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준하 사인진상공동조사위원회가 이정빈 명예교수의 유골 감식결과를 토대로 장준하의 사인을 머리를 가격 당한 뒤 추락한 것으로 보고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이정빈 교수의 감식결과를 각 언론사들은 확정된 사실인 양 타살로 기정 사실화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필자는 그 동안 이정빈 교수의 감식결과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정빈 교수가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와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고 진실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떻게 언론들이, 그리고 기자들이 비판적 시각이나 합리적 의심도 없이 이렇게 기사를 일방적으로 써 내는지 의아스럽기도 해서 저런 식의 기사로 인해 진실이 호도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와 관련한 글을 쓰려던 차에 오늘자 조선일보에 선우정 주말뉴스 부장의 <동행자 K씨의 인권> 칼럼을 읽고 진영논리에 의해 가려지는 진보진영의 비과학적 인식과 함께 진보진영의 인권의식도 함께 다루어 보고자 한다.


1. 이정빈 명예교수의 감식결과 내용은 신빙성이 있나


경향신문 등의 언론들은 이번 장준하 유골감식이 부검, 유전자 검사, 첨단 장비를 동원한 정밀한 감식에 의한 매우 정확한 분석결과라고 과장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식팀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이정빈 명예교수 혼자 감식을 했으며, 정밀 감식이라고 과장하지만, 유골을 X 레이만 찍은 정도이고 분석결과도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정빈 교수의 주관적 해석에 경도되어 있었다. 이런 감식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동행했던 K씨를 살인자 혹은 살인 방조자로 내몰 수 있는지 궁금하다.


1) 이정빈 명예교수는 타살로 규정하고 감식에 임했다

애초 함께 감식하기로 했다가 참여하지 않은 이윤성 교수는 이정빈 교수가 처음부터 타살로 규정하고 있어 이건 학자적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감식에서 빠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윤성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정빈 교수는 객관적, 중립적, 과학적 입장에서 감식에 임했다고 볼 수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한법의학회가 이번 감식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사인진상공동위원회가 감식을 위한 자유로운 활동, 다양한 검사와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던 것에 연유한 것이라면서 일부 언론들이 두 기관이 감식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기사화한 것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 대한법의학회 보도문

http://www.legalmedicine.or.kr/


2) 이정빈 교수는 당초 망치에 의한 가격 주장을 스스로 수정했다

이정빈 교수는 처음에 망치로 가격했을 것이라고 타살설을 주장했지만, 이번 감식에서는 망치 가격설을 부정하고 돌멩이나 아령으로 가격했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망치 가격으로 나타나는 현상과는 다르다는 것과 망치에 의한 힘(외력)보다 훨씬 큰 충격의 흔적임이 드러나자 망치보다 더 충격이 강한 물체로 가격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망치로 가격하는 충격과 돌멩이나 아령으로 가격하는 충격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충격을 받는 강도로 보면 손잡이가 있어 가격의 힘이 배가될 수 있는 망치가 더 크지 않을까? 더 큰 충격이 작용한 것이라면 추락시의 가속에 의해 바위에 부딪혔을 때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왜 이정빈 교수는 망치 가격보다 더 큰 충격이 가해진 흔적이라면서 추락시의 충돌에 의한 충격이 아니라 단지 망치에서 아령이나 돌멩이로 바꿀 뿐, 타살의 혐의를 유지하려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31/2013033101384.html


3) 어깨 골절이 없는 것이 타살의 근거가 되나

이정빈 교수가 타살이라고 결론내린 결정적 이유는 어깨에 골절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두부(머리뼈)와 둔부(엉덩이뼈)에 골절이 있지만 어깨뼈의 골절이 없다는 것은 타살 후에 추락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타살이든, 추락사이든 두 경우 모두 추락은 있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정빈 교수와 같은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타살 후 추락시키지 않고 아래로 시신만 이동시켰다면 몰라도 아령이나 돌멩이로 가격하여 살해한 후에 추락을 시켰다고 하면서 저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즉사 후의 시신은 추락시에 의식적으로 추락 방향이나 신체 방향을 조정할 수 없으니 어깨와 엉덩이만 충격을 받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추락할 때는 어깨뼈를 다치도록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사 이정빈 교수의 말대로 추락사 시에는 어깨뼈를 다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지형지물에 따라 어깨뼈의 손상 없이 머리와 엉덩이만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이 가능성은 배제할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168165


4) 대한법의학회 감식결과는 다르다

대한법의학회가 올해 초에 내놓은 감식보고서를 보면 타살이 아니라 추락사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한법의학회의 감식보고서의 일부를 옮겨본다.

<골절선 일부가 봉합선을 포함할 정도이고, 일부의 골절선은 두개골의 기저부까지 이어졌음을 시사하며, 이러한 점들은 가해진 외력의 힘이 상당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직접적인 가격으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쉽지 않고, 두개골에 외력이 한번 가해졌을 것으로 보이며, 위에서 설명한 것 같이 추락이라는 상황이 있었다고 판단되며, 손상에 있어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함을 생각할 때 두개골 골절의 손상은 추락에 의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자, 여러분은 이정빈 교수의 논리나 주장이 합리적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대한법의학회의 감식보고서가 논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는가?

이정빈 교수도 가해진 외력이 상당함을 인정하고 망치 가격에서 돌멩이나 아령에 의한 가격으로 말을 바꾸었다. 이정빈 교수의 말이 신빙성이 없는 이유는 두개골에 외력이 한번 가해졌다고 보이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정빈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아령이나 돌멩이에 의한 두개골 충격은 있었지만 추락시에는 두개골에 충격이 없었다는 뜻이 되는데 추락사에서 머리에 충격이 없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추락시에 두개골(머리)에 충격이 있는 경우가 많을까? 아니면 어깨(뼈)에 충격이 있는 경우가 많을까? 상식적으로 전자라고 생각되는데 왜 이정빈 교수는 후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설사 후자의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타살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일까?

http://blog.naver.com/wo5rbs?Redirect=Log&logNo=100185046283



5) 언론들의 오도

언론들이 이번 감식결과를 보도하는 형태를 보면 정말 한심하다. 진보, 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조선일보를 제외한 전 언론사들이 이정빈 교수의 감식결과에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고 일방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민주당도 이 감식결과를 토대로 타살로 규정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정치적 이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이해나 진영의 논리가 우선하는 것, 언론(기자)들의 무성의와 선정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262220075&code=940202

http://www.goupp.org/kor/news/news_read.php?bb_code=GRBBS_1_1&bb_no=85882



2. 장준하 사망 당시 동행한 K씨의 인권은


1) 이번 감식결과 발표로 K씨는 졸지에 살인자로 몰리게 되었다

사인진상공동조사위원회나 유족들은 이번 감식결과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이번 감식결과의 (확정적) 발표로 장준하와 동행했던 K씨와 그 가족들은 졸지에 살인자(살인방조자)나 살인자의 가족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K씨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의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을 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추락사임을 주장한다. 만약 타살이라면 이미 공소시효도 지난 터라 K씨는 그 진술을 바꾸어 타살이라고 진실을 말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일관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아래에 K씨의 입장을 담은 인터뷰 내용을 링크하니 참조하시라.

http://trynet.kr/board/view_turn.asp?catecode=H&cpage=1&tnu=200408100030

대한법의학회의 감식보고서나 K씨의 당시 상황의 진술을 보면 추락사에 무게가 실린다. 설사 타살의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결정적 근거가 없는 이상 확정해서는 안된다. 가능성만을 가지고 원인을 확정하는 순간, K씨와 같은 사람들은 졸지에 살인자(살인방조자)로 내몰리는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2) 그 동안 K씨의 인권에 대해 진보진영은 고려한 적이 있나

이와 관련해서는 조선일보의 선우정 부장의 칼럼을 링크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선우정 부장의 칼럼을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번 일독해 보길 바란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03/2013040302979.html?gnb_opi_opi01


3. 진영논리에 휘둘리는 진보진영의 인권의식, 그리고 비과학적 태도


인권은 보편적인 것으로 좌/우, 진보/보수의 진영에 따라 그 적용이 달리 되어서는 곤란하고 특히 무의식적으로 진영논리에 따라 상대측의 인권이 무시되는 것을 항상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장준하 사인 규명에서의 K씨의 경우나 국정원녀 사건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모습, 또  이런 사건들을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태도에서 필자는 이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인권에 대한 맨얼굴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인권의식에 대한 당파성 뿐아니라 이들이 사안을 접근하는 데에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고 여기에도 당파성(진영논리)이 개입되어 있다. 진실을 규명하기 보다는 자기 주장의 합리화나 상대방의 공격을 위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은 찾을 길 없고 오히려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예전의 필자의 글을 링크한다.

1) 국정원녀에 대한 스토킹과 신상 공개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2&document_srl=699032

2) 천안함 사고 규명에 나타난 음모론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10&document_srl=361064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6&document_srl=549000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5&document_srl=558211

http://theacro.com/zbxe/?mid=refer&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2&document_srl=347490

3) 박원순의 수중보 철거 검토

http://theacro.com/zbxe/?mid=free&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A%B8%B8%EB%B2%97&page=9&document_srl=446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