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나는 최근까지 스스로를 인종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르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적어도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그런 명칭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무의식 깊은 곳에 배어 있는 편견들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을 배우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한 글을 쓰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할지를 생각해 보니 나를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종주의의 정의
 

인종주의: 인종 사이에 유전적 우열이 있다고 하여 인종적 멸시, 박해, 차별 따위를 정당화하는 주의. 순혈주의와 인종 차별을 낳으며, 나치스의 반유대주의, 백인의 흑인 차별 따위가 전형적인 예이다. (Daum 국어사전)

 

racism:

1. a belief that race is the primary determinant of human traits and capacities and that racial differences produce an inherent superiority of a particular race

2. racial prejudice or discrimination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racism)

 

인종주의를 정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편견과 차별”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흑인을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종으로 보고 노예로 부려 먹은 옛날 백인 노예주가 인종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차별에는 개인적 차별과 제도적 차별이 있다. 어떤 대학의 학칙에 “흑인은 대학원생이 될 자격이 없음”이라고 명시했다면 그것은 제도적 차별이다. 내가 알기로 21세기 미국에는 그런 대학이 없다. 어떤 교수가 대학원생을 뽑을 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뽑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 차별이다. 여전히 미국에는 이런 교수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차별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편견이란 무엇인가? 엄밀히 따지면 긍정적 편견도 편견이지만 인종주의와 관련된 편견은 특정 인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다. 차별 당하는 인종은 더럽고, 사악하고, 머리 나쁘다고 여겨진다. 편견은 또한 잘못된 믿음을 뜻하기도 한다.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피부색이 검다고 믿는 것은 편견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확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피부색이 검다고 믿는 것 역시 편견이라고 볼 수 없다(‘선천적으로’라는 단어가 추가되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쿵산족(부시맨)이 선천적으로 키가 작다고 믿는 것도 편견이라고 볼 수 없다.

 

 

 

 

 

J. Philippe Rushton
 

그렇다면 20세기의 흑인이 대체로 백인에 비해 IQ가 낮다고 믿는 것은 편견인가? 이것도 편견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20세기에 행한 수 많은 IQ 검사에서 일관되게 흑인이 백인보다 점수가 상당히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에 비해 IQ가 낮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편견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에 비해 범죄성향이 강하다고 믿는 것도 편견이라고 볼 사람이 많은 것이다.

 

Rushton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고, 범죄 성향이 강하고, 체력이 강하고, 섹스를 잘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시아인은 그 반대 방향이어서 예컨대 백인에 비해 지능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흑인, 백인, 아시아인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그런 식으로 주조되었다. 그의 주장과 논거는 다음 글에서 볼 수 있다.

 

『RACE, EVOLUTION, AND BEHAVIOR: A Life History Perspective(2nd Special Abridged Edition)』

http://www.charlesdarwinresearch.org/Race_Evolution_Behavior.pdf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Rushton이 인종주의적 편견을 과학적 용어로 포장하는 사이비과학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는 진화 심리학계에서도 그렇게 크게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천적 지능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Rushton은 상당히 확신에 차서 인종간 선천적 지능, 성격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이 문제에서 한쪽 극단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쪽 극단에는 인종간 선천적 지능, 성격 차이가 전혀 없다고 본다. 그들에 따르면 IQ 검사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흑인들이 사는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이거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노예제와 인종 차별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순전히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선천적 차이를 최대한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육체적 차이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상당히 인정한다. 아마 흑인이 원래 피부색이 검다는 것을 부정한다면 너무 바보 같아 보일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육체적 차이의 경우에는 유전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 차이의 경우에는 순전히 환경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입장은 과학적으로 볼 때 터무니 없다. 인종주의를 걱정하는 수호천사가 없다면 인종들이 서로 정신적으로 다르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볼 근본적 이유는 전혀 없다. 유전자는 신체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정신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신체/정신의 이분법도 칼 같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신은 결국 뇌라는 신체 기관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진보주의자들의 경우에는 선한 신이 흑인도 백인과 정신적으로 똑 같이 창조했다고, 또는 똑 같이 진화하도록 인도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물론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수호천사가 없다고 보아야 일관성이 있다.

 

현생 인류는 12만 년 전쯤(학자마다 추정치가 다른 것 같다)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어떤 학자는 3천 명 정도까지 인구가 줄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종의 분화는 그 이후에 일어났으므로 그렇게 많이 다르게 진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인종들은 신체적으로 상당히 다르게 진화했다. 따라서 같은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르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나는 인종주의자인가?
 

한편으로 Rushton은 흑인들이 들으면 아주 기분이 나쁠 말만 골라서 한다. 그에 따르면 흑인은 힘세고, 정력이 좋지만, 머리가 나쁘고, 싸가지가 없다. 이것은 과거 노예주들이 그리던 흑인상과 매우 비슷하다. 그들은 흑인을 힘세고 머리가 나쁜 존재 즉 짐승으로 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진보주의자들은 정신적인 면에서는 인종간 선천적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우기고 있다.

 

나의 입장은 무엇인가? 위에서 밝혔듯이 나는 정신적인 면에서도 인종간 차이가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나는 Rushton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Rushton의 논거를 상세히 검토해보지 않았다. 얼핏 살펴본 바로는 Rushton이 일류 과학자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기는 한다. 현재로서는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어쨌든 나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Rushton의 말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면 그의 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왜 내가 내 자신이 인종주의자로 분류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종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종간 선천적 정신적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인종주의를 이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나는 인종주의자다. 왜냐하면 나는 판단을 유보하기 때문이다.

 

만약 흑인의 IQ가 선천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을 대중들에게, 심지어 학계에도 숨겨야 하는 것일까? 아예 그런 것들은 연구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것을 연구한다면 그 학자는 인종주의자인가?

 

이미 Rushton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마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무시해야 하는 것일까? 기존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하듯이 인종간 선천적 정신적 차이가 진화했을 리 없다고 우기는 식으로 비과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Rushton의 도전을 받아들여서 최대한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이런 문제를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자신의 입장이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Richard Lewontin이나 Stephen Jay Gould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Rushton 류의 주장은 사이비과학이라고 주장하니까 그런 줄 알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진보 진영의 대세로 보인다. 진보주의가 계몽주의와 분리되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라는 명목으로 몽매주의에 영합하는 것이다.

 

나는 몽매주의에 영합하여 비과학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 그 결과가 달갑든 달갑지 않든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연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첫 번째를 고르겠다.

 

이런 입장을 취하는 나는 인종주의자인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