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재학 중인(본인 손으로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포스팅 내용으로 미루어 확실한) 한 블로거를 자주 방문한 적이 있었지. 미생물학의 실험과정에 대한, 비록 단편적이지만 흥미만땅인 포스팅을 읽는 재미,  '순환논증에 대하여 쉽게 써놓은 글들'을 읽으면서 만족시키는 '지적 호기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험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과거에 내가, 나야 전자돌이였지만, 미생물 분야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글들을 읽는 재미로 자주 들락거렸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재미들의 '디테일'은 머리 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단지,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그 KAIST 학도의 글들' 중 하나만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야. 물론 그 학도는 대부분의 이과돌이들이, 문과돌이들의 자신의 사상적 포지션에 꽤 민감한 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사상적 포지션에 대하여 별로 관심도 없고 또한 자신의 사상적 포지션을 규정할만큼의 지식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야.


이런 이과돌이들의 사상적 포지션에 대한 '무관심'은 아마도 세계에서 유이무이하게 한국과 일본만이 '이과와 문과'로 나누는 대학 교육 체계의 결과가 아닌가 싶어.(이 부분은 어느 교수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읽은 기억을 바탕으로 쓴 것인데 내가 내 블로그에서 몇 번 언급했어도 무언가 시비거리를 찾아 내 블로그 글들을 열심히 탐독하는 네티즌들이 득실득실했음에도 이 부분은 시비가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뭐, 어느 시비걸기 좋아하는 유저를 고려하여 귀차니즘 발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한마디 언급한다면 '사실이 아니지만 시비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수백개는 생각할 있는데 그건 패스~!!!)



즉. 그 KAIST학도는 자신이 진보인지 보수인지에 대하여 관심도 없고 그런 글을 거의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읽었던 그 글이 '진보적 입장'에서 쓴 글은 아니야. 단지, 그 글을 읽은 내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야 스스로를 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내 나름대로의 진보에 대한 잣대이지.



텔레마케팅.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분들 중에 텔레마케팅용 전화를 하루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받고 있을꺼야. 게을러진 탓에, 예전같으면 남대문이나 동대문을 종일 쏘다니고 그래도 마음에 드는 옷 없으면 이태원까지 하루종일 쏘다니면서 겨우 옷 한벌, 그 것도 집에서 간편하게 입는 상의 한벌 사려고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 종일 쏘다니기도 했지만 요즘은 간단하게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해. 그러다보니 인터넷 쇼핑 시 회원가입하면서 등록된 회원정보.........가 '당연히' 싸돌아다니면서(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관련 인적 사항이 담긴 정보가 백만명당 10만원에.... 중국에서 팔린다는구만. ^^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 사이트를 검색해서 쏘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 블로그에서는 아예 내놓고 한국인 10만명당 얼마...라고 광고하고 있고..) 내 정보도 같이 덤으로 넘겨졌겠지.



그래서 해가 바뀌거나 계절이 바뀌는 경우에는 하루에도 열통 이상 전화가 오는데 그래서 요즘같은 시기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꺼놓고 살아. 그런데 텔레마케팅용 전화를 받는 쪽에서는 짜증이 나지만 거는 쪽에서는 어떨까? 혹시, 짜증나는 텔레마케팅용 전화를 받으면서 그 전화를 거는 텔레마케터 입장을 생각해 보았어?



뭐, 관련 업계의 상황을 잘모르지만, 그 KAIST학도의 말에 의하면 그 텔레마케터들의 수당은 두가지로 나뉘어 지급된다고 하더군. 첫번째는 텔레마케팅의 결과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경우. 뭐, 이 첫번째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거니까 언급의 가치가 없고 두번째의 텔레마케터들의 수당을 받는 경우야. 이 두번째 경우는 'KAIST학도'의 글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께.



"실험을 하다가, 그래서 열중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이 울리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나는데 막상 받고 보니 텔레마케터의 전화이다. 속에서 울컥하지만....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 최소한 끝까지 들어준다. 왜? 바쁜데 차마 전화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텔레마케터들의 전화는 전화를 받는 쪽에서 텔레마케터들의 선전용 설명을 끝까지 들어주는 경우에만 인정이 되고 그 것이 그들의 하루 수당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몰랐으면 그냥 끊어도 되겠지만... 내가 그 텔레마케터들의 내용을 끝까지 들어줘야만 그 텔레마케터들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차마........ 끊을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 가는 시간이 최소한 한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다. 왜 한시간이냐고? 전화 듣느라고 소비하는 시간이야 기껏 한통화당 1분 내외... 하루에 많이 걸려와봐야 두어통... 그러니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다시 집중하려면 최소한 십여분은 걸리므로..."



'뭐, 이 정도는 되야 진보이다'라고 여기서 결론 내리면 한그루가 아니지. 이런 결론을 내리면 내가 생각하기에도 진보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이거든?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 포스팅을 읽고, 설사 여전히 내일도 텔레마케팅용 전화를 받고 '바쁜데요'라고 하면서 전화를 그냥 끊어도, 최소한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에 이런 생각은 들었어야 '진보'라고 할 수 있을거라는게.... 바로 요점.



"아, 씨바.. 한그루 개갞끼.... 찝찝하게... 내일부터 텔레마케팅용 전화를 받으면 함부로 끊지도 못하게 만드네.. 하여간 이 한그루 개갞끼는 평생 도움이 안된단 말이지"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