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회찬의원이  표방하는 노선에 대해서 지지하는 바가 그리 많지는 않다. 오래전 한 때 내가 그 분을 몇 안되는 소중한 정치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써 깊이 존경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진보정의당 소속 정치인들은 나에게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노회찬이 유시민과 한솥 밥을 먹고 있고, 호남차별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느끼며, 노선의 차이를 도덕성의 문제로 치환하여 통진당 당권파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마녀사냥을 하는데 협조함으로써 '사상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에 대하여 그를 용서해줄 마음이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시할 수 밖에 없다. 설령 내가 싫어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똑같은 일을 당했어도 마찬가지이다. 노회찬의 행위가 공익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베포하는 것 역시 무죄라고 인정하는 법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을 문제삼아서 뱃지를 떼버렸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겼다는 것인데, 무슨 놈의 비밀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베포하면 무죄이고, 국회의원이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보고하는 것은 유죄라는 것일까?

게다가 고도의 법률 전문가인 2심의 판사들까지 무죄라고 판단했던 사안에 대하여, 법 지식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노회찬이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치활동까지 정지시키는 중형을 내려야할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

법정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매사를 판단하는 준거가 되고, 비슷한 행위들에 대하여 경종을 울려주는 공익이 있다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일반에 어떤 공익이 있었고, 경종을 울렸을까? '인터넷 홈페이지'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단순한 법률 지식 달랑 하나? 그거 하나 널리 알리는 것 말고 어떤 공익이 있었을까?

물론 모름지기 국회의원이라면 법치주의의 모범이 되어 악법도 성실하게 지켜야만 한다. 국민들을 위해 그런 악법들을 개선하고 손질하라고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것이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저항운동하라고 뱃지 달아준 것이 아니다. 그럴거면 뱃지떼고 저항운동가로 사시던가. 또한 법원도 일체의 '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법률로써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번 판결을 승복한다. 노회찬은 국회의원이니까. 

이렇게 승복을 하면서도 유감을 표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럼에도 법관은 결코 법을 적용하는 기계나 컴퓨터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익이라는 것이 결코 기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데도, 우리 사회는 법관들이 '공익'을 이유로 법률 조항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법관은 결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신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이런 사건에 대해서만은 법관들 스스로 법률적용기계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2심에서 무죄 판단이 나온 사건을 굳이 파기환송까지 해가며 유죄를 선고해야할 '법률적 공익'이 정말로 존재했을까?