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님이 쓰신 노회찬 의원 판결에 대한 댓글을 쓰다가 갑자기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씁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X 파일 사건 때문에 시끄럽던 그 때에 working paper로 막 나와서 한동안 돌아다니던 논문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결국은 2008년에 Journal of Finance라는 경영학 저널 (금융쪽의 탑저널 중의 하나입니다.)에 그해 나온 첫번째 볼륨의 lead article로 실리게 됩니다.


주류 경제학 논문들은 미국이나 유럽쪽의 데이터를 가지고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금융경제학 논문들중에서 한국 데이터들을 다뤄서 탑저널에 실린 경우가 쏠쏠히 많다는 것이죠. 대부분은 corporate governance(지배구조)에 관한 논문들인데, 내용은 대게 한국 재벌들이 어떻게 헤쳐먹고 있는냐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죠. 전세계 금융 경제학자들에게 Chaebol 이라는 말은 아주 잘 알려진 용어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지배구조쪽에 대한 논문이 아니라, 저와 전공분야가 비슷한 쪽이라 제가 비교적 쉽게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그 초록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Title: Agency Conflicts, Investment, and Asset Pricing

Author: Rui Albuguerue (Boston University) and Neng Wang (Columbia University)

Abstract:

 

The seperation of ownership and control allows controlling shareholders to pursue private benefits. We develop an analytically tactable 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medel to study asset pricing and welfare implications of imperfect investor protection. Consistent with empirical evidence, the model predicts that countries with weaker investor protection have more incetives to overinvest, lower Tobin's q, higher return volatility, larger risk premium, and higher interest rate. Calibrating the model to the Korean economy reveals that perfectioning investor protection increases the stock market's value by 22%, a gain for which outside shareholders are willing to pay 11% of their capital stock.

 

다른 부분은 너무 학술적인 내용이라 살짝 생략하고, 다만 초록중에서 두꺼운 볼드체로 하이라이트해놓은 부분만을 (서툴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경제에 칼리브레이션을 해보면,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때 한국 주식 시장의 가치는 22%가 상승할 것임을 밝힐 수 있다"

 

논문의 속 내용은 단적으로 재벌의 피혜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투자가를 두가지 부류로 나눕니다. 내부투자가와 외부투자가입니다 내부투자가란 이건희 일가처럼 1%밖에 안되는 소량의 주식 지분을 가지고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 즉, 재벌 - 을 의미하고, 외부투자가란 바깥에서 주식 지분만 가지고 있는 그 외의 모든 주주들을 의미합니다.

 

주식회사의 개념이란 회사의 이익이 생기면 주식을 가지고 있는 배분만큼 이익을 나누어 같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고 있는 측에서는 내부자 정보 우위같은 것 때문에 그 이익을 도둑질(논문에서 stealing이라고 쓰여진 것을 문자 그대로 번역함)을 할 인센티브가 강하다는 것에 착안해서 이 논문을 쓴 것입니다.

 

그런데, 도둑질(stealing)은 그냥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경비(cost)가 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금방 들 수 있는 것이 삼성이 검사들한테 떡값돌리는 비용 같은 것이겠죠. (어쩌다가 이 논문이 나오는 타이밍과 삼성 X파일 사태가 딱 맞았는지 몰라도 예가 아주 적절하지 않나요.) 또한, 부정을 저질렀으면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임막음을 잘 해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여타 광고비등등이 엄청난 간접비용이 들게 되는 것도 뻔하죠. 그럼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하느냐. 당연히 다른 주주들한테 돌려줘야할 이익을 가로채서 매꾸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모델에서 나온 결과를 거꾸로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에 적용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여러가지 재미있는 경제학적인 분석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는 한국 기업들의 도둑질 지수(stealing factor)가 미국 기업들에 비해서 50배가 넘게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초록에 쓰여져 있는데로, 만약에 법질서등등이 잘 잡혀서 한국 재벌의 도둑질 지수를 0으로 만들수 있다면, 한국 전체 주식 시장이 현재보다 22%나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학적으로 이 메세지를 받아들여보면 결국 삼성, 또는 여타 기업들의 부패는 그 오너들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재벌의 문제는 한국 전체 주식 시장을 저평가되게 해서 국가의 가치를 1/5이 넘게 갉아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노회찬 판결에 씁씁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