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취임식도 하기 전인데 인사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분위기는 산전수전 다 겪고 난 레임덕 직전의 말년 대통령 같습니다. 이동흡 김용준은 낙마를 했고, 요즘은 김종훈 후보와 김병관 후보가 뉴스거리네요.

저는 애국심이니 국가정체성이니 이런 말에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김종훈의 국적 문제에 시비거는 거에는 동의가 잘 안됩니다. 애국심이라는게 반드시 국적을 따라다니는 감성도 아닌거 같구요. 생판 피 한방울 안 섞인 외국인도 한국인들보다 더 진한 애국심(?)을 보여준 사례도 많고, 반대로 한국인이 매국노질 한 사례도 많고... 애국심과 국가정체성의 상징과도 같은 축구 국가대표팀을 히딩크같은 외국인 감독들이 훌륭하게 지휘했던 사례도 있구요. 국적에 상관없이 한국을 사랑하면 애국자, 팔아먹으면 매국노 아닌가 싶거든요.

오히려 김병관 후보에게 제기되고 있는 수입무기 브로커 의혹이 사실이라면, 애국심이나 국가정체성 논란은 한국 국적의 김병관 후보에게 제기되는 것이 훨씬 더 적당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솔까말 김종훈 후보가 뭔 생각으로 미국사회에서 일군 기득권을 다 버리고 한국의 별볼일 없는 장관자리를 수락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능력있는 사람이 한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가 사실이라면 그 자체는 나쁠게 없다고 봐요. 물론 장관으로서 추진하려는 정책 자체의 타당성 여부는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저는 반대로 핵잠수함을 탔다는 김종훈후보의 미 해군 경력이나 경영하는 기업체등을 볼 때, 김종훈의 장관 임명을 껄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미국쪽인거 같거든요. 상당한 수준의 군사기밀이나 IT 기술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 그게 더 이상한 것 같네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CIA 공작설'이나 '김종훈 미국 간첩설'이 음모론처럼 돌고 있는데, 그거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이 되야하겠지요. 일단 저는 기우라고 봅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굳이 자국의 간첩을 몰래 장관으로 진출시켜야 할 정도로 아쉬운 입장도 아닌거 같구요.

김종훈 국적 논란의 배경에 은근히 한국인들 특유의 폐쇄적인 순혈주의가 깔려있는거 아닌가해서 조금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물론 김종훈 후보는 같은 민족이라서 순혈주의도 아니고 정확하게는 '국적우선주의' 라고 불러야하겠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저는 능력만 된다면 설사 외국인이 장관을 한들 뭐 그리 큰 대수인가라는 입장입니다. 한 때 차라리 히딩크를 대통령 시키자던  분들이 많았었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 사실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