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자가 아래와 같은 구절을 보면 보통 적응 가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귀신같이 감지해낼 수 있다. 간혹 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면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거나 사람들의 시선이 움직이는 대로 내 시선도 따라서 움직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86)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의 눈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별표가 나타나기 직전 우리 눈이 화면 속 시선의 방향을 따라 움직인 자리에 별표가 나타나면 재빨리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쪽에 별표가 나타나면 그만큼 느리게 반응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이 움직임에 따라 나의 시선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양상은 생후 3개월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을 잘 알아차리는 능력은 사회적 기술 중에서도 가장 기본인 기술 중 하나인 것이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88)

 

특히 3개월 밖에 안 된 아기의 행동은 선천성을 강하게 암시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또는 동물)의 시선을 감지하도록 하고 그 시선을 따라가도록 하는 기제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가설이 상당히 가망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코를 파고 있거나 물건을 훔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들켰는지 여부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응시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이 번식에 아주 중대한 어떤 것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위험과 관련하여 그렇다. 이 때 오류 관리 이론을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것에 시선을 돌릴 때 같이 그 곳을 보는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는 데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위험한 어떤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면 그 곳을 보지 않아서 치르는 대가는 엄청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조금은 무턱대고 남의 시선을 따라가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주류 사회 심리학자들이 이런 적응 가설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시선과 관련된 적응 가설은 소개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라는 명제에 만족하지 않고 “왜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일까?”라는 질문까지 던질 때 적응 가설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호기심이 더 많은 사람에게는 적응 가설이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 듯해 보인다고 그냥 적응 가설을 믿지 말고 어떻게 엄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 호기심이 과학의 주된 원동력 중 하나지만 호기심만 많고 검증을 무시하면 프로이트처럼 된다.

 

이미 20년 전에 시선과 관련하여 적응 가설을 제기한 진화 심리학자가 있었다.

 

Due to the adaptive importance of detecting eye gaze early in life, Baron-Cohen (1994) proposed that there is an innate module within the brain specifically concerned with processing eye gaze, the ‘‘Eye Direction Detector’’ (EDD). Baron-Cohen further speculated that EDD is an evolutionarily ancient mechanism, shared with other primates, mammals, birds, or even reptiles. In humans EDD not only detects deviations in eye gaze but also constructs dyadic representations of their behavior.

(Infants perceiving and acting on the eyes: Tests of an evolutionary hypothesis, Teresa Farroni, Eileen M. Mansfield, Carlo Lai, and Mark H. Johnsona, http://www.cbcd.bbk.ac.uk/people/scientificstaff/mark/PDFs/Infants_Perce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