨌든 얼핏 생각해 보면 대단히 가망성 있는 가설도 보인다.
적어도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던져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왜 글쓴이는 외로움과 관련해서는 적응 가설을 받아들이면서 비교와 관련해서는 적응 가설을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가? 비교와 관련된 적응 가설을 무시해도 될 합당한 이유가 있는가?"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25
제가 저 책을 접한 건 덕하님의 논평을 통해 들여다본 게 전부입니다만, 논문이나 학술서적이 아닌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비교적 가볍게 씌여진 교양서를 논평하는 글에서 이렇게 저자에게 추궁하듯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과연 저자를 합당하면서도 공정하게 대우해주는 논평방식인지 의문이 일어날 여지가 있긴 합니다.
저라면 <비교와 관련된 적응 가설이 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내가 보건대 한번 검토해 볼 만한 가설이다. 고로 차후에 기회가 있다면 '내'가 관련문헌을 조사한다든지 해서 생각이 정리되면 이 문제에 관해 따로 글을 올리겠다> 정도로 마무리하는 편이 무난했다고 봅니다.
minue622 /
제안해 주신대로 썼다면 더 부드러웠겠군요.
어쨌든 이번 사안의 경우 저의 말투도 미국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한국에서는 제자가 감히 지도 교수를 비판하지 못하는 문화지요.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 상대를 지극히 조심하면서 비판합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어느 정도 비꼬는 투로 비판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 대학원이나 학계의 문화를 거의 접해보지 못하고 미국(그리고 영국)의 글만 읽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기준과 감성에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이덕하 / 어느 정도 비꼬는 투로 비판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사회 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췌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씌여진 책에서 왜 진화심리학의 연구성과들(적응가설 등)을 고려하지 않았느냐고 저자를 질책하는 듯한 비평이, 서구권이라고 해서 문제없이 넘어갈까요?
(해당 책 및 그 저자에게) 올바르고 공정한 서평이 되려면 해당 서적이 설정한 주제의 범위 및 그 목적을 그 약속한 바대로 얼마나 잘 성취했는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정도의 인식은 서구권에서도 상식적으로 통합니다.
3. 경험적 증거와 착상 수준의 의견 제시
경험적 증거 제시 없이 착상 수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비판당했는데 이건 덕하님이 억울하게 당한 면이 강해보입니다. 덕하님은 그런 착상을 제시할 때 그 전후문맥을 살펴보면, 섯불리 단정지어 내리는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두고 있거든요.
다만 이런 건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의 가설들 가운데 실증적 테스트를 거쳐 보기좋고 깔끔하게 반증되어 기각된 가설이나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해서 잘 검증되어 확립된 가설들의 사례들이 있다면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그 학문적 성과를 틈틈히 소개해주는 글을 올려준다면 바람직하겠죠.
- 끝 -
나는 이덕하 님이 일종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평지풍파”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것은 “인정 투쟁”의 한 방법이죠.
세상의 뒤통수를 향해, 혹은 그들만의 리그 안으로 “짱돌”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덕하 님뿐만 아니라 도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부분 쓰는 방략입니다.
공격 대상자를 설정해 가차없이 까고 선정적으로 도발하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인터넷 서평꾼 “로쟈”(이현우)라는 분도 초창기엔 위와 비슷한 전략을 썼죠.
즉 로쟈(이현우) 선생도 좀 더 세련된 방법(어법과 문체)과 좀 더 지성인스러운 태도로 했을 뿐 본질은 같았습니다.
일종의 자기현시욕의 발로입니다(어느 누구도 이런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기현시입니다).
즉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다만, 이덕하 님의 방식은 지나치게 거칠고 너무 선정적입니다.
비판의 기본 에티켓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습니다(이런 측면에서 이덕하 씨는 극명하게 이중적입니다).
그러나 이덕하 씨가 일으키는 평지풍파가 “평지돌출”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한 판세입니다.
qualia는 직간접으로 여러 번 밝혔습니만, 이덕하 님의 비판 정신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이덕하 씨의 논쟁적 기질, 전투적 기질, 끊임없는 문제제기 기질 등등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혹은 국가에서 관습적으로/전통적으로 주입하고 요구하는 이른바 “모범적인 한국인상”에서는 결코 기대하기 어려운 속성들입니다. 한국인들은 본질적으로 “비판”과 “논쟁” 따위와는 거리가 먼 족속들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논쟁 거리를 만들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해친다고 생각해 비판자와 논쟁자를 추방하거나 왕따시키거나 죽이는 게 한국인들이고 한국 사회입니다. 어느 분야든 비판자(비판가)와 논쟁자는 눈엣가시로 여기고 적극 경계/경원시합니다. 이런 한국적 환경에서 비판가/논쟁가로 중뿔나게 나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집니다. (이런 특이 현상이 한국에서 유달리 강하게 나타나는 까닭은 한국이 기본적으로 혈연사회, 지연사회, 학연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핏줄 따지고, 고향 따지고, 출신 학교 따지면, 사돈의 팔촌 안 걸리는 게 없는 게 한국인들입니다. 그래서 자기 식구들끼리라는 생각에서 비판과 논쟁을 거의 금기시합니다. 이것이 최대 강점이자 최대 약점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덕하 씨는 이런 “바람직한 한국인상”을 한방에 깨부숴버리고, 딴에는 점잖고 품위 있는 체하며 온갖 기득권과 허명을 누리고 있는 엉터리 군상들을 향해 비판의 “짱돌”을 던져 뒤통수를 갈겨버리는 시원스런 측면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이덕하 씨의 비판적 기질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 비판의 화살이 자신으로 향할 때 이덕하 씨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점이 못마땅한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이 자주 목격됩니다. 즉 이덕하 씨가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고 있는 분야의 사람들/세력들/진영들한테는 비판의 날카로움과 신랄함과 객관성과 엄정함이 현저하게 줄어들거나, 아예 실종된다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이중적 태도입니다. 자신이 그동안 그토록 깨부수려고 공격해왔던 습성을 정작 자신은 버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덕하 씨는 일종의 “아웃사이더(outsider)”로 자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outsider)”의 참다운 정신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판 정신은 그 어느것보다 소중합니다. 나는 오히려 이덕하 씨가 신랄한 비판 정신을 계속 강도 높게 유지하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게 좋다고 모든 잘잘못 따위를 덮어두고, 모든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으면 더욱 좋지만 최소한 미움만은 받지 않는 무난한 인간으로 살아가겠다는 무골호인의 인생론과 처세술이 철저하게 몸에 밴 한국인들의 전형성을 계속 가차없이 깨뜨려가길 바랍니다.
qualia /
글쎄요. 비판의 화살이 저를 향할 때 제가 뭘 어떻게 했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
이번 사태의 경우 Bayesian 님이 저의 글이 “횡설수설”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부분이 횡설수설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결국 답은 “데이터가 없다”였습니다.
저는 그것은 횡설수설이 아니라 글에 공백이 있는 거라고 답변했습니다. 그 공백을 물론 나중에 채워야 한다는 점을 저도 기꺼이 인정했습니다.
결국 아직까지 논점으로 남은 것은 “공백 있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가?”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제가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이 저를 상당히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제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쓸 때 좀 더 조심해야겠네요.
한국에서 일반인에게는 '이덕하'님이 가장 잘 알려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화심리학을 덕하님처럼 적극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특별히 내세울 학문적 업적은 없으나 한국에서는 인지도가(일반인들에게) 높다는 점, 학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고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글을 쓰려는 점 등으로 인해서...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덕하님에게 자신들과 동등한 수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습니다. ( 이 부분은 덕하님이 감안하셔야 겠지요. )
사실...만약 이덕하님이 유명한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었다면, '지뇽뇽'님의 책에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는 아마 하지 않으셨겠죠. 만약, 글을 쓰셨다면...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서 분명 지금보다 훨씬 엄밀하게 쓰셨을 겁니다.
어쨌든, 전 계속 글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일로 국내 저자의 책을 비판할 땐(번역이 아니라)... 덕하님의 사회적지위? 를 고려하여 좀 더 주의하셔야 할 듯 싶네요. 저도 덕하님의 사회적지위를 이제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걱정되는 점은 이런 사회적지위로 인해서 활동이 위축되는 점입니다.
(지뇽뇽의 책의 비판글에 대한 Bayesian님의 반응을 보니... 오래된 연장통에 덕하님의 비판글을 본다면 입에 거품물고 쓰러졌을 듯 싶습니다.)
borborygmus /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재천 교수에 비하면 제 인지도는 새발의 피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TV에 엄청 많이 나오며 책도 엄청 많이 팔렸습니다.
장대익 교수가 그 뒤를 따르고 있고요.
제 성격상 그 정도로 쫄지는 않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고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는 점은 물불 안 가린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지위(?)가 높아지면 한 두 시간 동안에 휘갈긴 글 보다는 며칠 동안 고심해서 쓰는 글이 많아지겠지요. 하지만 내용상 독설은 거의 그대로일 겁니다. 표현상 약간 자제하겠지만요.
<사이언티픽 크리틱스>의 기고문을 보십시오. “당신 책은 쓰레기” 같은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설은 살아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덕하 / 내친김에 작심하고 쓴소리 좀 하겠습니다.
bayesian님의 비난에 감정이 실려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제가 봤을 때 그 중에서도 덕하님이 한번 새겨둘만한 점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
이건 제가 평소에 느낀 점이기도 한데, 어쩌면 덕하님은 <진화심리학을 잘 알고 거기에 덧붙여 머리가 좋은 것>을 <훌륭한 진화심리학자의 자격>과 혼동해서 둘을 동일시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겁니다.
훌륭한 학자란 해당 분야에 기여를 할 만한 뛰어난 논문과 저서를 많이 발표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 분야 (이를테면 진화심리학)에 제아무리 정통하며 거기다 머리까지 뛰어나다 한들 <기여한 업적 - 논문>이 없다면, 그 사람은 학자로서는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일 뿐이죠. 그러나 거기까집니다. 유식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야 세상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학자로서>는 무식하고 멍청한 사람에 비해 나을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덕하님이 무언가 어필을 할 때는 단순히 진화심리학을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선을 넘어 <진화심리학자>로서 하는 반면, 실제로 내세울만한 학자로서의 <업적>은 전무하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덕하님은 본인이 진화심리학을 세계적 수준의 진화심리학자와 어깨를 겨룰만큼 잘 알고 있으며 머리까지 똑똑하다는 점을 들어 항변할 지 모르지만, 그건 <학자>로서의 우수성과 업적을 평가할 때 감안할 요인이 아닙니다.그 머리 좋은 뉴턴이, 아인슈타인이, 또 다윈, 왓슨, 크릭 등이 학계에 아무런 논문, 저서도 발표도 하지 않았다면, 이 사람들은 뭐가 될까요? 그냥 머리좋은 사람들이 될 뿐이죠. 학자로서의 가치는 0입니다. 기여를 한 게 있어야 봐 줄 게 있죠.
따라서 덕하님이 <진화심리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자 한다면 우선 bayesian님이 지적했던 대로 학문공동체에 참여해 검증을 거쳐 객관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업적을 쌓아야 합니다. 이게 가장 급선무에요. 덕하님이 제아무리 진화심리학에 정통하고 지능이 뛰어나다 한들, 이것이 없다면, <훌륭한 진화심리학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가 맞습니다.
minue622 /
저는 훌륭한 진화 심리학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제일 잘났다”는 식으로 쓴 것은 별 생각 없이 사석에서나 해야 할 이야기를 내 뱉은 것 뿐입니다.
적어도 <종의 기원>을 번역하고, <이덕하의 진화 심리학 강의>를 쓴 다음에나, 또는 학술지에 논문 한편이라도 발표한 다음에나 번역가, 과학저술가, 과학자로서 인정해 달라고 떼쓸 수 있겠죠. 아직은 그런 작업을 위한 준비 중일 뿐입니다. 제가 왜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프로이트 책 한 권 번역하고 번역 비판을 꽤 많이 했으니 번역가, 번역비평가로서는 약간 인정해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를 싫어하는 분들도 어느 정도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고요.
지금 그것 말고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사이언티픽 크리틱스>에 실린 11편의 글이 전부입니다. 유시민, 복거일 등의 엉터리 진화 심리학을 어느 정도 까발린 공로 정도는 인정해 달라고 할 수 있겠죠.
나머지 인터넷에 올린 글은 다 초고 또는 “초고를 위한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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