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나에게 꽂혀서 내 머리 위에 환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켜지는 것 같은 경험 말이다. 이런 경험을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한다. ...... 이렇듯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는 관심은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독 나 자신에 대한 타인의 관심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63)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학자들이 있다.

 

타인의 시선이 유독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다는 착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것일 뿐이기 때문에, 즉 우리는 우리 자신밖에 알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 나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에 대해 나 같으면 이럴 거야라는 식으로 추론을 한다는 것이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65)

 

또한 그런 설명과 부합하는 연구가 있다.

 

튀는 티셔츠를 처음 입었을 때 우리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티셔츠와 나 사이에서 낯 뜨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어떠할지 예상하면 자연스럽게 그들도 이 티셔츠에 뜨거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이 뜨거운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 실험 결과 시간이 지나서 티셔츠에 대한 부끄러움이 좀 줄어든 학생들은 티셔츠를 입은 직후의 학생들보다 비교적 사람들의 시선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내 신경이 온통 나의 부끄러운 부분에 쏠려 있는 탓에 타인의 신경도 같은 곳에 쏠려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는 얘기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66)

 

 

 

나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에 대해 나 같으면 이럴 거야라는 식으로 추론을 한다”라는 문장을 보고 시트콤에 나오는 다음 장면이 떠올랐다.

 

CHANDLER: Joey just called. He's got courtside Knicks tickets for him and me tomorrow night. (조이가 금방 전화했어. 내일 밤 닉스 경기 표를 구했대. 나랑 같이 가자는데 맨 앞 자리야.)

MONICA: Really? But tomorrow night is the only night I get off from the restaurant. If you go to the game, we won't have a night together for another week. (정말? 하지만 내일 밤에만 일찍 퇴근할 수 있단 말야. 네가 거기 가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밤을 같이 보낼 수 있다고.)

CHANDLER: But honey, it's courtside. The cheerleaders are going to be right in fr... That's not the way to convince you. (하지만 맨 앞 자리라고. 치어리더가 바로 앞... 너를 설득할 때는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MONICA: Chandler look, I don't want to be one of those wives who says, "You can't go to the game. You have to spend time with me." So, if you could just realize it on your own... (챈들러, “농구 보러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있어줘”라는 말이나 하는 아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깨달아준다면...

(Friends, Season 9, Episode 9, The One with Rachel's Phone Number, 이덕하 번역)

 

이 장면이 웃긴 이유는 챈들러가 너무나 바보 같은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별로 하지 않는다.

 

남자는 예쁜 여자가 홀딱 벗고 있으면 침을 질질 흘린다. 하지만 여자나 아기도 여자의 나체를 그런 식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외모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이 옆에 있는 장동건도 그런 열등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이나 욕망을 무작정 남에게 투영하는 사람은 잘 번식하기 힘들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면과 관련하여 놀랍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서 남의 생각과 욕망이 자신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진화 심리학자들은 ToMM(Theory of Mind Module, 마음 이론 모듈)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만약 남의 마음을 상당히 정교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인간이 진화시켰다고 생각한다면 위에 소개한 설명이 별로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진화 심리학자들은 내가 여기에서 소개하는 설명이 더 그럴 듯하다고 느낄 것 같다.

 

 

 

이번에도 오류 관리 이론이 등장하는데 다른 곳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와 진화 심리학: 03. 외로움과 의인화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321

 

사람들이 옆에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나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을 보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코를 파고 싶거나 자위 행위를 하고 싶다고 하자. 이럴 때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오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살펴보자.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보지 않는다고 오판하고 코를 파거나 자위 행위를 하면 상당한 손해를 본다. 평판이 추락할 수 있다. 반면 사람들이 보고 있지 않은데 보고 있다고 오판하고 코 파는 행위나 자위 행위를 자제한다면 그리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이 적어도 부끄러운 행위나 범죄 행위의 맥락에서는 남들이 보고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편향을 진화시켰다고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뱀과 같은 형상을 보았을 때 일단 뱀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적응적이기 때문에 인간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고전적 합리성에서는 진리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따지는 반면 생태적 합리성에서는 번식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진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쪽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심리 기제는 고전적 합리성의 기준으로 보면 바보 같아 보이지만 생태적 합리성의 기준으로 보면 적절해 보인다.

 

주류 심리학에서 “이런 저런 측면에서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는 연구를 내놓으면 진화 심리학에서는 “생태적 합리성에 비추어 보면 그것도 상당히 합리적이다”라고 응수하는 일이 많다. 스포트라이트 효과에 대한 진화 심리학 문헌을 뒤져보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도 그럴 것 같다.

 

 

 

“실험 결과 시간이 지나서 티셔츠에 대한 부끄러움이 좀 줄어든 학생들은 티셔츠를 입은 직후의 학생들보다 비교적 사람들의 시선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은 이 책에서 소개한 가설에도 부합하지만 내가 소개한 가설에도 부합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쪽으로 편향을 범하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당시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 편향 때문에 되도록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이후에는 그런 편향이 별로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