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씨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내정되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약간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미국 IT 분야에서 그만한 성공을 거둔 그가 굳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한국의 IT부서 수장을 자원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브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일단 그의 한국행 동기는 본인의 설명 그대로 '고국에 봉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심정이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것은 그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지명이 잘된 인사인가 아닌가의 판단과는 약간 다른 차원의 얘기다. 사실 장관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6대4 정도라고 봤다. 성공 쪽에 6의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한국의 닳고닳은 고위급 관료들을 제대로 부릴 수 있겠느냐는, 당연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걸로 봤다.


사람들 모여 사는 데는 결국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 미국에서 그 정도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면 적어도 사람 부릴 줄 몰라서 일을 망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우리나라 IT부처도 이제 저런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경험과 철학을 수혈할 필요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CIA 자문위원이니 뭐니 하는 경력을 지적하며 김종훈이 마치 미국의 스파이 노릇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고, 이게 사실은 우리나라 좌파들의 민족주의적 감성 자극이라는 무기로 활용된 것 같다. 하지만 스파이 노릇을 하려면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장관이라는 자리 그것도 김종훈처럼 눈에 띄는 미국 지향적 경력을 가진 장관이 스파이 노릇을 하는 게 가능할까?
 
좀더 깨놓고 말해서 미국이 요청만 한다면 만사 제쳐놓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깡그리 거기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것까지도 자발적으로 조사해 보고할 고위급 인사가 우리나라 정부에 전혀 없을까? 김종훈만 막으면 그런 정보 누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무엇보다 찜찜한 것은 이번 김종훈 사태가 향후 우리나라에 필요한 고급인력을 데려오는 데 미칠 영향이다. 나라가 커지고 발전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 필요한 인재풀이 커지고 다양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거 절대 국내 토종 인력만으로는 감당 못한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가진 인력조차도 온갖 개같은 이유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재외동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는 속된 말로 구정물 한 방울 튀지 않은 인력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 김종훈 장관 지명자에 대한 국내 지식인과 언론의 태도는 야비하고 잔인했다. 한국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앞으로 가지게 될 해외의 고급두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니들 아무리 능력 좋고 한국을 좋아해도 한국에 와서 능력 발휘할 생각은 포기해라... 이것이다. 솔직히 이번에 김종훈을 공격하는 논리라면 앞으로는 해외에 나가서 적응에 실패한 무능력자들을 장관 후보로 최우선 추천해야 할 것이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가?
 
북핵 문제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이 제기되면서 과거 미국에서 요절한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이름도 다시 떠오르지만, 솔직히 이휘소 박사가 생존해서 한국의 장관 자리에 오게 되고 그에게 김종훈에 대한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20세기의 이완용이라고 깔아뭉개는 소설 하나쯤 만들어내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은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다문화 다인종 국가가 되는 것이 불가피한 수순이라면 그 문호는 우선 고급인력을 대상으로 열려야 한다. 해외 고급인력은 한국사회 적응력도 훨씬 높고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부가가치도 크다.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엘리트들의 이너서클에 던지는 충격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다인종 현상은 하층 단순인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빼먹기는 곶감이 달더라고, 당장 인건비 따먹는 재미를 버리기 어렵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서유럽의 현실이 잘 보여주듯이 10년 20년 30년 뒤에는 인건비 절감한 개별 기업체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몇십 몇백배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익은 개별 기업들이 챙기고 사회적 비용은 공동체 전체가 부담한다.
 
토막 강간 살인 우웬춘 사건은 그러한 사회적 비용의 극히 일부분이자 미래에 대한 소름끼치는 예고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좌파들은 저급 하층인력 중심의 다문화 다인종 현상을 옹호한다. 그리고 김종훈 같은 인물이 등장하면 씹어서 낙마시키는 데 열중한다. 그 수단으로 가장 극우적인 민족주의적 싸구려 감성에 호소하는 언론과 지식인들, 니들이 왜 좌파라는 것인지 나는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